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긍정의 회로가 주는 피곤함

좋아질 거야, 나아질 거야, 달라질 거야 난, 다 괜찮아질 거야

by 껌딱지

보통의 사람이 그렇듯, 좋지 않은 일들이 생길 때마다 SNS, 유튜브 등에서 나오는 '오늘의 명언 1분' 같은

동영상을 많이 보는 편이다. 안 좋은 생각을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저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 위한 하나의 장치이다.


'돌을 맞아도 계속 앞으로 가야 합니다. 돌을 맞고 주저앉는 순간 거기서 멈추게 됩니다.'

'인생에는 성공과 과정만 있을 뿐입니다. 지금 힘들면 그것은 과정 중인 것입니다.'

'꿋꿋이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똑같은 결과가 주어지진 않지만, 실망하거나 지치지 마시고 무엇을 하든 그 일을 계속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책하지 마십시오, 여러분 탓이 아닙니다. 평소에 똑같이 했는데 그동안 받지 못했던 위로와 보상이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곧, 여러분 만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소히말 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꿈을 이룬 사람들, 원하는 바를 얻은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나도 저럴 수 있을 거라고, 묵묵히 내가 할 일을 하다 보면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되뇌고 또 되뇌며 힘들었던 하루를, 지쳤던 하루를 살아갔던 것 같다.


직장생활 13년 동안 정말 다양한 종류의 사람을 만나고, 나름의 풍지풍파를 다 겪었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지금 일하는 곳은 그 모든 경험을 무색하게 만드는 최악의 회사이다. 인간관계의 기본이 '부정'으로 시작해서 '불신'으로 끝나고 '회복'의 기회가 전혀 없는 특이한 곳이기 때문이다.


한 번 실수는 영원한 실수로 둔갑하고, 그로 인해 모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이런 곳에서 버티기 위해 무수히 많은 긍정회로를 돌리고, 좋은 글과 명언을 봐도 변하지 않는 상황에 매일이 피곤하고 지쳐가는 것 같다.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은 물론, 사적인 영역까지 배제당하면서도 웃으며(웃지 않더라도) 내 일을 꿋꿋이 하며, '실수'라는 먹잇감을 그들에게 던져주지 않게 위해 매 순간 긴장하며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다 주말이면 녹초가 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나를 몰아가게 된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귀하디 귀한 나의 보물들이 집에서 나를 반겨주고 그들의 체온을 통해 위로받으며 다시 에너지를 충전하게 되지만 그것도 며칠 안가 소진하며 다시 버티는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오늘은 나아지겠지, 오늘은 다르겠지라는 긍정의 회로가 하루의 끝엔 결국 피곤함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긍정의 회로가 아니었다만 벌써 포기했었을 수많은 시간들을 긍정회로 버티며 살아가고 있지만 그 피곤함은 계속 쌓여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어가고 있다.


긍정의 회로의 끝엔, 쌓여가는 피곤함의 끝엔 그동안의 고생을 상쇄시킬만한 결과가 올 수 있길 오늘도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며 야근을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밥이 권력이 되는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