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의 입장
그렇다면 ‘T’는 어떨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너 T발 C야?’라는 밈속의 ‘T‘는 로봇이다.
정해진 원칙과 순리대로 척척 일을 하며 일체의 감정을 배제한 채 시스템으로 살아가는 존재. 타인의 감정보다는 진리와 사실을 탐구하는 ‘T’는 ‘공감능력이 없는 사람’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T’의 이런 점이 장사를 할 때는 굉장히 도움이 된다.
T의 성향의 사장
1.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한다.
2. 감정보다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춘다.
3. 규범과 규칙을 중시한다.
이런 성향 덕분에 ‘F’ 성향의 사장이 쉽게 할 수 있는 실수를 ‘T’ 성향의 사장들은 하지 않을 수 있다.
이들은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기 때문에 지나간 일에 감정적으로 연연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과거의 데이터는 더 나은 결과의 도출을 위한 재료일 뿐,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 아니다. 또한 감정보다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타인의 감정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오로지 문제해결에 집중할 수 있다. 또 원리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규범과 규칙을 만들고 따르는 것에 익숙하다. 규범과 규칙을 만들고 따르는 것에 익숙하다는 말은 곧 시스템의 필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는 뜻이다.
상품과 기술력이 보장된다고 가정하고 장사를 시작한다고 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다. 시스템을 만들 때 ‘F’의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기준점이다.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느끼는 상황은 조직이 충분히 커졌을 때다. 자영업의 입장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이 1명에서 2명이 되어도 조직이 크다고 볼 수 있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하다가 동료가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영업자의 사업장은일을 충분히 교육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생을 충분히 교육할 수 있는 시간과 교육 시스템, 그리고 교육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전체적인 일의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F’는 골치가 아프다.
‘시스템을 이렇게 만들어도 될까?’
‘혹시나 불편해하면 어떡하지?’
‘이 정도는 사장이 할 수 있는 요구가 맞나?’
타인의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F’는 시스템을 만들 때의 기준조차 ‘타인의 감정’으로 잡는다. 그러다 보니 필요한 부분에서 힘을 빼고, 필요치 않은 부분에서 힘을 주는 기형적인 형태의 시스템이 만들어지곤 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F’ 성향의 사람들처럼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애써서 직원의 입장을 생각해서 시스템을 짜도, 직원들은 사장이 자신들을 생각해서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우리 가게의 시스템이 만들어질 때 기준이 ’나‘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전형적으로 ‘F’들이 실수하는 부분이다. 이익보다 직원을 중심으로 생각해서 만들어놓은 시스템인데, 정작 당사자는 알지 못하니 매출도 잃고 보람도 없는 셈이다.
반면 ‘T‘는 다르다. 오히려 다정다감, 공감능력이 높은 ’F‘보다 ’T’ 성향의 사장을 편해하는 직원들이 더 많다. ‘T’는 사소한 감정소비에 휘말리지 않는다. 그들은 늘 묵묵히 자신의 회사 혹은 가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그것을 위해 필요한 도구들에 집중한다. 시스템을 구축할 때도 마찬가지다. 물론 ’T’ 성향의 사장들이 직원의 편의를 아예 배제한다는 말이 아니다. 가게의 성장과 매출의 증대를 우선순위로 놓고 시스템을 구축한 다음 직원 복지와 편의를 생각한다. 직원들 역시 드라이하게 일에 집중하는 ‘T’ 형 사장이 편하다. 특히나 MZ세대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업무에 필요한 부분만 딱딱 정확하고 신속하게 교육하고 업무에 필요한 대화만 진행된다. 참으로 요즘 세태에 꼭 맞는 사장 유형이다.
여태껏 자영업을 해오면서 내린 결론은 ‘T’ 성향이 70%, ’F‘ 성향이 30% 정도의 비율로 성격을 구성하는 것이 자영업자에게 가장 좋은 성격이라는 것이다. 모든지 지나치거나 적으면 문제가 된다. 100% ‘T’ 성향도 100% ‘F’ 성향도 장사를 하기에는 적절치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사람의 성격은 변한다는 점이다. 어디선가 읽은 글에서 ’ 기질은 변하지 않으나 성격은 변한다 ‘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참 맞는 말이다. 기질 자체는 변하지 않겠으나, 사회적인 성격은 누구나 노력해서 바꿀 수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먹고살려면 별 수 있는가?
‘나는 원래 이래!’라고 하는 사고방식은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확률이 높은 사고방식이다. 항상 변화에 대응하여 변화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지금 사회에서 생존확률을 조금이나마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