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것에 대한 고민. 그러나 결국 작은 행복.
“원래 앉아서 밥 먹는 경우가 드물어요.
보통은 편의점 삼각 김밥이나 빵을 먹습니다.
오늘은 정말 운이 좋네요.”
택배기사인 김씨는 밥 먹는 자리도 좌불안석이다.
밥을 꼭꼭 씹어 넘겨야 본인의 건강에 좋다는 걸 알지만, 이내 국물과 함께 밥을 마셔버린다. 그에게 밥은 씹고 맛보는 것이 아니라, 마시고 채우는 것이다. 택배 일을 한 지 5년 차. 요즘 무릎이 안 좋아졌다고 한다. 무거운 짐을 들고 계단을 수도 없이 오르고 내리니, 그것은 운동이 아니라 노동이며, 운동의 근육이 아닌 노동의 소진이었다.
“이 일을 하고 나서는, 가족들하고도 멀어졌어요.
주 중에 80시간을 넘게 일하니 주말엔 그냥 잠만 잡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가족들과 밥 먹는 시간도 없어지고, 여가를 즐길 시간은 더더욱 없는 거죠.”
아이러니한 세상. 가족들과 잘 살려고 하는 일인데, 가족들과 밥 먹을 시간이 없다.
인터뷰하는 내내 김씨는 택배 상자를 오르락내리락했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바람도 잠시. 그것은 ‘사치’가 되고, 한 상자에 700원 정도 남는 돈을 생각하며 하나라도 더 배달하려 안간힘을 쓴다. 한 달에 드는 60만원이라는 기름값을 생각하면서. 그것이 가족에게 가져다 줄 밥벌이의 일부를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에 그는 신발끈을 다시 조였다.
농장을 운영하는 박씨도 힘들다.
“힘들어요. 여기 있는 배추, 상추, 깻잎, 당근, 양파 등. 다 갖다 팔면 뭐해요. 남는 게 없는데. 돈은 죄다 유통 상인들이나 마트가 다 쓸어가죠. 우린 인건비에 관리비, 태풍이나 가뭄이라도 오면 마이너스인 경우가 더 많아요. 왜 이리 값을 올리냐고 뭐라고들 하시는데, 전 값을 올린 적이 없거든요. 저도 궁금합니다. 왜 이리 제 물건들이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지를.”
자글자글한 눈 밑 주름의 박씨는 담배를 뻑뻑 피워댔다.
빨아들이는 속도와 양이, 내어 쉬는 한 숨과도 맞먹었다. 담배는 그만큼 빨리 타 들어갔다.
“그렇다고 이걸 포기하고 딴 걸 할 수도 없고…”
그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대기업 간부인 노 부장.
“그만두고 싶을 때요? 많죠. 아마 신입사원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전 워낙 회사 체질이 아니라. 근데, 다들 회사 체질 아닌 사람들이에요. 여기 있는 사람들 다요. 그런데 회사를 왜 꾸역꾸역 다니겠어요? 다들 먹고살려고 하는 거죠. 대기업 다니니까 살만한 거 아니냐 하시는데, 그렇지 않아요. 월급쟁이가 다 똑같죠. 상사에게 시달리고, 업무에 치이다 보면 정말 내일이 오는 게 두려울 때가 있어요.”
잘 다려진 와이셔츠. 닳고 닳은 구두 뒤축은 그의 허울과 고생을 단번에 보여주었다.
하루만 더 버티자고 외쳤던 신입사원은, 그렇게 부장이 되었다. 생각도 많아지고, 허리둘레도 늘어났다. 머릿속엔 아이들 학원비와, 가족들을 먹여 살릴 고민이 한가득이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누군들 힘들지 않겠어요? 다들 힘들지…!”
체념하는듯한 그의 탄식 섞인 마지막 말에, 그는 스스로 안정을 되찾는 듯했다.
서글퍼 보였지만, 덜 불행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택배기사인 김씨는 양 손에 통닭을 들고 귀가했다. 농장 주인 박씨는 자신이 키운 깻잎에 싸 먹을 삼겹살을 사갔다. 대기업 노부장은 주꾸미 몇 근을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늦은 시간이지만 가족들과 함께 먹을 요량이었다.
힘든 하루를 뒤로 하고, 하루의 고생을 갈아 넣어 맞바꾼 각자의 음식을 들고 그들은 가족들과 함께할 생각에 웃음을 숨기지 못했다.
고단하지만, 밝은 웃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