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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계절 Mar 01. 2022

10. 사브리나의 데뷔

부활(Resurrection)

아델린은 또다시 요란한 불 빛을 내며 반짝이는 시계 액정의 몸부림을 외면하려고 했지만, 그칠 줄 모르고 퍼져 나오는 울림에 백기를 들고 다시 한번 목소리를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네, 래너드 스티븐입니다.”


“안녕하세요. 대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아, 네 감사합니다. 어디 방송국이죠? (네덜란드 악센트를 쓰는 것으로 볼 때 영국 기자는 아닌 것 같았다) 제가 지금은 인터뷰할 여력이 안되니 1주일 뒤에 다시 한번 연락 주시겠어요?”


“저, 그게 아니고.. 위플렉스 채널에 올라온 배우 모집 공지를 보고 연락드리는 거예요..”


방송국 기자는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그러자, 반가운 마음으로 감정의 메모리 가득 워졌다.


“아 그렇군요. 저는 또 기자님으로 착각했네요.ㅎㅎ 반가워요~ 혹시 희망하는 배역이 있나요?”


“네, 버지니아 울프 역을 맡아보고 싶어요”


작품의 주인공 역을 맡고 싶다는 요청이 당돌스럽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감의 표현이라 생각하니, 지원자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는 궁금증이 생겼다.


“실례되지 않는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그동안 출연했던 작품에 대해서 들어 볼 수 있을까요?”


“네, 저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고, 영화 감상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어요.”


“사실, 출연했던 작품은 영화 동아리에서 1년에 한 번 학교 페스티벌을 준비하며 만든 단막극 출연이 전부예요... 기성 배우보다는 신인 배우를 찾는다고 하셔서....”


답변을 듣고 나니, 출연했던 작품을 알려달라는 질문이 괜스레 미안해졌다. 차라리 지원 동기를 물어보는 게 더 나았을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네 맞아요. 저는 기성 배우보다는 열정적이고 발전 가능성 있는 신인 배우를 더 환영합니다.ㅎㅎ”


“특별하게 버지니아 울프 역에 관심이 있는 이유가 있을까요?”


“아 네, 이유는 바로....”

(열흘 전) 2038년 7월 31일 00시 10분


(사브리나) “여러분, 오늘은 영국 최고의 소설가 중 한 명인 '제인 오스틴'의 폭풍의 언덕을 감상해 보았습니다. 재미있게 보셨나요?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구독자 A) “아, 네 제인 오스틴도 훌륭한데, 영국 최고의 작가를 꼽으라면 저는 샬럿 브론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구독자 B) “음. 저는 반대예요. 영국 최고의 작가는 버지니아 울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독자 A) “무슨 소리예요. 당연히 영국 최고의 작가는 샬럿 브론테죠. 그녀가 쓴 제인 에어는 요즘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베스트셀러인 거 몰라요? 200년 전에 쓰인 소설임에도 우리의 여주인공 제인 에어는 세상에 당당하게 맞서잖아요? 여성에 대한 보수적인 관념이 지배적인 그 시절에 어떻게 그런 스토리를 엮어 내었는지 정말 존경스러워요” 


(구독자 B) “페미니스트 하면 버지니아 울프가 최고죠! '자기만의 방', '등대로', '댈러웨이 부인' 등 쓰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가 된 거 모르시나요? 책만 쓴 게 아니라,, 당당한 여성의 사회 활동을 독려하는 강연 활동을 또 얼마나 많이 했다고요. 영국 최고의 작가는 버지니아 울프입니다.”


(사브리나) “아, 네 제 생각에는 두 분 모두 훌륭한 작가인 것 같아요.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우열을 가리는 건 좀 힘들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그리고 또, 시간이 너무 초과되어서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는 것으로 해요 ㅎㅎ”


(사브리나)“여러분, 그럼 오늘 영화 소개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좋아요와 구독 눌러주시는 거 있지 마시고, 저는 다음 주 이 시간에 또 찾아뵐게요. 안녕~~”


일주일에 한번 있는 실시간 방송은 역시 어렵다. 사전에 영화 소개 영상을 미리 편집하고, 스크립트까지 준비했지만.. 구독자들이 실시간으로 참여하며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오거나 논쟁이 벌어지기라도 하면... 아무리 베테랑 진행자라도 준비한 시간을 훌쩍 넘길 수밖에...


