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깊이도

마일리지 같은 걸까.

by At


관계도 마일리지 같은 것일까.



내게는 참 고마운 친구가 한명 있다.

내가 가장 힘이 들고, 밑바닥까지 떨어져

고장이 나 있었을 때.

묵묵히 옆에서 변함없이 힘이 되어주었던 친구.



친구는 결혼이 간절했고, 지금도 간절하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굉장히 노력했고,

원하던 곳에 취업한 뒤로는

무엇보다 결혼을 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어

삶을 살아내고 있는 듯 보인다.


나는 그 과정을 옆에서 다 지켜봤다.

어떤 경로를 통해 누구를 만나고,

어떻게 끝났으며,

그 후 친구의 감정까지도.



오랜만에 그 친구와 약속을 잡았고,

어떤 장소를 예약해야 하는 것이었고,

우리는 날짜까지 픽스를 했었다.

예약은 내 담당이었다.


어느 날,

내가 다른 이야기로 친구에게 연락을 했고

이야기가 마무리 될 무렵, 친구가 말했다.


"우리 약속 다른 날로 미뤄도 될까?,

사실은 소개팅이 잡혔는데, 상대방이 그날밖에 시간이 안된대.

그날을 놓치면, 일주일은 더 지나야 할 것 같아. "


나는 기분좋게 말했다.

"응, 그럼 괜찮지. 만약에 예약 위약금을 문다고 해도

소개팅이라면 보내줘야지. "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에 발생했다.

듣고보니,

이미 상대방과는 약속을 잡았고

나에게 물어보듯이 후통보를 한 것이었다.


내가 말했다.

"이미 나한테 묻기전에 약속을 잡은거네?"


그러자 그친구는 말했다.

"왠지 네가 괜찮다고 할 것 같아서. "


......? 그래도 물어보는게 먼저 아닌가..?( 속마음)

흠...

나는 끝까지 기분좋게 말했다.

"그럼그럼, 네가 결혼을 얼마나 하고 싶어하는지 아는데

그런 소중한 기회는 붙잡아야지, 난 얼마든지 보내줄 수 있어 !"


그러고는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통화를 종료했다.




그런데, 나는 사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친구한테 했던 말들이 거짓은 아니다. 전부 진심이었다.

정말로, 위약금을 내더라도 나는 기분좋게 보내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도 약속을 위해 내 시간을 비워 두었고,

나도 그날을 위해서 이것저것 알아보고

예약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많이 허탈했다.

그리고 나와의 약속을 그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나 ..

하는 실망감도 함께..



내가 말하고 싶은건

애초에 내게 미리 양해를 구했거나,

최소한 내게 양해 없이 약속을 먼저 잡았더라도,

그 후 나에게 묻듯이 떠보는게 아니라

(내가 싫다고 하면 그 소개팅 약속을 깰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럴거면 애초에 내게 묻지 않은 채 먼저 약속을 잡지 않았겠지)


이러이러해서 먼저 약속을 잡게 되었는데,

미안하다.

라고 말했다면.... 좀더 좋았을 뻔 했을 것 같다.


그렇게 했어도 나는 충분히 이해하고

기분좋게 보내줬을 텐데 말이다.





한동안 고민했다.

이 서운함을 친구에게 드러낼까 말까,

그런데 이미 기분좋게 말한 상황에서

굳이 친구의 기분까지 심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너무나 간절한 친구의 마음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내 마음이 괜찮은 건 아니다.


결론은 친구에게는 더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내 안에서 혼자 많이 서운하기는 했다.


아마 일반적인 다른 친구였다면

글쎄,,, 관계까지 다시 생각해 봤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친구는 내게 많이 고마운 친구라 얘기가 달랐다.





다른 한편으로는 약간의 자괴감이 들었다.


내가 가장 힘들 때, 묵묵히 옆에서 함께 해 준 친구인데

나는 이런일 하나로 서운하다니....

라는 내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자괴감이

나를 누르기도 했다.


어떻게 생각하면, 참 별일 아닌 것 같은데

나 혼자만의

괴로운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결론


고마움의 마일리지가 너무 커서

웃어넘기기로 했다.


고마웠던 것만 기억하기로.


사람의 관계에도 마일리지가 있는 모양이다.




근데, 친구야

다음엔 그러지마.

마일리지 소멸되면 그땐 나도 모른다

(라고 혼자 이곳에 외쳐본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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