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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ka Oct 11. 2023

사업가의 길-08

사는 게 재미있으세요?

어제 있었던 일이다.


우리 업체를 이용하는 한 고객이 내게 물었다. 우리 업체를 오랜 시간 이용한 고객이라서 어느 정도 친분도 있고 반가운 마음에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그러던 중 뜬금없는 타이밍에 고객이 내게 물었다.


“재밌으세요?”


처음에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나는 ‘네?’라고 되물었고, 그 고객은 ‘사는 게 재밌으시냐고요’라고 물었다. 나는 곧바로 ‘네, 재밌죠!’라고 대답했다. 내가 곧바로 재밌다고 대답할 줄 몰랐는지 고객은 한참을 나를 바라보다 ‘뭐가 재밌으신데요?’라고 물었다.


어제는 기분이 좋은 하루였다. 전날 감기기운이 있어서 감기약을 먹고 일찍 잤더니 잠을 푹 자서 아침에 기분이 좋았다. 숙면을 취하니 아침에 서두르면서 출근 준비를 하지 않을 만큼 여유 있게 일어날 수 있었다. 여유로움에 취해 평소보다 더 느긋하게 준비를 했음에도 출근까지 시간이 남았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전 날 컨디션 저하로 인해하지 못했던 업무를 리스트로 만들어 적어놓은 후 스케줄을 짜놓았었다. 푹 자서 좋아진 컨디션으로 전 날 적어놓은 스케줄을 따라 하나씩 하나씩 업무를 수행했다. 게임에서 퀘스트를 해결하듯이 리스트에서 하나씩 일정을 지워나갈 때의 그 쾌감이란!


내게 무엇이 재밌냐고 물었던 고객에게 오늘 하루 기분이 좋은 이유를 위와 같이 설명했다. 고객은 내 대답이 크게 와닿지 않았는지 그 이상으로 우리의 대화는 진전되지 않았다.


그날 하루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차에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사는 게 재미없으면 어떤 기분일까?’


‘사는 게 재미없다는 사람들은 왜 재미가 없을까?’


매일 일어나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같은 업무를 보고, 같은 사람을 만나며,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해 쪽잠을 자고 나면 다시 출근길이라는 쳇바퀴 같은 삶에서 염증을 느끼는 것일까?


지금은 은퇴하신 이재철 목사님의 설교 말씀의 한 꼭지가 생각이 난다.


‘아침에 일어나서, 수저로 밥을 떠서 먹는 그 순간은 전혀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나는 이 말씀을 듣고 머리를 한 대 쾅 맞은 기분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우리는 밤에 잠을 자고 아침이면 눈을 떠서 일상을 준비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이지 당연한 일이 아니다. 잠을 자다 천재지변이나 전쟁, 강도, 갑작스러운 병 같은 이유로 우리는 평소처럼 아침에 눈을 뜨지 못할 수도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눈을 뜨는 일이 전혀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그 당연하지 않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매일 일어나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같은 업무를 보고, 같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얼마나 감사하고 기쁜 일인지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된다.


한창 유행하던 말 중에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놓치지 말라’는 말은 연인에게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느끼는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고 나면 모든 것이 소중하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휴식은 휴식일때만 의미가 있는 것이지, 삶 전체가 휴식이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 삶에 대한 모욕이다.


얼마 전 취업준비에 스트레스를 받던 한 고객에게 해준 말이 떠오른다. 하루하루 무기력하고, 이렇게 살아도 되나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던 고객에게 나는 이런 말을 해주었다.


‘취업은, 언젠가는 다 하게 되어있습니다. 지금은 취업을 하지 않아 금전적으로 조금 어려울 수 있지만, 시간은 넉넉하게 가지고 계시잖아요? 취업하고 나면 이때의 취업준비하던 시절이 그리우실 겁니다. 그러니까 조금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시고, 하루하루 행복한 시간을 보내세요. 지금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휴가를 보내시고 계신 거거든요.’


며칠 뒤 그 고객은 원하던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가게 되었다며 내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내가 해준 것이 무엇이 있다고 감사하냐는 말에 그 고객은 ‘뜻하지 않은 위로를 받았다’며 거듭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 후로 일이 많이 바쁜지 지금까지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있다. 생각건대, 업무에 치어 하루하루 바쁜 나날을 보내며 시간이 많았던 백수시절을 추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살아갈수록 느끼는 것이지만 인간이란 참으로 간사한 동물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고,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것이 인간이다. 더운 여름이면 겨울을 생각하고 추운 겨울이면 여름이 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우리 삶은, 쳇바퀴처럼 생각하면 이런 쳇바퀴가 없을 정도로 같은 날의 반복이다. 아침이면 눈을 뜨고, 일을 하고, 먹고 마시며, 밤에는 잠을 잔다. 이런 반복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같다고 생각한 것에서 특별함과 소중함을 느끼는 것이다.


자영업자던 회사원이던 똑같다. 지금 주어진 나의 일이, 지금 내가 놓여있는 환경이,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겨지면 안 된다. 그것은 당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하루하루가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결과물이고, 소중한 인연이다. 조금 버겁고 지겹고 지루함이 느껴질 때 이 사실을 한 번 상기시켜 보라.


당신이 당연하게 느껴왔던 것에서 특별함을 느낄 때의 그 짜릿함과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당신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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