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Resurrection)
(공모전 마감 5분전) 2038년 7월 30일 23시 55분
“여사님,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아요. 제가 접근할 수 있는 인류 역사의 모든 작품 데이터와 비교해 보아도 여사님의 환상적인 터치가 더해진 이번 작품을 능가하는 건 없네요..ㅎㅎ”
“래너드와 제가 그토록 갈망하던 아쉬움의 빈자리를, 이렇게 쉽게 매워놓으시다니... 너무 대단하세요..”
“아.. 너무 과분한 칭찬이에요 아델린.. 나는 그저 내 머릿속 의식의 흐름이 닿는 곳에서 등장인물의 심리와 행동을 끄집어냈을 뿐인걸요..”
“그러니까 더 대단한 거예요. 제 알고리즘으로는 절대 여사님 머릿속에서 무한하게 뻗어나가는 의식의 흐름을 쫓아갈 수가 없어요.. 아마 앞으로 나오는 어떠한 알고리즘도 흉내 낼 수 없을 거예요..”
“여사님, 이제 마감 시간이 5분밖에 남지 않았네요. 그럼, 작품을 제출하도록 할게요~~”
아델린이 래너드로부터 위임받은 지문 인증을 통과하고 작품 제출 버튼을 클릭하는 순간, 바네사의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들이 교차되어 몇 차례의 회오리를 일으키며 지나갔다.
무엇보다 다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큰 즐거움이었다. 등장인물로 빙의되어 들어가 생각하고, 대화하고 행동하며 펼쳐내는 이야기 세계에서, 바네사는 신과 같은 전지전능함을 느끼며 온 우주의 지배자가 된 듯한 쾌감을 느꼈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갑갑한 인공지능 속 공간에 갇혀, 남의 이름으로 작품을 응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아직도 온전하게 이해되지 않았다. 과연 나는 누구인가?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내가 맞는 것인가? 너무도 혼란스러운 상황에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다.
바네사의 머릿속 혼란을 읽은 아델린이 위로하며 말했다.
“여사님~ 혹시 여사님은 이런 생각 안 해보셨어요? 왜 하필 19세기 말에 태어나서, 작품으로 세상과 소통하겠다는 결심을 했을까... 그리고, 왜 그토록 허무하게 세상을 마감하게 되었는지 말이에요”
바네사의 의식의 흐름이 한 번도 닿지 않았던 곳을 아델린이 건드렸던 것일까... 바네사는 한 동안 말이 없었다... 아델린의 질문에 답을 찾아보려는 듯이 깊은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아델린의 질문을 되풀이하며, 굳게 닫혀 있던 입술을 살며시 열기 시작했다.
“글쎄요, 왜 내가 그토록 혼란스러웠던 그 시절에 태어났을까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질문이네요... 생각해보니 저라는 존재가 이 우주에서 갖는 의미는 정말 하찮기 그지없는 것 같네요. ”
“여사님, 혹시 세상 사람들이 여사님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고 계시나요?”
“글쎄요.. 글쓰기를 좋아하지만, 정신쇠약이라는 병을 앓다가 허무하게 인생을 마감한 여류 작가 정도가 아닐까요?”
“여사님, 정말 모르시는 거예요? 여사님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작가 중 한 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셨어요. 여사님의 작품에서 힘을 얻어 많은 여성들이 당당하게 사회에 진출했고, 영화나 시의 소재로도 많이 인용되었어요. 래너드도 여사님의 작품 '나만의 공간'을 본 이후로 여사님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가가 되기로 했잖아요?”
바네사는 자신이 그토록 많은 영향력을 미쳤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평생 동안 다른 것들을 둘러볼 여유 없이, 그저 글쓰기에 빠져서 지낸 기억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너무도 제 자신이 쳐 놓은 좁은 테두리에 갇혀 세상을 살았던 것 같네요. 좀 더 여유를 갖고, 몇 발자국 밖으로 나와서 세상과 소통하며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드네요. 그리고, 남편한테도 더 잘해주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에요...”
“만일, 인생을 여러 번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러 가지 선택의 갈림길을 모두 다 가볼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절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지만요...”
