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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05. 2018

쌍방과실

커뮤니케이션 사고는 언제나 쌍방과실이다.

아마도 10년 전이었던 것 같다.

접촉사고를 낸 적이 있다. 무리하게 끼어들던 앞 차량이 급정거하면서 나는 뒤에서 그 차를 들이받았다. 억울했다. 뒤에서 받은 차량이 안전거리를 미확보했다는 이유로 더 불리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앞 차가 무리하게 끼어들었다는 진술을 해 준 목격자가 있었다. 그럼에도 과실의 경중이 나뉘었을 뿐, 결과는 '쌍방과실'이었다.


커뮤니케이션은 마치 자동차 사고와 같다.

혼자 운전하다 나는 사고나 혼잣말을 하는 것 자체로는 '쌍방과실'이 날 일이 없지만, 결국 나 아닌 누군가와 얽힌 모든 일들이라는 측면에서 그렇다.


얼마 전엔 친한 동료와 커뮤니케이션 사고가 났다.

이런저런 정보를 주고받던 중, 내가 궁금해하던 정보를 주지 않는 동료에게서 서운함을 느꼈다. 나는 내가 아는 모든 것을 말해주었는데, 그 동료는 내가 원하는 것을 단번에 거절했다. 갑자기 선이 그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대화를 단절하자고 했다. 갑자기 내가 알고 있던 모든 것을 말해준 것이 후회가 되었다. 나는 이만큼 오픈했는데, 상대방은 그러지 않은 것에 대한 본전 생각도 분명 있었다. 이후엔, 동료가 그런 뜻이 아니라 그 정보가 더 퍼져나갈까 봐 조심하려 했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그것이 더 마음 문을 닫게 했다. 그렇게 못 믿어서야 어찌 같이 정보를 나누나.


분명 그것은 '사고'이자 '쌍방과실'이었다.

서로의 속도를 잘못 조절하여 부딪쳤거나, 마주오는 차량이 서로 부딪치지 않겠지라는 생각으로 지나가다 충돌한 상황. 갑자기 찬물을 끼얹듯 (아무 설명 없이)거절을 한 그 동료도 잘못했고, 그렇다고 대화를 단절한 나도 잘못인 것이다. 속도 조절을 하지 못하고, 아는 것을 죄다 알아서 말해 준 '과속'도 내가 한 것이다. 어쩌면, 직장에서 일을 하려고 만난 사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기대한 것도 잘못 이리라. 떠돌아다니는 정보는 들어오면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가면 또 그런가 보다 해야 한다는 걸 자꾸 잊는다.


10년 전 접촉 사고가 났을 때, 보험사는 TV 광고와 같이 단번에 달려와 일처리를 해줬다.

사진을 찍고, 교통사고 스프레이를 뿌려 차를 이동시키고, 상대 보험사와 논의를 해 과실을 나누었다.


직장에서 커뮤니케이션 사고가 났을 때, 그것을 대신 처리해주고 과실을 객관적으로 매겨 서로의 화해를 유도하는 '커뮤니케이션 사고 보험사'를 만들면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 이상은 가지 않을까?


그런 보험사가 생기기 전에, 쌍방과실로 인한 사고는 우선 내가 어떻게든 수습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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