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 사이 = 미지근함
"저 사람은 열정이 지나쳐. 지나쳐도 너무 지나쳐서 문제야"
보통 '열정'은 긍정적 의미로 통한다.
하지만 때론 아닌 경우도 있다. '과유불급'. '열정'도 그 사자성어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모든 일에 열성을 다하고 꼼꼼히 챙기는 팀장이 있었다.
주위로부터 일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었고, 실제로 승진을 거듭하며 승승장구하는 사람. 난 당시 팀원으로서 그분의 진심을 알고 있었다. 전혀 '악의'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열심히 하려는 그 뜨거운 '열정'은 주위 사람들을 데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우리 부서의 일에 대해 보고할 일이 있으면 연관된 부서들의 준비 현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우선 보고하는 식. 우리는 준비가 다 되었지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부서들은 손 놓고 Top management에게 혼쭐이 나곤 했다. 그러면, 그 열정에 덴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저 사람은 너무 열정이 지나쳐, 자기만 회사를 위하는 줄 알지?"란 말을 내뱉곤 했다.
반대로 나는 누군가를 쏘아댄 적이 있다.
"저 사람은 열정이 없어. 없어도 너무 없어서 문제야"
그런데, 뱉어낸 말의 어휘만 다를 뿐.
결국 나도 같았다. 내가 진행하던 프로젝트는 탄력이 붙어서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었다. 성과는 보장된 것처럼 보였다. 열정이 끓어올랐다.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내 열정의 온도와 같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나만의 열정으로, 온도로, 내가 열심히 하는 맛에 취해서 누군가를 쏘아대고 있었을 뿐이다.
냉정과 열정 사이는 '미지근함'이다.
갑자기 여기서 '미지근함'이 왜 나와? '미지근함'은 긍정적인 의미가 아니니까. '냉정과 열정 사이'라고 하면 뭔가 있어보이는데, 그것을 풀어서 '미지근함'이라고 하면 없어보이기도 하니 말이다.
'미지근함'은 이도 저도 아닌 것을 나타내는 말인 듯 하지만, 결국 '냉정과 열정'사이엔 '미지근함'이 있는 것이다. '미지근함'의 미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때론 뜨겁게 열정적으로, 때론 차갑게 냉소적으로 변할 수 있다. '미지근함'을 깔봐선 안 되는 이유다.
우리는 일어나자마자 샤워기를 틀고 '미지근한 물'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냉정과 열정'사이는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그냥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매일을 그렇게 연습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