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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16. 2018

변검술사

직장은 변검술사로 가득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 도전자가 중국의 변검(變瞼) 무대를 꾸몄다.

손을 대지 않았는데 얼굴에 있는 가면이 바뀌었다. 그것도 휙휙. 변검술사는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 하며 무대를 휘저었다. 화려하면서도 능수능란한 그 모습을 경탄하면서도, 한 치의 틈도 보이지 않는 그 모습이 얄밉기도 했다. 한 번 정도는 실수를 하거나, 가면이 어떻게 바뀌는 건지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했었는데.


그런데 생각해보면, 직장인도 '변검술사'다.

온갖 가면을 가지고 출근하며, 그것을 상황에 맞추어 이리저리 바꾸며 살아간다. 심리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이 말한 '페르소나'와도 상통하는 개념. 출근하며 나도 모르게 많은 가면을 주섬주섬 챙겨간다. 그것은 크게 '역할의 가면'과 '감정의 가면' 두 가지다. 직장인, 남편, 아빠, 회사의 직급과 직책 등은 전자의 것이다. 나를 깨는 상사 앞에서 웃지는 못해도 인상을 찌푸려서는 안 되고, 혼자 성과급을 받게 된 사실을 알게 되어도 너무 티 내지 말아야 하는 건 후자에 속한다.


정말 재밌는 사실은, 변검의 기원엔 다양한 설이 있지만 '야생 동물들에게서 생존하기 위해 단장하던 것에서 유래'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직장인은 변검술사와 같이 그 가면을 재빨리 잘 바꾸어야 한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문제는 변검술사와 같이 능수능란하지 못한 때가 있다는 것이다.

제 때 필요한 그 가면을 끄집어내지 못한다던가, 아니면 찌푸린 얼굴을 웃는 가면으로 재빨리 바꿔야 하는데 그 과정이 영 고단하고 어쭙잖다. 시간과 경험이 필요한 순간이다. 수많은 연습과 그러려니 하는 마음가짐도 중요하다.


'가면'을 이리저리 바꾸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가식적'이라 말한다.

하지만 난 '가식적'이란 말을 쓰는 사람들이 더 '가식적'이라 생각한다. 분명, 누구나 다 저마다의 '가면'이 있을 텐데. 그리고 누구나 다 저마다의 '생존'을 위해 살아가고 있을 텐데 말이다. 마치, 나는 '가면'이 없다는 듯이 말하는 사람들은 마음의 거울을 들여다봐야 한다.


런데 '가면'은 때론 용기를 주기도 한다.

가면을 쓰고 나와 노래를 하는 음악 프로그램에서,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가리고는 더 용기를 내어서 노래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물론, '익명성'이라는 가면 뒤에서 잘못된 용기를 이리저리 휘두르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그것을 잘 사용한다면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가면을 이리저리 능수능란하게 바꾼다고 한들 그 속내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변검술사의 가면이 휙휙 바뀌는 그 비법은 잘 몰라도, 그 사람의 얼굴은 그 가면이 아니라는 것쯤은 누구나 안다. 알면서도 놀라움을 표하고, 속아 주면서도 서로를 이해하는 곳. 서로의 가면이 만나 지지고 볶고, 격려하고 위로하는 곳. 열 받고 화나는 일이 있어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가면 뒤에서 숨죽이며 참아야 하는 곳.


직장은 (능숙하거나 어쭙잖은) 변검술사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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