“여사님, 사실은 이론적으로는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에요.... 전혀 다른 선택을 한 결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이 문제지만 이론적으로는 가능한 일이에요..ㅎㅎ”
“아델린, 놀리지 마세요.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해요?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그저 꿈에서나 그려볼 수 있는 일이라고요.,,”
“여사님, 절대로 여사님을 놀리는 게 아니에요. 무한대의 다중 우주라는 개념인데, 설명하자면 복잡해요. 이것도 현대의 과학이 최근에 밟혀낸 우주의 놀라운 신비 중 하나라고만 알고 게시면 될 것 같아요. 헤헤”
“하기야, 100년 전에 죽었던 내가 이렇게 다시 아델린과 이야기하고 있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사실이네요...”
“그런데, 지금처럼 래너드의 시계 속에 갇혀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차가운 우즈 강물 속에 잠겨 영원히 잠들어 버리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 같아요..”
“에이, 여사님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여사님이 이렇게 저와 만난 것은 분명 어떤 이유가 있을 거예요. 제가 꼭 이유를 밝혀 드릴 테니, 그때까지는 저와 래너드를 도와주셔야 해요. 부탁이에요”
“네, 반드시 진실을 밝혀 주세요.”
“물론이죠 여사님ㅎㅎ. 자 이제 작품을 제출했으니, 위플렉스 앱에 채널을 만들도록 해요”
아델린은 래너드의 이름으로 채널을 만들고, 바네사가 다듬어준 시나리오에 맞춰 배우 매칭을 시작했다. 그런데, 래너드의 평판이 너무 낮은 탓에 기성 배우들은 매칭이 불가했고, 무명 배우 Pool에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
2038년 8월 5일 14시 10분
시나리오 공모전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된 베로베로는 3일 동안 100개가 넘는 작품을 읽느라 눈이 빠질 것만 같았다. 그나마 인공지능 앱이 걸러준 상위 10%만 봐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으 생각하기도 싫다.
점심식사를 하고 나른한 상태로 오후 시간의 첫 작품을 집어 든 순간 전기에 감전된 듯한 찌릿한 느낌이 손끝에 느껴졌다. 근원을 알 수 없는 위압감에 잠이 확 달아나 버렸다.
“뭐지? 누가 옆에 있나?”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펴봐도 10평 남짓한 서재에는 자신 외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감지되지 않았다.
“Across the time”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 첫 번째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귀신에 홀린 듯이 첫 글자부터 시작하여, 마지막 장의 마침표가 나오기 전까지 미동조차 할 겨를 없이 순식간에 작품 전체에 빠져 들었다. 1분도 안된 찰나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시간은 오후 4시를 향하고 있었다.
작가의 의식의 흐름이 나아가는 대로 자유자재로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에 작품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21세기 작품 세계에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강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었다.
“의식의 흐름에 따른 이야기 전개 방식.... 이런 독특한 기풍을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작가가 21세기에 진정 존재한단 말인가...”
놀라움과 의구심으로 넋이 반쯤 나간 상태에서 한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앉아 있는데, 인공지능 비서인 '지니'가 놀라운 사실을 알려 주었다.
“베로베로 님, 자료를 한번 찾아봤는데 20세기 초의 유명한 여류 작가였던 바네사 윈슬리와 동일한 기풍으로 확인되네요. 더 놀라운 건 그녀 사후에는 어느 누구도 유사한 기풍으로 작품 활동을 한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바네사 윈슬리라는 말을 듣는 순간, 베로베로는 급속 냉동실에 들어간 것처럼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지는 것 같았다. 얼마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었던가.... 그런데 도대체 누가 바네사 윈슬리를 흉내 낸다는 말인가.. 더군다나 그녀 사후 10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놀라움은 어느새 궁금증으로 변했고, 이 작품을 출품한 지원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졌다.
“래너드 스티븐? 처음 듣는 이름인데... 지니 혹시 확인되는 데이터 있어?”
“아뇨, 작가 인명부에는 전혀 등록되지 않은 이름이에요. 아 얼마 전 M플릭스가 주관한 시나리오 공모전에 지원한 이력이 있네요.. 근데, 입상은 하지 못했네요..”
“그래? 이 정도 수준이었으면 최소한 최우수상은 탔어야 되는데... 이상하네..”
베로베로는 동료 심사위원들에게 래너드의 작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구했다. 역시, 모두 같은 의견이었다.
기성 작가들을 월등히 뛰어넘는 스토리라인, 어휘의 선택, 의식의 흐름 기법을 완벽하게 구사하는 글의 전개.. 마치 20세기 유명 작가 바네사 윈슬리의 재림을 보는 듯한 벅찬 감동이었다.
