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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계절 Mar 12. 2022

11. 인연의 끈

부활(Resurrection)

여고생의 유서브 채널을 방문한 순간 아델린과 바네사는 놀란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사브리나가 들려주는 영화 속 세상 이야기”라는 타이틀과 함께 사브리나가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 첫 화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사브리나'라는 이름과 얼굴을 확인한 순간, 4개월 전 사고 나던 날 아침 여고생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믿을 수 없을 만큼 질긴 인연의 끈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어, 어떻게.. 이렇게 인연이 이어질 수 있죠?” 


아델린의 머릿속에서는 4개월 전 교통사고부터 시작하여 분실된 UWB 드라이브 스틱 습득 --> 혼수상태에 빠진 래너드 --> 바네사와의 조우 --> 공모전 당선 --> 위플렉스 채널 개설 --> 사브리나의 배우 지원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책장을 넘기듯 빠르게 흘러 지나갔다.


그리고, “사브리나가 횡단보도를 1초만 늦게 건넜더라면....?”으로 생각의 가지가 뻗어 나가자 래너드가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거라는 기쁨보다는, 바네사를 만나지 못했을 거라는 아쉬움이(래너드에게는 미안하지만) 더 크게 느껴졌다.


“아델린,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게 하는 거예요?”


자신의 불손한 생각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 호탕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 이런 인연은 일부러 만들려고 해도 어려울 듯해요. 저 하늘 위의 누군가가 미리 정교하게 짜 맞춰 놓은 퍼즐 조각처럼 말이에요...”

“사브리나도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아마도 놀라 자빠질걸요~~ㅎㅎ”


놀라움이 진정되자, 사브리나의 유서브 채널에 올라와 있는 영상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1) 20세기 영화 소개 : 햄릿, 로마의 휴일, 클레오파트라, 에이리언, 쉰들러리스트, 콘택트... 

2) 21세기 영화 소개 : AI, 매트릭스, 뷰티플 마인드, 인터스텔라, 아일랜드, 더서클, 공각기동대....

3) 유명 배우들의 연기짤 모음 : 오드리 햅번, 엘리자베스 테일러, 시고니 위버, 조디포스터, 엠마왓슨...

4) 사브리나의 출연작 모음 : 소녀심판(중3학예회), 이스케이프(고1페스티벌), 루시퍼(고2페스티벌).....

5) 사브리나의 성장 노트 : 발성연습, 표정연습, 감정표현연습, 몸동작연습, 유명배우따라하기...

 

“우와 정말 대단한데요. 구독자 수 10만 명에, 영상이 500개가 넘네요.. 매주 2개씩 5년 이상 꾸준히 올렸다는 얘긴데...”


영화 소개 코너에 올라온 영상들은 그 수도 많았지만, 영화를 소개하는 사브리나의 내레이션과 플롯에 숨겨진 의미를 분석하는 능력은 유명 영화 평론가 못지않을 정도로 전문적이면서 날카로웠다. 성장 노트에 올라온 영상들에는 배우가 되기 위한 사브리나의 치열한 노력이 담겨 있었다. 청순한 소녀, 왈가닥 아가씨, 여전사, 커리어우먼, 천체물리학자, 사악한 악녀, 비련의 여인, 대통령, 발레리나 등 장르와 역할을 초월한 전천후 여배우가 되려는 열정과 노력을 가감 없이 볼 수 있었다.


실수하는 장면, 기뻐하는 장면, 실의에 빠진 모습이 편집 없이 그대로 담겨 있어, 오히려 더 친근함과 다독여주고 싶은 모성애를 불러일으켰다.중고등학교 페스티벌에 출연한 작품 영상에서는 아직 아마추어 티를 벗진 못했지만, 해가 거듭나면서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동안 넋이 나간채로 영상을 훑어보던 바네사가 오랫동안 참고 있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니, 이게 다 뭔가요? 이 많은 영상들을 '사브리나'가 혼자 다 만든 거예요? 햐... 이런 고품격 영상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대단해요... 바네사 윈슬리 역을 맡을 충분한 자격이 있어요... 아델린, 나는 이 아가씨가 정말 맘에 들어요. 벌써 팬이 되어 버렸는 걸요 ㅎㅎ”


“그렇죠 여사님?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진흙 속에 숨겨져 있던 보석을 찾은 듯해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델린과 바네사는 사브리나의 영상에 빠져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브리나의 유서브 채널을 빠져나온 아델린과 바네사는 놀랍고도 신비로운 인연의 끈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여사님, 사브리나한테는 제가 내일 아침에 연락하도록 할게요. 이제 위플렉스 채널을 한번 확인해 볼까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배역에 지원을 했을지 정말 궁금해요ㅎㅎ”


사브리나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위플렉스 채널 ”래너드 스티븐의 올 조인 레드 카펫”에 접속하는 순간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우와우, 불과 하루 사이에 이렇게 많은 지원자들이 몰려올 줄이야... 여사님 완전 대박이예요, 대박”


Across the time”에 등장하는 주연급 배역 4개는 40:1, 조연 배역 6개는 75:1, 단역 배역 20개도 100:1 이 넘는 엄청난 경쟁률이었다. 믿어지지가 않아 페이지를 다시 리프레시해 보았는데 결과는 그대로였다.


