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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06. 2018

관심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먼저 가져보는 것

"파마하셨네요?"


깜짝 놀랐다.

안 그래도 일요일 오후에 오랜만에 파마를 하고 너무 곱슬거려 보이진 않을까 소심한 마음을 추스르며 출근한 월요일. 아무도 내 머리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 같은 팀원 들은 익숙하게 아침 인사를 하고 여느 때와 같이 노트북의 전원 버튼을 누르고 부팅이 되길 지루하게 기다리고 있을 뿐.


그런데, 잠시 다녀온 화장실에서, 청소를 하시는 여사님이 나를 보고는 파마했냐고 물으신 것이다.

그분은 언제나 밝은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란 인사를 화장실을 이용하는 모두에게 건넨다. 하루에 두 어번 이상을 청소하러 오시는데, 오시는 내내 잠시라도 마주치면 그 밝은 인사를 하셨고,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쭈뼛거리며 그 인사에 답했던 것이 전부다. 개인적인 이야기나, 눈을 잠시라도 마주치고 정중히 인사를 건네지도 못했었는데.


"아.. 네.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다 관심 있게 보죠~!"


'관심'...이라고 했다.

나는 그분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짧은 곱슬머리에, 키는 좀 작으시고, 유니폼을 입으셨다는 것 밖에는. 아, 목소리는 하이톤에 인사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을 좋게 한다는 것도. 사실, 내가 그분에 대해 어디에서 어느 정도까지 알아야 한다는 의무는 없다. 하지만 나에게 파마를 했냐는 새로운 인사를 건네셨을 때, 이상하게도 난 그분께 송구했다. 내 주위를 다시 돌아봐야지란 반성과 함께.


같은 층에 있는 많은 사람들.

하지만, 그들의 하루가 어떤지 나는 관심이 없다. 어쩌면 그들도 마찬가지. 대화를 나누기는커녕 인사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 그럴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 '관심'은 여유에서 나오지 않나 싶다. 내가 죽겠는데 다른 것을 볼 겨를이 있을까.


그런데, 생존을 위해 허우적대는 존재에게 '관심'은 사치일 것이라는 핑계와 변명은 파마했냐고 물으시는 그분의 인사 앞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관심'은 시간 나고 여유 있을 때 갖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능동적으로 가져야 할 무엇인 것이다.
문득, 옆의 동료가 입고 왔던 멋있는 재킷이 생각나고, 요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 후배가 떠올랐다. 오랫동안 커피 한 잔 하지 못한 동료가 생각났고, 혼자 외로워할지 모르는 상사도 떠올랐다.


더불어, 내 몸과 마음의 상태는 어떠한지 좀 더 '관심'을 가지기로 했다. 사는 대로 살고, 가는 대로 가면서 힘들어하고 있진 않은지. '관심'은 가질수록 좋은 것 같다. 결국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니까.


내일부턴, 여사님의 무엇이 바뀌어 있을지 유심히 볼 테다.

그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매일 하던 '안녕하세요'말고 '관심'이 담긴 또 다른 인사를 건네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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