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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23. 2018

직장인 미스터리

직장인의 삶은 미스터리 그 자체다.

오늘도 직장에선 많은 미스터리한 일들이 벌어진다.


1. 오타


그래, 분명 몇 번이고 자세히 봤다 생각했다.

이메일의 보내기 버튼을 누를까 하다가, 보내기를 취소하고 다시 읽는다. 그래, 이제야 드디어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보내기 버튼을 누르는 순간. '오타' 또는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은 여지없이 망막을 통해 뇌로 전달된다.


*참고로, 요즘엔 이메일 회수 기능도 있지만. 내가 보낸 메일을 잘 읽지 않거나 회신하지 않는 사람이 이런 메일은 1등으로 읽는다.


2. 엑셀 또는 파워포인트 멈춤


중요한 문서를 작성할 때 그것들이 멈추는 것인지, 아니면 그것들이 멈춘 그 순간에 작성하던 것들이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동의하지 않고 멈춰버리는 엑셀과 파워포인트는 괘씸하다. 그것도 건성건성 만들 때는 전혀 그렇지 않다가, 간만에 온 열정과 영혼을 갈아 넣은 심혈을 기울인 마스터피스일 때 꼭 그런다. 평소에 이것들에게 잘해줘야 하나 생각하다가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란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다 멈추면, 다시 내가 잘해야 하나? 란 생각이 든다. 월급쟁이는 비굴하다...)


*비슷한 미스터리로, 꼭 중요한 때 엑셀과 파워포인트는 멈출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상사가 수치를 물어봐서 엑셀을 이리저리 돌릴 때. 보고 차례가 되어 파워포인트를 띄우거나 동영상 파일을 재생할 때. 싸울 수 있다면 그것들과 치고박고 하고 싶다.


3. 웹페이지


Alt-tab 신공이야 많은 직장인들의 필수 능력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정말 아주 잠깐 웹서핑을 하는데 상사가 내 뒤를 지나가는 건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다. 하루 10시간을 넘게 업무 하다가, 정말로 궁금한 기사 하나를 보고 있었을 뿐인데 내 상사는 물론 별로 오지도 않던 더 높은 상사가 나에게 말을 걸어 온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도깨비의 여주인공이 김신을 부르는 마법의 주문도 아니고. 참 나.


*상사에게 승인 요청이 필요하거나, 내가 상사 대신 회의를 들어가야 할 때 다급하게 웹서핑을 하며 상사를 불러(?) 보지만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 이것도 미스터리다.


4. 휴가


나는 분명 오늘 휴가라고 상사에게 말했다. 시스템으로도 반영이 되어 있다. 하지만 상사는 기억하지 못한다. 아침에 '오늘 늦나?, 무슨 일 있나?'란 문자가 온다. 또는, 꼭 내가 없으면 안 되는 일이 생긴다. 저 멀리 높은 부서에서 어떤 보고서를 달라는데, 내가 있어야 하는 건이다. 영화도 보고 책도 읽으려 오래간만에 낸 휴가인데, 꼭 업무용 노트북을 열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역시 휴가는, 남들 놀 때 같이 쉬어야 한다는 게 진리.


5. 식사 약속


오랜만에 동기 녀석과 점심 약속을 잡는다. 갑자기, 임원 분의 팀 중식이 잡힌다. 오랜만에 지인과 저녁 약속을 잡는다. 부서 또는 팀, 담당 회식이 잡힌다.


*그런 게 무서워 약속을 잡지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 야근은 하는구나 참.




직장인의 삶은 미스터리 그 자체다.

일이 싫다고, 꼴 보기 싫은 사람이 있다고, 피곤해 죽겠다고, 조만간 관둬야지 노래하고, 급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서 오늘도 우리는 출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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