“아델린, 지난번 공모전 수상의 덕을 본 것 같네요. 이 많은 지원자들 중 옥석을 가리려면 한 달은 넘게 걸릴 것 같아요”


지원자들의 이름을 한번 쓰윽 훑어보니 휴 노랜트 주니어, 디콜 키스먼 2세, 로널드 슈바제네거 주니어, 제니스 로렌과 같은 쟁쟁한 유명 배우, 연기자들도 눈에 띄었다.


“여사님, 전 세계 유명 배우들까지 이렇게 지원할 줄은 몰랐어요. 휴 노랜트 주니어가 래너드 역을 맡으면 딱 일 것 같은데...”


“그래도, 우리가 공모전 시상식에서 얘기했듯이 무명 배우들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원칙을 깨뜨리면 안 될 것 같아요. 더구나 우리의 첫 작품이니까요...”


“주연과 조연은 100% 무명 배우로 해요. 기성배우들은 카메오 출연까지는 10% 범위 내에서 허용하는 것으로 하고요..”


"네, 저도 여사님 의견에 동의해요 헤헤"


아델린이 바네사의 의견에 따라 기본 원칙을 입력하고, 위플렉스 앱의 배우 선정 알고리즘을 돌리자 순식간에 그 많던 지원자들이 손에 꼽을 정도로 선별되었다.


“여사님, 이 정도면 우리가 최종 선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아요.”


“아델린, 최종 배역 선정은 나하고 사브리나가 함께 했으면 하는데 어때요?”


“네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여사님의 작가로서의 신비안과 사브리나의 전문성이면 충분히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봐요 ㅎㅎ”


2038년 8월 11일 9시 05분


“네 사브리나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래너드 스티븐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래너드 작가님”


“어제 사브리나의 유서브 채널을 봤는데, 정말 대단했어요. 사실, 감동했습니다.”

“그래서, 사브리나에게 바네사 윈슬리 역을 맡기기로 했어요. 잘 부탁드려요 ㅎㅎ”


“어머나, 정말이에요? 진짜죠? 우와 정말 믿기지가 않아요. 저, 진짜 열심히 해서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네, 저는 사브리나가 잘 해낼 거라 믿어요. 아, 그리고 사브리나가 나머지 배역 선정하는 것도 좀 도와줬으면 해요”


“제가요? 연기 초보자인 제가요?”


“네, 바네사 윈슬리 여사님이... 아, 아니.. 제가 생각하기에 바네사 윈슬리 역을 맡은 사브리나와 호흡도 잘 맞아야 되고, 사브리나가 영화 소개를 하면서 쌓아온 전문성이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아델린은 앗차 싶었지만, 재빠르게 말을 돌려 이어 나갔다.


“사실, 저는 이제 겨우 초보 작가 딱지가 떨어지려 하고 있어요. 그리고, 배우 선정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 잘 모르겠거든요..그래서, 사브리나가 도와주면 정말 좋겠어요.”


“아 네, 래너드 작가님이 그렇게 생각해 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ㅎㅎ”


그날 오전, 아델린은 사브리나와 위플렉스 앱의 배우 오디션 메뉴에 접속해서 3시간 동안 지원자들의 프로필과 영상을 살펴보며 꼼꼼하게 배우 선정 작업을 진행했다.

래너드 역에서 다소 의견이 엇갈렸지만, 바네사 윈슬리 여사의 마법과도 같은 신비안이 어필되면서 최종 배우 선정이 완료되었다.