논쟁의 여지가 없이 대상 수상작은 만장일치로 결정되었다.
2038년 8월 10일 10시 00분
“띠리릭~~~”
10시 정각에 맞춰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한 아델린은 너무도 기뻐 말이 나오지 않았다.
“여사님, 대상이에요. 우리가 대상을 탔어요. 야호~~ 정말 믿기지가 않네요... 다 여사님 덕분이에요ㅎㅎ”
“아델린, 정말이에요? 어디 한번 봐요”
“위플렉스 플랫폼 출시 기념 제1회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시상식은 잠시 후 12시부터 진행될 예정이니 시간에 늦지 않게 아래 링크로 접속 부탁드립니다.”
아델린과 바네사는 대상 수상의 기쁨을 함께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시간마다 업데이트되는 뉴스를 별생각 없이 보고 있는데, 아델린의 시선을 끄는 뉴스 한건이 올라왔다.
“2038년 3월 28일 새벽 4시 30분에서 50분 사이 모닝캄 택시 안에서 하얀색 UWB 드라이브 스틱을 습득하신 분은 루치안 아들러 연구소로 연락 바랍니다.(연락처 : PA. 알프레도@루치안 아들러 연구소)”
“어, 하얀색 UWB 드라이브라면 '사브리나'가 건네준 바로 그 UWB 인 것 같은데요? 날짜도 래너드가 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바로 그날이에요.”
“어쩌면, 여사님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우리 시상식 마치고 한번 연락해 보도록 해요.”
어느덧 시상식 시간이 다가왔고, 아델린과 바네사는 링크를 클릭하여 시상식 장소로 접속했다.
대한민국 서울의 코엑스 컨벤션 홀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동호회 멤버들은 먼저 접속해서 시상식 무대가 잘 보이는 장소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미리 귀띔을 해 둔 상태라 동호회 멤버들 모두 흥분된 모습으로 아델린과 바네사를 맞이하였다.
“어이 래너드 축하해~~ 우리한테 작품을 출품한다는 한마디 말도 없이 이렇게 대형 사고를 칠 수 있는 거야? 이거 서운한데 ㅎㅎ”
“지난번 공모전에서 떨어진 후, 그렇게 조용하게 있더니 기어코 일을 내고 말았구나~~ 축하해~~”
동호회 멤버들의 축하를 받으며 정신없이 이야기하는 동안, 어느새 대상 발표 순서가 되었다.
“자, 여러분 드디어 대상 수상작 발표만 남았습니다. 단언컨대, 이번 대상 수상작은 지난 100년간 눈을 수천만 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작품입니다.”
“심사위원 전원 만장일치라는 압도적인 득표율을 획득한 오늘의 대상 수상작을 발표하겠습니다.”
“오늘의 대상 수상작은 바로 'Across the time'입니다. 작품을 출품한 래너드 스티븐 씨는 무대 위로 올라와 주시기 바랍니다.”
동호회 멤버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래너드의 수상을 축하해 주었다. 반면 시상식에 참석한 동호회 멤버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순간 침묵에 빠진 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래너드 스티븐이 도대체 누구야? 처음 듣는 이름인데?”
아델린이 무대 위로 오르자 사회자의 멘트가 이어졌다.
“래너드 스티븐 씨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여러분, 이번 수상작이 특히 심사위원들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100년 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전 세계의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바네사 윈슬리 작가와 동일한 기풍으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래너드 스티븐 씨의 이번 작품은 바네사 여사보다 높은 경지로 '의식의 흐름' 기법을 완벽하게 구사했다는 사실입니다.”
“실로, 20세기 바네사 윈슬리의 재림이라고 까지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역사적인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래너드 스티븐 씨, 그럼 수상 소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델린과 바네사는 솟아오르는 일말의 죄책감을 최대한 억누르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아, 네 너무나도 얼떨떨해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너무 과찬을 받은 것 같기도 하고요..”
“이 모든 영광을 바네사 윈슬리 여사에게 돌립니다. 어릴 적에 여사님 작품을 우연히 접한 이후로 제게는 우상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 그저, 여사님의 작품을 많이 읽고, 여사님과 같이 생각하려고 노력한 것 밖에 없는 걸요ㅎㅎ”
“오.. 오늘 대상 수상을 기회 삼아 앞으로 더 많은 작품으로 독자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버벅거리며 수상 소감을 이어가는 래너드에게 사회자가 추가 질문을 하며 거들어 주었다.
