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직칼럼] 속도가 더 이상 능력이 아니다
빨리빨리병은 우리 국민 모두가 앓고 있는 심각한 질병이다. 달리기 선수가 아님에도 우리는 무조건 빨라야 똑똑하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더 이상 빠른 것이 능력이 아닌 시대가 되어버렸다. 조금 느리더라도 제대로 하기만 하면 그게 바로 능력이다. 빠름의 장점은 물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놓치는 것도 많다. 흔히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한다. 먼길을 가는 여정이다. 마라톤은 자신의 페이스를 조절하며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생직업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시작했다가 중도에 하차해버리는 식으로는 창직을 통한 평생직업 찾기는 요원하다. 조급하지 않고 차근차근 쌓아올리는 벽돌쌓기처럼 그렇게 해야 한다. 그래서 빠름보다 꾸준함이 더 요구되는 능력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문제를 빨리 풀어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을 배운다. 학교나 자격증 시험장에서 언제나 정해진 시간에 얼마나 빨리 문제를 푸느냐에 목숨을 건다. 물론 정답을 빠른 시간에 찾아내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막상 직업의 세계에 뛰어들면 시간과의 싸움보다는 원천적인 솔루션solution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그런데 십수년 동안 차곡차곡 누적해 온 빨리빨리병에 이미 중독이 되었기 때문에 그 프레임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때부터 마음이 조급해지고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원리를 찾아 조금씩 생각의 영역을 넓혀보지 못한 탓에 생각 근육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급기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존감과 자신감도 바닥으로 추락한다.
자동차 주행에서는 도로마다 속도 제한이 있다. 이를 무시하고 무작정 달리면 사고가 나거나 벌금을 물게 된다. 멈추어야 보이는 게 많다. 항상 달리기만 하면 정작 자세히 훑어봐야 하는 중요한 것을 놓친다. 이것도 연습이 필요하고 습관이 되어야 한다. 앞만 보고 급하게 달리기만 해왔기 때문에 속도를 늦추고 생각의 힘을 키우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제라도 깨달았다면 즉시 돌이켜야 한다. 빠른 속도를 자랑하지 말고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믿어야 한다. 최고의 변화는 이런 사소함에서 시작된다. 꿈과 비전은 크게 세우되 시작은 언제나 작고 소박하게 해야 한다. 속도에 욕심을 내면 잃는 것이 더 많아진다. 이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변화해야 한다.
속도가 능력인 시대는 지났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개개인화를 위한 맞춤 시대이다. 빨리빨리병은 하루 속히 고쳐야 한다. 이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작은 습관을 지속해야 한다. 서두르지 않도록 마음의 여유를 갖는 습관을 만들어가야 한다. 속도가 능력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젠 과거가 되어버린 속도의 산업화 시대를 잊어야 한다. 그때는 일등을 따라잡아야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특별해야 살아남는다. 뭔가 달라야 각광을 받는다. 좀 까칠하고 엉뚱해 보여도 꾸준히 쌓아올린 축적의 내공으로 킬러 콘텐츠를 필살기로 준비하는 것이 필수다. 더 이상 빠른 속도가 정답이 아님을 인지하며 조금은 느리지만 제대로 해내는 것으로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