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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상철 Sep 01. 2017

50만 원으로 500만 원 번 이야기

사실 장사는 돈 놓고 돈 먹기다. 단순하게 생각해야 한다.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싼 것을 적게 사다가 조금씩이라도 비싸게 팔면 된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물량과 종류를 늘려나가며 성장하면 된다. 물론, 이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만.


지금부터 설명하는 방법에서 내가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해결하는 구조에만 주목해라. 지엽적인 디테일은 따져볼 필요 없다. 무려 10년 전쯤에 했던 경험이고 말 잘하고 협상력 뛰어난 내 장점을 100% 활용한 방법이다. 자신에게 다른 특성이 있다면 다른 방법을 써도 좋다. 그냥 전체적인 흐름만 참고하라는 말이다.


남자라면 거의 다 아는 곳이 있다. 논산 훈련소.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 앞에서 온갖 장사판이 벌어진다. 대체로 그 지역 상인들이 한심한 수준의 물건을 가지고 와 판다. 군용 시계나 양말 같은 걸 파는데 군대 가는 군인 가족의 심리를 이용해 꽤 높은 마진을 남겨 먹는다. 대신 매일 입소하는 건 아니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밖에 안 한다.


이 부분에 주목했다. 일단 현지 상인들의 상품이 너무 형편없어 보였다. 이들보다 무조건 좋은 제품을 싸게 가져올 자신이 있었다. 홍콩에 있는 벤더를 통해 군용 시계를 구했다. 방수도 되고 디자인도 훨씬 좋은 제품을 개당 1,000원 가까운 금액에 사들였다. 처음 가격은 이보다 훨씬 비쌌지만, 온갖 협상 기술을 활용해 지독하게 깎았다.


이렇게 산 시계를 5,000원 정도에 팔아도 잘 팔렸겠지만, 그러면 시너지가 안 생기니 양말, 깔창 등과 조합해 묶음으로 팔았다. 이러면 모든 부대 비용 제외하고도 원가 대비 5배 이상 남길 수 있다. 한 번 갈 때마다 말이다. 하지만 현장에 가보면 경쟁과 텃세가 심하고, 영업 경험이 많지 않으면 호객 행위가 쉽지 않다. 그래서 들고 간 물량을 다 소화 못 할 걸 대비해야 한다.


사업에서 중요한 부분이 리스크 관리다. 특히 물건 장사는 재고 관리가 핵심이다. 이 부분을 안전하게 해결하기 위해 정보 비대칭 전략을 활용했다. 쉽게 말해 강변역 주변, 도매 정보에 약한 리어카 상인들에게 재고를 털어낼 심산이었다. 남은 걸 인터넷에서 일반 판매하면 더 많이 남길 수 있지만, 돈보다 중요한 게 시간이다. 시간 확보를 위해 훈련소 앞에서 팔다 남은 물량은 돌아오는 길에 강변역 주변 리어카 상인들에게 다 팔고 왔다. 눈치 빠른 사람은 알겠지만, 왜 강변역에서 해결했냐면 거기에 동서울터미널이 있어서다. 논산 다녀오는 동선에 있어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리어카 상인들은 내가 가지고 있는 홍콩 거래처를 절대 모르기 때문에 2~3배 정도 마진을 남겨도 괜찮은 가격인 줄 알고 산다. 이런 식으로 오프라인 판매 후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인터넷으로 도매 판매하는 방법을 썼다. 이렇게 하면 재고도 절대 안 남기면서 일주일에 두 번만 일해도 됐기에 공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계산해 보면 알겠지만, 초기 투자 비용이 거의 없다. 현장 장사 실패 시 재고 처리하는 구조까지 안전하게 판을 짜 뒀기에 리스크도 매우 낮았다.


이걸 좀 빡세게 하면 한 달에 대기업 월급 정도는 벌 수 있다. 물론 고생하거나 어려웠던 얘기는 생략했으니 얼핏 보면 쉬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직접 해 보면 여기서 쉬운 게 하나도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제목만 보고 뭔가 편하게 돈 버는 방법을 알려줄 거라 기대했다면 미안하다. 하지만 돈 버는 건 원래 어려운 법이다. 누구나 이렇게 할 수 있다면 누가 최저 시급 받으며 알바하겠나. 여기서 눈여겨볼 건 이런 시도를 하는데 무슨 대단한 자본이나 재능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필요한 건 오직 기업가정신 하나였다.


뭐가 없는 사람에게 쉬운 건 하나도 없다. 세상은 늘 어렵고 벽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잘 안 보이긴 해도 그래도 기회는 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단지 그걸 보려는 노력과 시도가 부족할 뿐이다. 환경 탓이든 본인 자질 탓이든 핑계 대는 짓만 그만둬도 내가 했던 아이디어 이상의 방법을 찾아 실행할 수 있다. 세상은 아직 해볼 만한 게 많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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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머니맨(http://moneyman.kr/archives/2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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