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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끼는 아이의 외로움은 진짜일까 가짜일까?

외동 확정을 다짐했던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

by 껌딱지

우리 아기가 26개월이 되던 시기 사랑 듬뿍 받으며 다니던 가정 어린이집이 급하게 폐원을 하면서 집 근처 규모가 꽤 큰 민간 어린이집으로 옮기게 되었다.

새로운 어린이집에서 적응하는 건 쉽지 않았다. 가정어린이집과 다른 적응방식에 첫날부터 아기 혼자 어린이집 교실에 들어가야 했고 나는 차마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원장실에서 펑펑 울었었다. 이때 그동안 가볍게 생각했던 ‘둘째‘에 대해서 처음 진지하게 생각했다.


‘혼자가 아니었으면 조금 덜 무서웠을까?‘

‘동생이나 형아가 있었으면 얼굴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지 않고 1분 1초라도 빨리 적응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 생각도 아기가 새로운 어린이집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다시 소홀해졌다.

이따금씩 형제, 자매가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나, 지인들이 둘째를 가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라고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주 양육자가 아빠인 상태에서, 남편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남편은 ’ 임신기간‘을 다시 겪을 수 없다며 단호히 둘째를 거절했다.

(브런치북: 나는 매일매일이 궁금해, ‘오늘의 궁금증. 19 누가 임신을 아름답다 했는가’ 참고)


그러다 얼마 전, 어린이집에서 부모동반 봄소풍을 가게 되었다.

원래는 남편도 함께 가기로 되어있었지만, 갑작스러운 회사 스케줄로 나와 우리 아기 단 둘만의 데이트가 되었다.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아기랑 미끄럼틀도 타고, 회전목마도 타고, 뛰어다니기도 하고 오전 2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러다 점심시간이 되고, 하나둘씩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하는데, 기존에 다니던 원아들 엄마들끼리는 이미 많이 친해져 있었다.


그 외에는 부모가 같이 왔기에 가족들끼리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했었다.

이 와중에 나는 햇빛에 아이가 더울까 봐 어떤 아기엄마옆에 앉았는데, 나는 겸사겸사 이야기도 나눠볼 겸 슬그머니 옆에 앉았지만,

갑자기 원장님이 ‘어머님, 먼저 앉으신 어머님 불편하신데 반대쪽으로 좀 옮겨주세요 ‘라는 너무 센스 없는 말씀을 하시는 게 아닌가?

하하하하.. 옮기라니 옮겨야지라는 생각으로 자리를 옮기다 보니 8개 테이블에서 나 혼자 덩그러니 우리 아기랑 앉아서 밥을 먹고 있었다


그 와중에 우리 아기는 평소에 친했던 친구들 이름을 부르고 갈까 말까 고민하는데, 가족끼리 온 팀은 그 팀대로, 이미 그룹이 형성되어 있던 기존 원아의 엄마들은

또 그 엄마들대로 벽을 치고, 나와 우리 아기가 끼어들 공간을 주지 않길래, 밥을 먹자마자 일어나 다른 놀이기구를 타러 갔었다.

거기에는 다른 어린이집에서 단체로 온 아이들이 있었고 자기들끼리 뛰어다니며 술래잡기하고, 웃는 모습에 우리 아기가 같이 놀고 싶어 그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당연한 결과이듯 낯선 우리 아기의 등장으로 다른 어린이집 원아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그 모습을 보는 나는 괜히 마음이 쓰라렸다.


‘그냥 같이 좀 놀아주지, 나도 열심히 같이 놀 수 있는데….‘

‘형이나 동생이 있었으면 조금 달랐으려나….’


우리 아기는 다른 어린이집 원아들이 본인가 놀아주든 말든, 내 앞에서 세상에서 가장 맑은 미소로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고 있었지만

왠지 그 모습이 외로워 보였고, 기분이 멜랑꼴리 해지면서 코가 시큰했다. 그리고 다시금 둘째를 계속 떠오르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에서 깊게 잠든 아기모습을 보며 ‘정말 동생이 필요한 게 아닐까?‘라고 수십 번을 되뇌었다.

그러다 문득, ‘진짜 우리 아기가 외로움을 느꼈나?, 진짜 우리 아기가 외로워서 슬펐나?‘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아이를 외로움이라는 선입견으로 바라본 건 아닌지, 엄마들이랑 친해지고 싶었는데 거부를 당했다는 생각에 내 감정이 널뛰어 외롭게 본건 아닌지

아니면 내가 MBTI 극 F라 우리 아기 혼자 노는 게 어색한 건 아닌지 다양한 생각이 머리에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형제자매가 있다는 게 모두에게 행복한 일이 아닐 수도 있는데, 어쩜 인생 최악의 대상자가 될 수도 있는데

우리 아기에게 엄마아빠의 선택으로 형제를 만들어주는 게 맞을까, 내가 본 우리 아기의 외로움이 ‘나의 과잉감정’은 아닌지


내가 느끼는 우리 아이의 외로움은 진짜일까? 가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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