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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09. 2018

택시

택시 앞에서 직장인은 고뇌한다.

애매한 야근.

퇴근 시간은 이미 지났고, 야간 교통비를 받을 시간은 한참 남았다. 퇴근 시간을 넘어버리는 그 순간부터 몸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가뜩이나 거른 저녁 때문에 남아 있는 힘도 없다. 끼니를 때우고 싶다는 생각보단, 그 시간에 차라리 기어서라도 집에 가고픈 심정이다.


회사 문을 나서면 고뇌는 시작된다.

전철을 탈까. 택시를 탈까. 이렇게 고생한 나 자신에게 택시 한 번은 탈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스스로가 말을 걸어온다. 또 다른 나는 답한다. 전철이 끊긴 것도 아니고,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되지 갑자기 웬 택시 타령이냐고. 오늘은 저녁도 먹지 못했고, 전철역까지 걸어가서 한 번 더 갈아타야 하는 걸 모르냐며 한쪽의 목소리가 커진다. 아니, 1,250원이면 갈 거리를 12,000원, 그러니까 굳이 10배를 주고 가야 하냐며 서로가 아웅다웅한다.


그러는 사이, 난 어느새 발걸음을 전철역으로 향한다.

어쩌면, 회사 바로 앞에서 택시를 탈거였으면 고뇌는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택시를 타도 큰일 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월급이 빠듯하다고는 하지만, 한 달에 택시 몇 번 탄다고 가계가 흔들릴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직장인인 나는, 오늘도 고뇌하고 전철을 택한다.


회식을 마치고 들어가는 길도 그렇다.

맛있는 것을 먹고, 동료들과 그동안 풀지 못한 회포를 풀어서 좋긴 하지만 역시나 몸은 기진맥진이다. 빨리 들어가서 포근한 침대로 점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럴 땐, 회식이 끝난 장소에서 바로 택시를 타고 들어가고픈 욕구가 하늘을 찌른다. 그럼에도 역시나 난, 가장 가까운 전철역으로 걸어간다. 소화도 시키고, 술도 깰 겸. 구실이 참 좋다.


들어가다 문득, 아이들이 먹고 싶다던 것이 떠오른다.

어쩔 때 그것은 과일이고, 또 다른 어떤 때는 통닭이나 과자다. 어느 것이든 고르고 나면 그것은 몇 만원이 훌쩍 넘는다. 그것에는 지갑이 쉬이 열린다. 그것을 한 손, 또는 양 손에 들고 들어가는 그 길이 나는 참 좋다. 그리 잘난것 없는 가장일지 몰라도, 그 순간만큼은 정말로 내가 누군가를 먹여 살리고 있구나란 생각이 든다. 그것을 함께 옹기종기 모여 맛있게 먹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난 또다시 에너지를 얻는다.


택시를 타지 않고 전철 타기를 잘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고달팠던 하루는 그렇게 웃음 지으며 마무리된다.


P.S


아, 업무로 인한 이동은 웬만하면 택시로 이동한다.

택시 기사님들도 함께 잘 먹고 잘 살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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