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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29. 2018

단지, 직장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단지 직장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다시 일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단지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힘겨울 때가 있다.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내야 한다고 느낄 때. 삶은 버겁고 힘들다. 지독한 외로움,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슬픔과 절망, 무얼 해도 나아지지 않는 지지부진한 순간순간은 가뜩이나 초라한 존재를 더 짓누른다. 왜 태어났는지, 왜 사는지, 어디로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어쩌면, 그것은 모든 존재의 설움이자 숙제이며 숙명이다.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고,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마음부자라 해도 어느 순간 그 힘겨운 순간은 오게 마련이니까. 느끼는 무게가 다를 뿐, 태어난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그렇게 각자의 짐을 짊어지고 살고 있다.


마찬가지로, 직장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럽고 힘들 때가 있다.

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위해 산다고 느낄 때. 월급을 향한 몸부림은 버겁고 힘들다. 지난한 서러움, 이유를 모르겠는 절망과 슬픔 그리고 아픔. 나만 제자리인 것 같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말 그대로 암울한 순간순간은 직장인이 된 자신을 한탄하며 스스로 초라하기를 택한다. 무엇을 하고 있는지, 누구를 위해 하는지, 나는 잘하고 있는 것인지, 다른 것을 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지금 이 순간을 벗어나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하루에도 몇 번씩 솟아 올라 머릿속을 휘젓는다. 분명, 이것은 모든 직장인의 설움이자 숙제이자 숙명일 것이다. 아무리 고액 연봉을 받고, 회사에 미련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직장인'이란 사회적 가면을 쓴 이상 어느 순간 힘겨운 순간은 오고 만다. 단지, 직장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단지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존재는 직장인이 되고, 단지 직장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러운 것들을 또다시 덮어쓴다. 이 무슨 기괴한 운명일까. 나는 그리고 우리는 전생에 무슨 잘못을 한 것일까.


단지, 태어나서 기쁘고 직장인이라서 좋은 점도 많겠지만, 오늘은 어쩐지 힘겹고 서러운 기억만 한가득이다.

좋은 좋다고 말하고, 힘든 건 힘들다고 스스로에게 거짓 없이 말하고 싶다.


이미, 단지 직장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너무 많은 거짓을 말하고 스스로를 억눌러 왔으니까.

그리고, 단지 직장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일어서 앞으로 나아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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