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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Nov 11. 2018

낮잠

허무하지만 가장 행복한

직장인이 되면 많은 결핍이 생긴다.

나에게 가장 큰 결핍은 '잠'이다. 술과 담배를 좋아하지 않는 내게, '잠'은 위로다.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대부분 '잠'과 함께 소멸된다. 문제는 '잠' 잘 시간이 없다는 것. 운동은 게을러 못하고, 독서는 졸려서 못한다. 생각해보니, '잠'을 제대로 못 자니 운동도 못하고 독서도 못하는 것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의지'가 없어서 그런 걸까 하다가...'인정'은 곳간에서 나오고, '의지'는 충분한 '잠'에서 나온다고 생각을...)


피로가 누적되면 몸은 여지없이 '잠'을 찾는다.

몇 시간을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어떻게 일을 처리할까 고민하고, 수많은 회의와 사람들과의 부대낌을 겪고 나면 몸은 방전된다. 방전된 상태 그대로, 회식에 참석한다. 또는 훌쩍 출장을 떠나기도 한다. 가뜩이나 피곤한데, 시차까지 생기면 곤혹스럽다. 나보다 몸이 더 당황한다.


몸이 방전되는 건 확실히 알겠는데, 뭐를 해야 충전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학생 때는 만져보지 못한 돈(월급)이 생긴 입사 초기에는, 무언가를 지르는데서 얼마간의 자극을 받았던 것 같다. 물론, 그 액수가 학생 때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라서 놀랐고,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돈을 쓸 시간조차 없다는 걸 깨닫고는 한번 더 놀랐다.


'잠'은 자도 자도 모자라다.

그래서 난 너무나 게으른 존재라고 스스로를 쏘아붙이곤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렇게 잠을 자도 충전이 안될 만큼 나는 힘들었던 것이다. 피로가 누적되면 머리가 무겁다. 자욱하면서도 묵직한 무언가가 머리에 꽉 차 있는 느낌. 만사가 귀찮고 단 5분만이라도 눈을 붙이고 싶지만, 총알만 없을 뿐 삶의 전쟁터에서 나는 맘 편히 눈을 감을 수가 없다.


그나마 주말의 '낮잠'이 큰 위로이자 해법이다.

누군가 나에게 요즘 들어 느끼는 '행복'이 뭐냐고 묻는다면, '글쓰기'와 '낮잠'이라고 할 것이다. '낮잠'의 묘미는 달콤함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무겁고 자욱한 무언가가, '잠'이라는 은하계에 접어들어 블랙홀을 만나 쏙 빨려 들어가는 느낌. 언제 잠들었는지도 몰랐다가 깨면 개운함과 동시에 달콤한 여운이 남는다. 잠에서 깨면 글을 쓰거나 무언가를 할 의욕도 생긴다.


물론, 좋지 않은 점도 있다.

해가 중천에 있는 그 소중한 시간과 '낮잠'을 맞바꿔야 한다. 그리고 자칫 낮잠의 시간을 잘못 조절했다간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자 다음날이 더 힘들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어쩔 도리가 없다.

직장인인 내게 '낮잠'은 허무하지만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원래 행복은 허무한 무엇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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