“캐슬린, 오늘 방송은 유난히 힘들었던 것 같아. 무려 20분을 초과해 버렸네”


“그러게 말이야 사브리나. 우리의 열혈 구독자 두 분이 갑자기 최고의 작가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바람에... 사실, 다른 참여자들도 은근히 논쟁을 즐기는 것 같았거든ㅎㅎ”


“맞아, 그래서 나도 방송을 끊지 못하겠더라고... 사실 나도 논쟁이 흥미롭기는 했어 ㅎㅎ”


“샬럿 블론테 vs 버지니아 울프”


“캐슬린이 볼 때는 누가 더 위대한 작가인 것 같아? 난 배우 외에는 문외한이라서...”


사브리나의 질문에 캐슬린의 알고리즘이 돌아가는 동안 잠시 침묵이 흘렀다.


“사실, 나도 영화와 연기지도 모드에 특화된 상태라 작가에 대한 분석이 조금 낯설기는 한데... 아무튼 내가 수집한 데이터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두 작가 모두 상당한 공통점이 있는 걸 발견했어”


“우선, 각각 19세기와 20세기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라는 점.”


“그리고,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다는 점. 샬럿은 39세의 나이에 임신한 상태에서 결핵으로... 버지니아는 20년을 더 살았지만 강물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


“그리고, 비유와 은유를 이용한 언어의 마술사라는 점... 내가 작품 몇 개를 빠르게 읽어봤는데, 어떻게 언어를 이렇게 풀어낼 수 있는지 정말 놀라워.”

[오른쪽으로는 주름 잡힌 진홍빛 커튼 자락이 시야를 가렸다. 왼쪽으로는 맑은 유리창이 있어 음산한 11월 날씨에서 날 보호해주었다. 완전히 차단하지는 않은 채로. 때때로 난 책장을 넘기며 그 겨울 오후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멀리로 안개와 구름이 창백하게 빈 배경을 이루고 가까이로는 태풍에 시달린 관목과 축축한 잔디의 풍경이 펼쳐졌다. 한참을 불어댈 애절한 돌풍에 앞서 비가 줄기차게 퍼붓고 있었다. -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중에서 -]


[그녀는 고개를 들어 - 도대체 귀염둥이 막내가 왜 이러는 걸까? - 방 안을 둘러보았고, 의자들이 눈에 띄자 형편없이 낡았다고 생각했다. 의자들은 속이 다 터져서, 며칠 전 앤드루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 내장이 바닥 곳곳에 널려 있었다. 하지만 좋은 의자를 사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겨우내 집을 관리할 이라고는 노파 하나뿐이니 습기가 차서 금방 망가지고 말 텐데? 신경 쓰지 말자.. -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 중에서 -]


“어때 대단한 것 같지 않아?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두 작가와 같은 환상적인 묘사와 에스프레소의 크레마처럼 퍼져나가는 의식의 흐름을 표현해내지 못할 거야”


사브리나는 캐슬린이 말하는 것 중 절반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작가들은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 그들의 정신세계는 미쳤다)


“사브리나, 다음 주에 소개할 영화는 어떤 걸로 할지 정했어?”


“물론 정했지. 오늘 우리의 열혈 구독자들이 논쟁했던 작가와 관련된 작품으로 하려고 해. 캐슬린이 한번 알아봐 주면 좋겠어~”


“그래 알았어 사브리나. 그건 그렇고 요즘 위플렉스 앱이 엄청나게 뜨고 있는 거 알지? 유O브에서 위플렉스로 갈아타려는 크리에이터들이 많나 봐”


“응, 나도 알고 있어. 나처럼 배우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좋은 기회라고 들었어. 우리 한번 어떤 작품들이 올라와 있는지 볼까?”


사브리나는 위플렉스 앱에 접속해서, 크리에이터들이 등록한 작품 목록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낯익은 유명 작가, 영화 시나리오 감독들의 이름도 보였고, 전혀 모르는 생소한 이름도 보였다.


“캐슬린, 나 같은 배우 지망생도 참여 가능한 작품 리스트만 따로 보여줘”


그러자, 배우 지망생도 참여 가능한 작품 목록이 가장 최근 등록 일자 순으로 디스플레이되었다.

2038.7.31 00:01 - 'Across the time (feat. 영적 교감의 근원을 찾아서)” - by 래너드 스티븐
2038.7.30 23:40 - 'Lord of the house” - by 줄리아 해밀턴
2038.7.30 23:10 - 'Final winner” - by 막달리나 그리샴
2038.7.30 22:28 - '수수께끼” - by 박찬억
2038.7.30 21:57 - 'Into the ocean” - by 그레고리 막심

그러자, 사브리나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맨 첫 번째 작품의 오른편 끝으로 향하였다.


“래너드 스티븐?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캐슬린 혹시 기억나는 거 없니?”


“응 맞아, 4개월 전에 택시 사고 났을 때 병원에 실려간 청년하고 이름이 같아”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자, 송송 땀방울이 맺히려는 듯 땀구멍이 가려워지기 시작했다.


