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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ka Sep 05. 2023

사업가의 길-05

'F'와 'T'

1. 'F'의 방식



'F'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굉장히 감수성이 풍부하고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그 자체는 충분히 장점이다. 하지만 처음 장사를 하거나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이런 것들은 장애가 될 수 있다.


직원의 환경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한다

소비자의 행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모든 상황에 맞춤형으로 대응하려고 한다

지나친 자기 검열에 빠진다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F'의 성향을 가진 채 장사를 시작했을 때, 나에게 있었던 장애물들이었다. 대게 감정적인 사고방식의 사람들은 지나치게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고 반응한다. 나는 그중에서도 더 심한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직원의 근무환경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는 문제가 생겼다. 흔히 '직원복지에 신경 쓰는 사장이면 훌륭한 것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직원복지에 지나친 신경을 쓰면 업무가 돌아가지 않는다. 일이라는 것이 그렇다. 일은 무엇인가? 마냥 즐겁기만 하면 그것은 일이 아니라 유희에 가까운 것이다. 일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스트레스와 고달픔, 힘듦이 디폴트값으로 정해져 있다. 그 디폴트값을 해소해서 직원에게 항상 행복한 상태에서 최대 퍼포먼스를 내길 바라는 것은 오만이며 욕심이다. 인간이 일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의 정도가 고정값으로 존재하는데, 내가 무슨 대단한 존재라고 그것을 0으로 만들 수 있는가? 그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편의에만 공감하고 몰입하여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다 보면 업무는 뒷전이고, 직원 역시 제대로 된 퍼포먼스를 내기 힘들다. 업무가 잠시 힘들거나 애로사항이 있는 경우 스스로 헤쳐나가면서 성장을 해야 하는데 사장이 헬리콥터를 타고 나타나 ‘힘들지? 좀 쉬어’라고 말하며 모든 일을 해결해 주니 직원 입장에서는 성장할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다.


신체 바이오리듬처럼 일에도 리듬이 있다. 일이 많을 때가 있으면 없을 때도 있다. 그 리듬과 개인이 최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리듬은 상이하기 때문에 그 둘을 일치시키려면 경험이 필요하다. 내 리듬과 일의 리듬이 꼬여도 보고, 실수도 하고, 그 실수를 수습도 해보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어린아이가 세 발 자전거에서 두 발 자전거로 넘어갈 때 넘어지고 다치는 과정이 수반되는 것처럼 성장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고통이 필연전이다. 그러나 ‘F’ 성향의 사람들은 ‘고통’ 그 자체에 포커를 맞추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얼마나 아프고 힘들지에 대해서만 지나친 공감과 몰입을 하기 때문에 성장의 여지를 잘라내 버린다. 게다가 그러한 지나친 몰입은 직원으로 하여금 내성을 생기게 만들어 별로 고마운 생각이 들지 않게 한다. 우리가 집에서 자연스럽게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먹으면서 당연하게 여기는 것처럼. 그에 따른 또 한 가지의 문제는 ‘F’ 성향의 사람들은 또 감각이 예민해서 직원들이 별로 고마워하지 않는 사실을 빠르게 캐치한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F’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내가 이 만큼 너를 생각하는데, 너는 전혀 고마워하지 않는 거야?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나는 그냥 고마워하는 너의 마음이면 되는데!‘


마치 첫 연애에서 ‘내가 사랑을 표현한 만큼 상대방도 나를 사랑하는 것을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서투름처럼 ‘F’는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를 기다리며 직원에게 상처받고, 직원도 부담을 느껴 그만두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너의 감정이 어떤데? - 'F'는 타인의 감정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항상 타인의 감정을 파악하는 것에 신경이 곤두서있다.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간에.


‘F’의 이런 문제는 단지 직원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고객에게도 'F'의 성격은 동일한 문제가 야기한다. 바로 이 점이 자영업이 ‘F’에게 맞지 않는 가장 치명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직원의 경우 사업의 영역으로 크게 확장하지 않는 한 사장 혼자 대면할 수 있는 인원이다. 그렇지만 고객은 그렇지 않다. 고객은 불특정 다수다. 물론 업종에 따라서 고객이 특정되는 경우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장사, 자영업의 기본은 '팔 수 있는 사람한테 파는 것'이다. 고객 타깃을 정해서 타깃 마케팅을 하면 타깃이 적중할 경우 엄청난 효율의 극대화를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처음 자영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타기팅을 정확히 해나갈 리 만무하다. 게다가 회사의 입장에서는 마케팅부서가 따로 있기 때문에 실패를 통해 얻는 것이 경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1인이 모든 것을 다 해야 하는 자영업은 하나의 실패가 재기불능 상태를 불러오기도 한다. 그런 관점에서 처음 자리를 잡기 전 타기팅을 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타기팅을 했는데 타깃을 잘못 설정한 경우 업장의 이미지, 컨셉 등이 잘못된 타깃을 대상으로 굳어질 수가 있고, 한 번 굳어진 이미지나 컨셉은 다시 되돌리기 힘들다. 


