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도 나와 같았을까.
막차를 타고 오면서 짓누르는 피로에 고개를 잠시 떨군다는 것이 그만
내려야 할 곳을 두 개나 지나쳤다.
대기업 로고가 박힌 노트북 가방을 부랴부랴 챙겨서 내리는데 쓰다 만
다이어리가 툭-하고 떨어졌다.
마음대로 펼쳐진 페이지에 빼곡히 적힌 '주요 일정'이 상처에 덮인 딱지를
한 꺼풀 뜯어냈다.
언제부턴가 나는 다이어리에 꿈 대신 남의 일을 적고 있었다.
넥타이처럼 조여매는 사장의 폭언에 대해,
'내 일처럼 생각하면 시야가 달라진다'고 조언을 해주는 선배의 말은
오히려 상처를 더 키울 뿐이었다.
오늘따라 '다 그렇게 사는 거다'라고 면박을 주시던 어머니의 말씀이
왜 그렇게도 서러운 건지.
씻지도 않고 덮은 이불에서는 고름 냄새가 분분하다.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상처 입은 옆 집 아저씨의 발소리가 들린다.
저 사람도 나와 같은 느낌을 겪었을까.
탕! 하고 닫히는 문소리가 대답을 대신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