“근데, 이름만 같을 수도 있으니까.. 그나저나 어떤 작품인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

제목 : Across the time (feat. 영적 교감의 근원을 찾아서)

주요 등장인물:
1923년 - 버지니아 울프(비운의 작가, 42세)
1961년 - 클라리사 본(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속 여주인공, 42세)
1999년 - 로라 브라운(래너드 스티븐의 작품 속 여주인공, 63세)
2037년 - 래너드 스티븐(작가 지망생, 20세)

시놉시스:
20세기를 살았던 비운의 작가(버지니아 울프), 21세기를 살고 있는 작가 지망생(래너드 스티븐). 두 작가 모두 의식의 흐름에 따라 글을 전개하는 동일한 기법으로, 각 자의 시대에서 작품을 집필 중이다. 두 작가가 실세계의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작품을 집필하는 38일 동안 이야기가 전개되며, 놀랍게도 각각의 작품 속 주인공도 허구의 세계에서 38년이라는 시간을 가로질러 운명적인 소통을 하게 된다.

실세계와 허구의 세계를 나누는 공간 차원의 경계, 20세기와 21세기를 나누는 시간 차원의 경계. 두 작가의 펜 끝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시공간의 경계를 초월한 영적 교감을 통해 작품을 쓰는 작가의 삶과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삶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놀라운 영적 교감의 근원은 과연 무엇인가? 작품의 마지막 장을 덮을때 소름 돋는 놀라운 반전에 경악하게 될 것이다.

“어, 등장인물에 버지니아 울프와 래너드 스티븐 본인이 나오네?”


“시놉시스도 매력적이고, 괜찮은 것 같은데. 어때 캐슬린?”


“응, SF 판타지가 난무하는 요즘 작품과는 다른 것 같아. 뭔가 복고적이면서도 신비스러운 요소가 적절히 조합되어 있어. 이 정도면 21세기 출간된 그 어떤 작품보다도 뛰어난 작품성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데... 도대체 누가 이렇게 뛰어난 시나리오를 쓴 거지?”


캐슬린은 접근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21세기 유명 작가 인명부를 다 뒤져봤는데, 이런 기풍으로 활동하는 작가는 못 찾겠거든?”


“그래? 아무튼, 난 이 작품이 마음에 들어. 그리고 잘은 모르겠는데 왠지 버지니아 울프 역이 끌려. 캐슬린, 버지니아에 대해서 한번 알아봐 줘~~”


(버지니아 울프의 유년 시절) 

“1882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가 평론가이면서 학자였어. 그러다 보니 어릴 적부터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네. 그런데, 슬프게도 부모님이 모두 일찍 세상을 떠나버렸어. 게다가 어릴 적에 의붓 오빠에게 성추행을 당한 경험까지 더해지면서 정신 질환증을 앓게 되었다고 해. 불쌍하다.”


(버지니아 울프의 성년 시절) 

“24살 때부터 대학교에서 야간 강의를 하며 <타임스> 같은 잡지에 비평을 기고하기 시작했네. 이후 젊은 지식인들의 모임( '블룸즈버리 그룹')의 동료인 래너드 울프와 결혼했어. 근데 정신 질환 증세가 더 악화되어 결혼 이듬해에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자살을 시도했었데.. 정신 질환 증세는 정말 치료가 어려운가 봐...”


(남편의 전폭적인 지원)

“남편 래너드는 버지니아를 위해 수동식 인쇄기를 구입해서 출판사를 직접 설립해 주었데. '호가스 출판사'라고, 여기서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대부분을 출간했다고 해. 정말 대단한 남편인 것 같아.”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적 작품) 

“34살 때 첫 작품 '출항'을 시작으로, '벽위의 자국', '밤과 낮', '제이콥의 방'을 연이어 발표하며 소설가로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대. 그리고, 44살 때 출간한 '델러웨이 부인'은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고 해. 그녀만의 독틍한 기풍인 '의식의 흐름' 기법이 절묘하게 가미된 작품이었어. 특히 48살 때 출간은 '자기만의 방'은 페미니즘의 교과서로 지금도 추앙받고 있을 만큼 유명해. 그리고 그거 알아? 2002년에 개봉한 영화 '디 아워스'가 버지니아 울프와 그녀의 작품 '댈러웨이 부인'을 소재로 삼았다고 해. 그 당시 버지니아 울프 역을 했던 '니콜 키드먼'은 이듬해 여우주연상을 타기도 했어. 영화는 사브리나가 전문가이니 잘 알고 있는 내용이지?”