그러니까 자영업자는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을 고객으로 생각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렇게 되면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상대하게 되는데, 'F'의 문제는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이입해서 과도하게 그들의 감정에 몰입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당신이 카페를 한다고 가정하자. 누구나 그렇듯이 업장의 주인은 고객에게 최선의 경험을 선물하고 싶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손님을 기다린다.

 '딸랑!' 기분 좋은 차임벨과 함께 손님이 들어왔다. 손님은 30대로 보이는 여성 2명. 자리에 앉아 커피를 주문한다. 당신은 메뉴를 들고 가 신나게 설명한다. 여자 2명은 시큰둥한 표정이다. 당신은 '내가 무슨 실수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말이 빨라지고 당황한 기색을 보인다. 그래도 당신은 용기를 잃지 않고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와 어울리는 디저트를 추천한다.

'좋아요, 그걸로 주세요'라고 손님 중 한 명이 말했다.

그 후 손님들은 당신은 쳐다도 보지 않고 자기들끼리 신나게 수다를 떠는데 열중한다. 당신은 '그래도 주문을 받았으니까, 완벽하게 대접해야지!'라는 의욕과 함께 최선을 다해 커피를 추출하고 디저트를 준비한다.

'주문하신 메뉴 나왔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손님들 테이블에 서빙을 완료한다.

손님들은 흘긋 트레이에 눈길을 주고는 다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데 여념이 없다. 당신은 카운터로 돌아와 주변을 정리하는 척 손님들을 살핀다. 이야기하다 목이 마른 지 손님들 중 한 명이 커피를 입에 가져갔다. 당신은 침을 삼키며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핀다. 손님은 한 모금 마신 커피를 그대로 내려놓은 다음 어떤 리액션도 없이 다시 이야기를 이어간다. 마주 앉은 다른 손님도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똑같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느라 정신이 없다. 그렇게 당신은 그 손님들이 자리를 떠날 때까지 반응을 살피느라 신경이 곤두서있다가 그들이 남기고 간 커피와 몇 입 먹지 않은 디저트를 보고는 씁쓸한 기분을 느끼며 자책한다. 혹은 그들이 남긴 디저트와 커피를 맛을 보며 '맛이 잘못됐나?'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상심한 당신은 다음 손님에게도, 그다음 손님에게도 온 신경을 집중해서 그들의 반응을 관찰한다. 개중에는 당신의 커피와 디저트를 맛있게 먹은 손님도 있지만, 남기고 간 손님들도 있다. 결국 영업시간이 끝날 때까지 온 신경을 손님의 반응에 쏟은 당신은 집에 돌아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침대에 쓰러지고 만다.  

전형적인 'F'의 공감능력에서 오는 패착이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업장을 찾은 고객의 기분을 과도하게 생각하는 'F'는 흔히 말하는 '롱 런'을 하지 못하고 번아웃이 오기 마련이다. 사람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다.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프로와 아마추어가 갈린다. 생각해 보자. 사장은 한 명이고 손님은 수십, 수백 혹은 수천 명이 될 수 있다. 그들 한 명 한 명에게 에너지를 쏟으면 사장은 어떻게 될까?


물론, 고객에게 신경을 집중하고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F'의 문제는 지나친 공감능력으로 인해 고객들이 미처 알지 못하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감정조차 신경 쓴다는 것이다. 마치 청소시간에 흰 장갑을 끼고 쓱쓱 둘러보는 관리관처럼 '고객들이 단 1%의 불편함도 느끼지 않게 하겠다'는 말도 안 되는 다짐과 함께. 


게다가 감정형인 'F'는 멘탈이 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감정에 영향을 너무 많이 받기 때문에 육체적 피로보다 정신적인 피로가 더 크게 느껴지고, 그로 인해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이 세상에 '원래' 혹은 '절대'라는 것이 없다는 입장에서 'F'의 이런 공감능력은 장사나 자영업을 할 때 강점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F'의 성격을 가진 사람은 도대체 얼마만큼의 공감을 해야 적당한지 그 기준점을 모른다는 것이다. 


다음 장에서는 'T'의 성향의 입장에 대해 기술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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