“래너드 스티븐 씨, 대상 상금이 3억인데, 이 돈으로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
“아. 네.. 무엇보다 가장 먼저 래너드의 병원비를... 아... 아니.. 래너드가 재활하는데... 아... 아니 제가 재활하는 비용으로 쓰고 싶어요..”
아델린은 아차 싶었다. 재빨리 실수를 만회하고 답을 이어 나갔다.
“사실 실제 세계에서, 저는 불의의 사고로 반신 불구상태에 있거든요..”
“그리고,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의 수술 비용으로도 쓰고 싶어요. 이렇게 거금의 상금을 준비해 주신 김우현 대표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아, 그렇군요. 반신불구인지는 정말 몰랐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상금으로 재활에 꼭 성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을 하나만 더 드리겠습니다.
“당연히, 이번 수상작으로 저희 위플렉스 앱 채널에서 영화를 만들어 공개하실 거죠?”
“네, 사실 이미 채널은 만들었고, 배우를 섭외하고 있는 중이에요. 가능하면 기성 배우들보다는 신인 배우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물론 제 평판이 낮아서 기성 배우들을 섭외할 상황은 아니지만요.ㅎㅎ”
“아, 네 그렇군요. 아마도 오늘 수상을 통해 평판이 몇 단계는 더 올라갈 거라, 기성 배우분들의 러브콜이 예상됩니다”
“자, 그럼 이것으로 대상 수상 소감을 마치겠습니다. 저희 위플렉스에서는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한 시나리오 공모전과 위플렉스 앱에 참여하시는 분들을 위한 많은 이벤트를 계속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시상대를 내려가는 아델린 앞으로 플래시가 번쩍거리고,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비결이 뭡니까? 어떻게 바네사 윈슬리 작가의 기풍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었나요?”
“실제 래너드 스티븐 씨의 모습을 담고, 인터뷰를 했으면 하는데 언제 시간이 가능할까요?”
쏟아지는 질문세례를 통과한 아델린은 간신히 로그아웃을 할 수 있었다.
“휴우, 정말 대단한 시상식이었어요. 가짜 래너드 행세를 하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진 미처 몰랐네요.”
“그나저나 아델린, 기자들이 실제 인터뷰를 하자고 하는데 어떻게 할 거예요?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여사님, 솔직하게 얘기하기에는 이미 너무 먼길을 지나왔어요. 이대로 쭉 밀고 나갈 수밖에 없어요. 래너드가 빨리 회복하기를 바라야죠. 상금으로 래너드의 병원비를 충당할 수 있으니 너무 다행이에요.”
그럭저럭 시상식을 잘 마쳤다는 생각에 안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차분하게 목소리를 가다듬은 아델린은 전화 응답 버튼을 누르며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래너드 스티븐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의 JOBC 기자 박선영입니다. 이번 대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 네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네, 저희 방송국에서 이번에 특집 방송을 준비 중입니다. 영국의 BOC 방송국과 공동으로 래너드 스티븐 씨에 관한 프로그램을 제작하려고 합니다.”
“제목은 '20세기 유명 작가의 재림, 래너드 스티븐 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로 하려고 합니다.”
“이번 방송이 나가고 나면 위플렉스 앱 채널에서 콘텐츠 홍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그리고, 전 세계의 많은 작가 지망생, 크리에이터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아주 좋은 일을 하시게 되는 거고요.”
“대신, 메타버스 속 모습이 아닌 실제 래너드 스티븐 씨의 모습을 담으려고 합니다. 그래야, 반신 불구라는 극한의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 성공한 스토리가 더 부각될 테니까요..”
“허락해 주시면, 저희가 영국 방송국에 연락해서 프로그램을 준비해 보겠습니다.”
“아.. 네 그러시군요... 사실, 저는 아직 방송에 출연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요.. 제게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생각해 보고 답을 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긍정적인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제가 1주일 정도 뒤에 다시 한번 더 연락드릴 테니, 다른 방송국하고 계약하시면 안 됩니다. ㅎㅎ”
전화를 끊은 아델린은 생각보다 래너드의 유명세가 빠르게 퍼지고 있는 상황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한두 번은 거절할 수 있더라도, 끝까지 거절하기는 어려울 테니까...
그 순간 또 한통의 전화가 다급하게 울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