*주연 배우 최종 선정자 명단* 

1) 바네사 윈슬리 역(비운의 작가, 42세) - 사브리나 페어차일드(19세, 벨기에, 유서버, 배우지망생) 

2) 클라리사 본 역(바네스 윈슬리 작품속 여주, 42세) - 마리아 버튼(35세, 영국, 연극 배우)

3) 로라 브라운 역(래너드 스티븐 작품속 여주, 63세) - 리브 헬렌(50세, 미국, 평론가, 단역전문배우)

4) 래너드 스티븐 역(작가 지망생, 20세) - 카롤리 아즈테크 주니어(24세, 헝가리, 작가겸 배우 지망생)


“휴우~, 이제 다 끝났네요. 사브리나 오랜 시간 고생 많았어요”


“네, 래너드 작가님도 고생 많으셨어요. 근데 이거 너무 재밌네요ㅎㅎ”


“래너드 작가님 역할로 '카롤리 아즈테크 주니어'을 선택한 건 정말 신의 한수인 것 같아요. 제가 지목했던 '휴 노랜트 쥬니어' 보다 훨씬 나아요.”


아델린은 “네, 다 바네사 윈슬리 여사 덕이예요”라고 말하고 싶은 걸 이번엔 간신히 참아 내었다. 


사실, 배역 선정의 대 부분은 바네사 여사의 의견이 크게 작용했다. 역시 20세기 최고의 작가답게 캐릭터 해석 능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날카롭고 정확했다. 


처음엔 사브리나가 제안한 '휴 노랜트 주니어'에 래너드도 큰 이견이 없었다. 그때, 바네사 윈슬리가 아델린에게 귀속말로 속삭였다. 


“아델린, 휴 노랜트 주니어도 크게 나쁘진 않은데, 래너드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귀티가 나는 것 같지 않아요? 작품 속에서 래너드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났고, 서아시아 혈통을 이어받았잖아요? 제가 딱 맞는 배우를 찾았는데 한번 비교해 볼래요?”


“여사님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그렇네요. '휴 노랜트 주니어'는 앵글로 색슨 혈통에다가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나서 래너드의 이미지하고는 좀 거리가 있네요. 그리고, 아버지가 유명 기성 배우라서 우리가 정한 원칙에도 벗어나고요. 여사님이 찾았다는 배우는 누구인가요?”


“'카롤리 아즈테크 주니어'라는 배우예요. 지원자 중에서 래너드의 이미지와 가장 비슷해요.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것도 똑같고, 서아시아 혈통이에요. 올해 초부터 배우로서 활동을 시작한 따끈따끈한 신인 배우이기도 하고요.”


바네사의 말을 듣고 '카롤리 아즈테크 주니어'의 사진과 이력을 살펴본 래너드는, 무릎을 치며 감탄했다. 외모도 자신과 비슷하고, 굴곡진 성장 과정도 판박이 었다.


“완벽해요. 역시 여사님의 작품 속 인물을 해석하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 같아요. 대단해요”


사브리나도 아델린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해주어 배우 선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자, 영상 제작은 조금 쉬었다가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마도 오늘 저녁이면 완료될 것 같아요”


“영상제작이 완료되면 제 인공지능 비서 아델린을 통해서 알려드릴게요”


“네 알겠어요 작가님. 제 인공지능 비서 캐슬린에게 연락 주시면 돼요. 아주 기대돼요ㅎㅎ”


사브리나와 헤어지자, 아델린은 그제야 바네사 여사에게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었다. 


“여사님, 고생했어요. 정말 최고예요”


“에이 무슨 고생은요. 저도 너무 재밌었어요. 그리고, 세상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참, 지난번 루치안 아들러 연구소에서 UWB 분실 기사가 났었는데, 우리 이제 한번 연락해 봐요”


“네, 안 그래도 제가 어젯밤에 연락했어요. 조만간 연락이 온다고 하니 그때까지 기다려 봐요”


잠시 동안 각자의 시간을 보낸 아델린과 바네사는 곧바로 영상 제작을 시작했다.

우선, 시나리오의 등장인물들과 배우들을 매칭 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주연급 배우들 외에도 조연 및 단역 배우들까지 매칭 하려니 시간이 제법 걸렸다. 매칭 작업 후 최종 검증 프로세스를 돌리면서 일부 배우들은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주연 배우들은 변동이 없었지만, 단역 배우들 중 일부는 등장인물들의 콘셉트와 살짝 어긋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배우 매칭이 완료되고 나자, 드디어 영상 제작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며 Progress Bar에 영상 제작 진행 상태가 표시되었다.


“총 10회 차 분량 중 1회 차 영상 제작이 진행 중입니다. 1회 차 영상 제작은 1분이 소요될 예정이며, 10회 차까지 완료 예상 시간은 12분입니다.”


김우현 대표가 만든 위플렉스 앱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런타임 2시간이 넘는 영화를 불과 10분 만에 완성한다는 것이 대체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도대체 어떤 신기술과 알고리즘이 적용된 것일까...


