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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Nov 18. 2018

인사하기 애매한 사이

인사를 한다고 적이 아닌 것이 아닌 직장생활

인사는 사회생활의 기본이다.

인류는 예로부터 인사를 해왔다. 아마도 처음엔 그것이, '나는 당신의 적이 아닙니다'표현이었을 것이다. '악수'의 기원도, 명확하진 않지만 상대방과 싸울 의사가 없다는 것을 나타내는 방법이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악수를 오른손으로 하는 이유다. 오른손은 무기를 집어 드는 손이니까. (왼손잡이는 잠시 논외로.) 손을 잡고 위아래로 흔드는 것도 다른 숨긴 무기가 없다는 걸 재확인하는 몸짓이라니 그것의 유래가 이해가 되기도 한다.


직장에서는 대부분 가벼운 목례가 더 많이 쓰인다.

매일을, 가족보다 더 많이 보는 사람들이라면 더 그렇다. '안녕하세요'란 말과 함께 가볍게 목례를 하고 나면, 그 날은 퇴근할 때 인사를 제외하곤 다시 인사할 일이 없다.


예전엔 출근할 때 '좋은 아침'이란 말이 단골 멘트였다.

그런데 요즘은 그 인사를 쓰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좋은 아침'의 허상을 알아차린 것일까. 직장인에겐 '좋은 아침'따위는 없다는 것을 이미 깨달은 사람들의 자화상일까. 아침 인사를 하고 난 뒤, 노트북을 열어 부팅이 되는 시간 동안 사무실은 허무하리만치 고요하다.


인사는 그 유래에 따르면, 상대가 나의 적인지 아닌지를 알아채는 척도라 했다.

문제는 사무실에서 마주치는 상대가 나의 적인지 아닌지를 모를 때다. 꼭 '적'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지 않아도, 잘 모르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자주 마주치는 사이. 인사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참 애매한 사이. 그런 사람이 꼭 있다. 어느 날은 소극적으로 고개만 까딱 하고, 상대의 반응도 그럭저럭 해서 인사를 안 하게 된 사람. 그럼에도 자꾸 마주쳐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 저 멀리 복도 끝에서 그 사람이 걸어오는 것을 보면, 마주치는 순간까지의 단 몇십 초가 수만 년과 같이 느껴진다.


그것은 상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가끔 그런 사람과 일로 엮일 때가 있다. 그러면 그제야 이름을 나누고, 성향을 파악한다. 어색하게 마주했던 모습은 잊히고 이제는 가볍게 목례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는 것이다. 어색함의 온도는 한참 낮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을 경직시킨다. 그나마 일로 엮이면, 온풍은 아니더라도 그 사이의 얼음을 강제로라도 깨뜨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나는 왜,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 모두에게 활기차게 인사할 수 없는가.

용기를 내어 인사를 건넨 사람의 무반응에, 나는 왜 담담할 수 없는가.


누군가 나에게 활기차게 건네었던 인사를 내가 그저 이상한 눈초리로 바라본 적은 없는지.

누군가 내게 먼저 인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무의식 중에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나는 내일도 잘 모르는 사람에게 무턱대고 인사를 건넬 요량은 없다.

직장에선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들도 꽤 있다.

그리고 같은 공간에 있다면, 언젠간 어떤 일로도 엮이게 되어 있다.


인사를 한다고 적이 아닌 것이 아닌 직장생활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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