(버지니아 울프의 말년)

“58살 때 2차 세계대전이 터졌어. 가뜩이나 예민한 성격인 아내를 위해, 래너드는 영국 교외의 우즈 강 근처 별장으로 이사를 했어. 그런데도 증상은 계속 악화되었고, 의사와 상담을 하고 돌아온 다음날 산책을 떠난 버지니아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고 해.”


(남편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

“사랑하는 당신께 말하고 싶은 게 있어요. 당신은 내게 완전한 행복을 주었다는 것을요. 그 누구도 당신보다 잘해줄 수는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나의 광기가 당신을 삶을 소모시키고 있어요... 이 병이 오기 전까지는 우리는 완벽하게 행복했어요. 모두 당신 덕이예요. 아무도 당신만큼 잘해주지는 못했을 거예요....”  


캐슬린으로부터 버지니아의 생애와 성격, 작품 활동한 내용을 듣고 나니, 더욱더 그녀에 대한 애착이 높아졌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당당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왕성한 강연 활동과 작품 활동을 한 버지니아의 모습에서 사브리나가 추구하는 당당한 커리어 우먼의 이미지가 오버랩되었다.


“사브리나, 8월 10일에 위플렉스에서 주관하는 시나리오 공모전 시상식이 있는데 우리 한번 참석해 보자. 아마 래너드도 작품을 출품했을 것 같아..”

 

2038년 8월 10일 14시 30분


방금 전 위플렉스 시나리오 공모전 시상식을 마치고 나온 사브리나는 흥분된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캐슬린, 역시 네 예상이 맞았어. 래너드 스티븐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 반신불구를 극복하고 그렇게 엄청난 작품을 쓰다니 말이야...”


사브리나는 래너드 스티븐의 작품에 출연하겠다는 의지가 더욱더 굳건해졌다. 지금이 아니면 영영 기회를 놓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망설임 없이 래너드에게 연락했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blue birds fly...”


오즈의 마법사 OST가 한참 들려오는 동안 래너드는 응답하지 않았다. 아마도 수상 소식을 들은 지인과 기자들 연락을 받느라 정신이 없는 듯하였다.


두 번, 세 번 연락을 시도하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노래 가락에 맞춰 흥얼거리고 있었다.


“Somewhere over the rainbow, blue birds fly...”


마법의 나라 Wonderland에 살고 있는 래너드를 찾아 모험을 떠난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한참 동안 상상의 세계에 빠져 있는데,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래너드 스티븐입니다.”


드디어 연락이 닿았다는 반가운 마음은 바로 떨림과 긴장감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어떤 대화를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을 놓고 있는 순간 래너드 스티븐의 질문이 또렷하게 사브리나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특별하게 버지니아 울프 역에 관심이 있는 이유가 있을까요?”


사브리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뻔뻔스러울 정도로 당당하게 답변이 튀어나왔다.


“네, 이유는 바로 제가 그 배역에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제가 잘할 수 있어요. 꼭 해야만 해요”


너무도 당당하고 당돌한 답변을 들은 아델린은 순간 벙어리가 된 듯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그 순간, 사브리나의 답변이 이어졌다.


“제 꿈은 오브리 햅번과 같은 청순한 이미지에 엘리자베스 테일러처럼 당당한 매력을 가진 카멜레온 같은 배우가 되는 거예요.”


그동안 조용히 있던 버지니아가 아델린에게 속삭이며 말했다.


“아델린, 나 이 아가씨가 참 맘에 들어요. 우리 수락하도록 해요”


버지니아의 의견에 확신을 얻은 아델린은 흔쾌히 사브리나의 제안을 수락했다. 대신, 너무 쉽게 수락하면 가벼워 보일지 모르니 조건을 하나 붙였다.


“네 좋아요. 당당함과 자신감이 참 마음에 드네요. 제가 생각하는 작품 속 주인공의 이미지와 너무나도 잘 맞는 것 같아요. 학교 발표회 영상 링크를 알려주시면, 제가 한번 검토해 보고 내일까지 최종 답변을 드릴게요.”


“네 정말 감사합니다. 저를 뽑아 주시면,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연락 기다릴게요”


통화를 마치고 난 아델린은 이름을 물어보는 것을 깜빡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내 정신 좀 봐요, 여고생 이름을 물어본다는 것을 깜빡했네요. 우리 작품의 첫 번째 배우를 선택한다고 생각하니 저도 좀 긴장을 했나 봐요 ㅎㅎ”


곧 사브리나로부터 유 O브 링크가 도착했고, 링크를 접속한 아델린과 버지니아는 생각지도 못한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심장으로 흘러가는 피의 흐름이 멈춘 듯한 전율에 휩싸였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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