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이야기
밤색 비슷한 것이
고소하기도 어느날은 쓴것도,
어느날엔 달게도 느껴지는 것이
뭐라고
이 "COFFE" 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정확하게는 [아메리카노] [블랙커피]
를 좋아한다.
무언가 다른 재료가 섞이지 않은
커피 본연의 맛을 좋아한다.
나는 주변에서 유명한 커피러버이다.
전문가적으론 아니지만,
하도 마시다 보니 어느정도 맛 구별도 한다.
언제부터였을까를 생각해보면,
성인이 되고 부터 였던 것 같은데...
계기는 솔직히 전혀 기억이 없다.
아마 즐겨마시기 시작한건 10년이 훌쩍 넘은 것 같은데,
강릉의 어느 커피명인이 내려주는 커피를 마시겠다고
차가 없던 시절, 산골까지 하루에 몇 번 안다니는 시골버스를 타고,
명인이 계신 카페까지 찾아간 적도 있었다.
심지어 그 명인이 내가 간 시간에 안 계실 수도 있다는
부담을 안고서라도 대체 뭐가 다른지 얼마나 맛있는건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에.
아이스는 아이스 나름대로,
뜨거운건 뜨거운 대로 즐기는데,
한겨울 그 특유의 아메리카노에서 나는 코끝에 탁 머무는
막 내린 커피향을 좋아한다.
이제는 머나먼 옛날이 되어버린 이야기이지만,
전남친이 퇴근길에 날 데리러 오며,
커피향이 날아갈까 시간을 일부러 맞춰서 후다닥 왔다며
퇴근길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눈앞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내 코앞에 대주었던
기억도 난다. "어때, 피곤이 풀리지?" 하며 말이다 ㅎㅎ
단골 커피집 사장님과 커피로 몇시간씩 수다를 떨기도 한다.
조카가 한참 말문이 트여갈 무렵,
둘이앉아서 음료를 마시다가
이건 헌이꺼 쥬스 ~
이건 꼬모꺼 커피 ~
했더니 아이가 어느새 외웠는지
어느 날, 올케에게 전화가 왔다.
"언니 언니가 커피 가르쳤어요?, 글쎄 제 컵에 따라져 있는 콜라를 보고
컵삐~ 라고 하지 뭐에요, 근데 저는 가르친 적이 없거든요 ~"
나는 그말을 듣고 빵 터졌다. ㅋㅋㅋㅋㅋ
"맞아, 내가 가르쳤어, 한번 말해줬는데 잘 외웠네,
기특한 녀석... 천잰가(?)...ㅋㅋㅋㅋㅋ"
" 언니는..조카바보......ㅋㅋㅋㅋ"
뭐 이런 대화가 오간적도 있다.
코로나로 미각후각 다- 잃고, 시들시들 앓아가면서
아무것도 못먹을때....
(이것도 이제는 지난 또다른 전남친이)
고기며 과일이며 죽이며 다 사다줘도
내가 도저히 입이 까끌해서 못 먹겠으니 더이상 사다주지 말라고 했더니
집 문앞에 매일매일 단골집 커피를 사다주고 가기도 했다.
아무리 입맛이 없어도, 커피는 들어가지 않겠냐며,
네가 좋아하는걸 먹으면 빨리 회복하지 않겠냐며....
한참 바쁘게 일하던 시기에는 24시간 커피만 마신적도 있다.
심지어.. 나는 자기 직전에 먹어도
숙면을 취한다. 모르겠다 과학적으로 뇌가 깨어있는건지는.
하지만, 단 한번도 커피를 먹고 잠을 못자거나 설친적이 없다.
반대로 잠이 너무 안와서
따뜻한 커피 마셨더니 잠이 온 적은 있다.
그래서 오히려 밤새야 해서 커피를 먹어야 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던 적도 있다.
나는 그 용도로는 커피를 마시는게 의미가 없기에.
어느순간 커피는 그냥 내 안 한켠에 자리를 잡았다.
하루를 시작하며 기본 한잔
그리고, 일하다 지치니까 한잔,
피로회복제겸 한잔, 너무 기분좋은 일이 있어서 한잔,
날이 더우니 아이스 아메 한잔,
날이 추우니 따아 한잔,
너무 기쁜 순간에 진-짜 맛있는 커피집에 가서 한잔,
너무 힘든날에도 진-짜 맛있는 커피집에 가서 한잔,
그냥 그렇게 내 안에 위로를 주는 음식으로
그리고 감정을 공유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카페를 고민해 본 적도 있으나,
왠지 너무 좋아하는걸 수입의 수단으로 삼으면
싫어지기도 할 것 같아서 고민하다 그만 두었다.
쓰다보니, 조만간
정말 맛있는 커피를 마시러 가야겠다.
그땐 폴폴 김이 나는 뭉게뭉게 그 안에서 달콤하고 고소한 향이
코안 가득 메우는 그런커피를 마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