경외감에 흠뻑 빠져 있는데 12분이 후딱 지나 영상 제작이 완료되었다는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Across the Time'의 모든 Scene에 대한 영상 제작이 완료되었습니다. 소요된 시간은 총 12분 13초입니다.”

 

아델린은 기대 반 걱정 반 뒤섞인 감정을 품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샘 라이더의 Tiny Riot 이 배경 음악으로 깔리고.. 커다란 자명종 시계의 바늘이 시계 방향으로 또는  반시계 방향으로 제멋대로 돌아가고 있다... 바네사와 래너드 두 작가가 앉아 있는 공간은 시곗바늘의 움직임에 따라 가까워지고 멀어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오프닝 화면을 지켜보던 아델린과 바네사는 웅장함과 경외감이 교차하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상상했던 모든 것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엄청난 영상이었다. 19살에 불과한 사브리나는 42살의 바네사 윈슬리로 완벽하게 녹아들어가 절정의 연기력을 보여 주었다. 영상이 플레이되는 2시간 20분 동안, 아델린과 바네사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영화 속 세상에 흠뻑 빠져 있었다. 시공을 초월하며 두 작가가 소통하는 장면, 하나의 작은 사건이 나비효과가 되어 등장인물들의 삶이 변화되는 모습은 제한된 시간 내에 정교한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것처럼 카타르시스를 안겨 주었다. 다음에 어떤 장면이 펼쳐질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었고, 손에는 계속 땀이 나서 식을 줄 몰랐다.중세 가톨릭 시대 그레고리오 신비주의 음악이 엔딩 음악으로 흘러나오고 한참이 지나서야 아델린과 버지니아는 영화 바깥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우와, 이거 어떡하죠 여사님? 너무 대단해서 말이 나오지 않네요... 작가님의 작품을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해석할 수 있죠?”


“아... 네.. 저는 제가 쓴 시나리오가 아닌 줄 알았어요. 원작보다 200배나 더 훌륭한 고 퀄리티 영화로 만들어 내었네요...”


“여사님, 이거 완전 대박 날 것 같은데요? 놀라워요, 정말 놀라워요."


둘의 흥분된 마음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아델린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완성된 영상을 위플렉스 채널에 업로드했다. 그리고 곧바로 사브리나의 인공지능 비서 캐슬린에게 연락하였다.


“캐슬린, 저는 래너드예요. 아.. 아니 래너드 비서 아델린이에요” 


“안녕하세요 아델린, 사브리나에게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이렇게 연락받게 되니 반갑네요ㅎㅎ”


“아 네.. 방금 전 위플렉스 앱에 영상을 올렸으니 사브리나에게 확인해 보라고 얘기해 줘요”


“네 알았어요 아델린, 사브리나가 래너드 작가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얘기해 달랬어요.”


“아 무슨 그런 말을 요. 감사는 오히려 저희가 해야죠. 제가 봤을 때 사브리나는 충분히 자격이 있어요.” , “안 그래요 여사님?(아델린은 바네사와 비밀 모드로 대화하는 설정이 꺼져 있는 줄 미처 인식하지 못했다)”


“네, 당연하죠. 사브리나는 최고예요 최고(바네사도 비밀 모드가 풀려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캐슬린은 아델린이 지금 누구한테 얘기하고 있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었다.


“아델린, 여사라니 누구를 얘기하는 거예요? 그리고 혹시 지금 다른 사람하고 같이 있는 거예요?”


아델린은 그제야 비밀 대화 모드가 꺼져 있다는 걸 알아챘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웠다. 


“아.. 그.. 그게... 작품 속 주인공인 바네사 여사님께 제가 가상으로 물어보고 답 한 거예요. 하하. 하하하”


“아 그랬군요. 정말 바네사 여사님 목소리하고 똑같아서 전 또 누가 같이 있는 줄 알았네요”


아델린은 더 이상 대화를 계속하다가는 큰일 날 것 같아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캐슬린, 그러면 저는 이만 끊을게요. 사브리나에게 꼭 연락 달라고 해 주세요~”


아델린이 재빠르게 머리를 굴려 상황을 모면하는 것 같았으나, 캐슬린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석연치 않은 부분이 직감적으로 느껴졌다. 


“(혼잣말로) 음.. 분명히 누구랑 같이 있는 것 같은데... 이미 죽은 바네사 윈슬리 여사가 살아날리는 없고..그리고 아델린이면 여자 인공지능 앱인데, 왜 처음 목소리는 남자 같이 들렸지?....분명 래너드 작가의 목소리가 들렸었는데...아무래도 이거 여러모로 수상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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