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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테르담 Dec 29. 2018

질문 권력

직장 생활을 하면 할수록 할 일이,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권력은 힘이다.

그리고 그 힘은 대개 직급이나 직책에서 온다. 또는 세월을 좀 더 많이 가진 자들의 것들일 수도 있다. 어차피 직급과 직책은 세월과 비례한다. 완전한 정비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그 방향성은 상통한다. 어찌 되었건, 발생한 권력은 아래로 행사되고, 그것은 세상을 그리고 직장을 굴러가게 하는 힘이 된다. 


우리는 '권력'이나 '힘'에 대해 자지러지게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만, 사실 속내는 그것을 가지지 못해 분주하다.

결국 그것들을 가져야 좀 더 오래 생존할 확률이 높고,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들을 물질적으로나마 풍족하게 해 줄 수 있다는 희망과 바람이 점철되는 것이다. 


때론, 그 권력을 원하지도 않았는데 쥐어지는 경우도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부모가 되듯이, 어느 날 갑자기 상사가 되었을 때 그렇다.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누군가를 거느리고 그들을 건사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것이다. 나 하나 부지하기도 힘든 마당에. 그렇게 우리는 어쩌다 어른이 되고, 끝없이 좌충우돌한다.


권력의 가장 큰 핵심은 '질문'을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면접장의 예를 들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마주 보고 있는 두 존재 중, 권력을 가진 사람은 누굴까. 바로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이다. 질문하는 사람은 그것을 던짐과 동시에 상대를 살핀다. 질문을 받은 사람은 대답을 잘해야 한다. 그것을 잘 해내지 못하면 평가절하된다. 이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 내가 상대를 한 없이 깎아내리는 방법은 참으로 쉽다. 대답을 못할 때까지 질문을 하면 되는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무턱대로 싫어할 순 없으니, 권력을 행사해서 상대에게 질문을 던지고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상대를 폄하하는 것이다.


반대로, 권력에 짓눌리지 않고 잘 대응하려면 '대답'을 잘하면 된다.

쏟아지는 질문에, 한 단계 한 단계 더 집요 해지는 질문에 대답을 잘하려면 내가 하는 일에 집중하면 된다. 최선을 다하고, 이 일은 누구도 아닌 내가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물론, 상식을 벗어난 질문을 해대는 권력자를 만날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엔, 그냥 백기를 드는 것이 낫다. 죄송하다며, 가르침을 달라고 하는 편이 맘 편하다. 권력을 오용하는 사람에게 그리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낼 필요는 없으니까.


더불어, 나는 누군가에게 질문할 때 올바른 질문을 하는지 돌아보기 시작한다.

그것이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질문인지, 상대를 깨우치게 하는 질문인지, 아니면 정말로 내가 궁금해서 하는 질문인지를 가려야 하니까.


직장 생활을 하면 할수록 할 일이,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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