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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Nov 21. 2018

매일

'매일'이 그랬으면 좋겠다.

'매일'이란 말은 어쩐지 지난하다.

'꾸준함'을 연상하게도 하지만, 그보다는 '일상'이나 '반복'을 더 떠오르게 한다. '매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이라는 한 문장은 그 느낌 공고히 한다. 매일 아침, 매일 점심, 매일 저녁. 매일 회의, 매일 보고, 매일 업무. 반복되는 매일의 나날, 일상 속에서 직장인은 마음껏 숨 쉬고 싶다.


'직장인은 일상 속에서 벗어나고 싶다!'란 말을 쓰려다 참았다.

'마음껏 숨 쉬고 싶다'라는 표현으로 대신했다. 직장인이 '일상'을 벗어나면 더 이상 '직장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월급은 일상을 지킬 때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월급을 받음으로써 일상은 유지된다. 가끔 일상을 벗어나면,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 여행을 가더라도, 언젠간 일상이 그리워진다. 일상의 중력은 꽤 힘이 세다.


'매일' 아침 하는 것이 있다.

꾸역꾸역 하는 양치와 세수를 하고 나면, 난 출근하기 전 가족들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내가 출근하는 그 시간엔 아내와 초등학생인 두 아이는 곤히 잠들어 있다. 아마도 어제 각자의 일상에 골몰했으리라. 초등학생들도 저들만의 애환과 고민이 있다. 그런 두 아이를 돌보는, 쉽지 않은 일상은 온전히 아내의 몫이다. 지난밤을 돌이켜, 하고 싶은 게 많아 멀뚱한 아이들과 내일을 위해 빨리 자라고 소리치는 아내의 모습은 내 머리에 쉽사리 선명하다. 그러다 서로 지쳐 잠든 밤이 지나고 아침은 오는 것이다.


먼저 아이들 방으로 가 첫째 녀석의 볼을 쓰다듬는다.

그리고 걷어찬 이불을 다시 가지런히 덮는다. 둘째 녀석의 볼은 좀 더 통통하다. 탱탱하기도 한 그 볼을 만지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슴까지 걷어올린 웃옷을 내려주는 건 하루도 빠짐이 없다. 다시 안방으로 가, 오늘도 아이들과 씨름할 아내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잠귀가 밝은 아내는 곧 눈을 뜨고, 잘 다녀오라며 인사를 건넨다.


매일을 그렇게, 출근을 하면서 가족들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난 일상을 만든다.

그리고 그 일상은 소중하다. 반복되는 지겨운 일들도 있지만, 매일을 하고 싶은 일들도 있다. 나의 대단하지 않은 월급에 의존하며 함께 웃어주는 그들은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과의 '매일'은 소중하다.

'매일'이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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