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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29. 2018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 하! 여!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몸에 잘 받지도 않을뿐더러, 맛도 없다. 혹자는 술맛을 모르는 건 인생의 쓴맛을 모르는 것과 같다고 하는데, 내 인생을 술과 빗대면서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을 나는 술보다 더 싫어한다. 대개 그러한 부류의 사람들은 술을 권한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분위기를 깨는 것처럼 몰고 가, 어느새 술을 말고는 그것을 들이민다. 그것은 주먹으로 겉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못 먹는 술을 마시게 해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을 게워내야 하는 누군가의 아픔을 아랑곳하지 않아 장기에 멍을 들이게 하는 폭력인데, 술을 들이미는 사람은 그게 폭력인지 모른다.


술은 입술과 먼저 만난다.

그리고는 혀를 타고 들어가 목구멍을 넘어간다. 넘어간 그 휘발성이 있는 액체는 목줄을 타고 장기에 도달한다. 맛은 쓰다. 때론 무색무취의 그것이 들어가더라도, 마침내 역한 알코올 냄새는 올라온다. 온몸이 빨개지고, 알딸딸한 기운이 올라오는 것이 기분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하지만 어느샌가 술이 술을 먹는 시점이 있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나도 그것을 느낀다. 난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언가에 내 삶의 주도권을 내어준 기분이다. 맛도 없는데, 기분도 더럽다.


그렇다고 술을 무조건 탓하고 싶진 않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위로다. 술을 싫어하는 나도,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 한 잔 먹고 뻗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실천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때론, 그러한 시점과 회식이 겹치면 술을 조금 먹고도 많이 비틀거린다. 어렸을 때는 길거리에서 서류 가방을 들고 술에 취해 비틀 거리는 직장인들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 모습이 추해 보이고, 제 자신 하나 가누지 못하는 그 모습이 무책임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격하게 이해한다. 그것은 힘든 세상을 살아나가기 위한, 절실한 춤사위다. 의도적으로라도 비틀거려보면, 많은 것들이 떨쳐진다. 나를 짓누르고 있던 것들, 뭐든지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내 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던 다른 사람들의 시선들. 하늘을 향해, 직장인의 운명을 한탄하며 쏘아댈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이기도 하다.


회식을 하던 요전 날.

대학생으로 보이는 아르바이트 생이 우리에게 '숙취해소제'를 주고 갔다. 프로모션 기간이라 무료로 나눠주는 것이라는 말을 숫기 없게 던지고 돌아섰다. 숙취해소제라...헛웃음이 나왔다. 직장인에겐 숙취해소제가 어느새부턴가 필수템이 되었는데, 그렇다면 직장인 모두는 숙취로 고생한다는 뜻이고 자발적으로 마신다기보단 마셔야 하니까 마시는 사람이 나 말고도 더 있다는 뜻이다.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고, 그 맛도 싫어하며, 취하는 것도 피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나는 세상 모든 직장인을 위해 건배사를 올리고 싶다.


자, 직장인으로 삼행시를 짓고, 마지막에 '~을!"이라고 외치면, "위하여!"라고 한 번 크게 외치고 끝냅시다.


직: 직장인이라서 힘들죠?

장: 장난 아니죠?

인: 인생 뭐 있나요. 우리 모두의 건강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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