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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02. 2018

근자감

나를 사랑하는데, 어떤 '근거'가 필요할까?

'스마일'이라는 별명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

고등학교 때 같은 반에 있던 그 친구는, 곱슬머리에 뿔테 안경을 쓰고 언제나 싱글벙글한 얼굴이었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정말이지 365일을 웃고 있었다. 미안한 말이지만, 그 친구에겐 그렇게 웃을 만한 일이 많진 않았었다. 항상 웃는 얼굴에 비례하게, 매일을 공부를 했던 친구. 하지만 그 녀석의 성적은 놀랍게도 꼴찌였다. 

청소시간 대걸레질을 하면서도 한 손엔 항상 영어 단어장이 들려 있었고, 점심시간엔 수학 공식 책을 펴고 혼자 밥을 먹곤 했다. 한 번은 맨 뒷줄에 앉았다가, 시험 답안지를 차례로 걷은 적이 있었는데 '스마일'의 주관식 답안에 전혀 엉뚱한 답이 적힌 걸 보고 놀란적이 있다. 흘깃 바라본 그 녀석의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난, 그게 더 놀라웠다.


같은 직장에 있는 한 선배는 평판이 좋지 않다.

단 한 명도 그 선배에 대해 좋은 말을 하거나, 좋다는 반응을 보인 사람은 보지 못했다. 아마, 자신도 그러한 평판을 못 들었을 리 없을 것이다. 나쁜 평판이 흐르고 차고 넘치는데, 모르고 있다면 그것도 문제일 정도. 하지만 그 선배의 자신감은 언제나 충만하다. 실제로 탄탄대로까지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의 기대보다는 제 갈길을 잘 가고 있다. 때론 나락에 떨어진 것 같으면서도 부활하고, 잘 지낼 리 없을 상황에서도 요즘 얼굴 좋아 보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난 솔직히, 그 둘이 가진 '싱글벙글'함과 '자신감'의 근거를 모르겠다.

뭐, 가끔 자신감에 충만한 것은 이해가 되지만 어찌 그리 일관되게 하루를 빼놓지 않고 싱글벙글하며 자신감에 충만할까. 그것의 원동력은 뭘까. 대체로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이고 요동하는 내 마음을 돌아보며 그들이 가진 것들에 대해 골몰했다.


아마도 그것은 '자기애(自己愛)'일 것이다.

나 또한 그것의 중요성을 알고, 예전보다는 더 많이 나를 사랑하려 노력하지만 아직은 그 둘의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듯하다. '자기애'라는 것이 어차피 누군가와 비교할 상대적인 개념이 아니겠지만, 어쩐지 그들이 가진 것에 비해선 초라해 보인다는 생각이다. 


아마도 난 내가 자신감을 갖기 위해 어떤 '근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데는 사실 근거나 이유가 없다. 누군가가 가지고 있는 꼴 보기 싫은 모습들도,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모든 것이 '근거'와 '이유'로는 설명할 수 없는 포용의 기적이 일어난다. 하물며 나를 사랑하는데, 난 스스로 '근거'를 찾고 있었다니. 그들이 가진 자신감에 대한 '근거'가 무언가를 궁금해할 때, 이미 그들은 행복해 있던 것이다.


때론, 아니 어쩌면 좀 더 자주.

'근자감'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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