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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Nov 30. 2018

조직개편

이제는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다.

그야말로 지각변동.

모든 것은 요동하고, 천지는 개벽한다. 크고 작은 조직의 수장들이 교체되면서 내뿜는 영향력은 누군가의 밥줄을 좌지우지한다. 올라가느냐, 남느냐, 집에 가느냐. 많지 않은 선택지에서 운명은 결정된다. 그 운명을 결정하는 건 누굴까. 또는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그러한 운명을 맞이하게 하는가. 내가 생각했던 결과와 다른 것들을 보며 난 어느 경제학자의 '보이지 않는 손'을 떠올렸다.


누군가는 열심을 다해 어떤 '끈'을 만들어 놨을 것이다.

동아줄이라 믿었던 그것이 사라지면서, 많은 사람들은 아연하고 실색한다. 또 누군가는 그 기회를 발판 삼아 재도약을 꿈꾼다. 누구에게나 존경받는 사람이 집에 가고, 악명 높은 사람이 올라가는 것을 보며 과연 직장 생활엔 정답이란 있는 걸까를 생각한다. 더불어, 그렇게 올라가려면 이제부터라도 '악명'을 쌓아야 하는 건 아닐까 나는 고민에 젖어든다.


큰 조직의 수장이 마침내 결정되면, 다음은 하부조직 개편이다.

팀은 이리 찢기고, 저리 떼이면서 내년도 사업을 위한 모양새를 갖춰간다. 지금까지 해왔던 일의 방식을 바꿔야 하는 순간이다. 아무 상관이 없던 사람이 같은 팀이 되기도 하고, 업무 케미가 잘 맞아 시너지를 내던 동료를 떠나보내기도 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주어지기도 하고, 기존에 잘하던 일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져 버리는 경우도 있다. 천지가 개벽한다는데 이 정도 변화쯤이야.


이제는 살아남은 자들의 몫이다.

회사와 사업은 성장시켜야 하고, 바뀐 조직과 사람들 속에서 나 또한 성장해야 한다. 천지가 개벽해도 생존을 위한 궁리는 계속되는 것이다. 새로운 관계, 어색한 케미, 좌충우돌할 갖가지 사건들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을 안고서 모두는 또다시 출근하고 일을 한다.


나는 지금 어디쯤 있는 걸까.

'보이지 않는 손'이 나를 언제까지 직장에 있게 할 것이며, 어느 위치까지 나를 끌어올릴 것인가. 직장인 삶의 묘미는 불확실성에 있다지만, 불확실성을 100% 즐기기란 그 누구라도 쉽지 않다. 이미 답을 알고 있을 절대자에게 얄미운 감정이 드는 건, 그것으로 인해 힘든 직장인의 삶 때문이다. 아니, 직장을 넘어 그 이후의 삶이 더 불확실하니 드는 생각이기도 하다.


무기력해 보이긴 하지만, 그래서 가끔은 그냥 그 '조류'에 몸을 맡기는 것을 택하기로 한다.

조직이 어떻게 변하든, 나의 내일이 어떻게 다가 오든. 그저 나를 지키며 일하기를. 나도 모르는 내 열정이, 욕심이, 기쁨과 슬픔이, 후회와 깨달음이 그 조류에서 조금은 방향을 좌우하는 키가 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보이지 않는 손'은 내 안도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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