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주인의식이 너무 강할 때 생기는 문제점
나는 우연치 않은 계기로 계약직 공무원의 삶을 2년째 살고 있다.
처음에 합격했을 때에는 정말 행복했다. 자녀양육으로 경력단절이 왔고 그로 인해 약간의 가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던 찰나였기에 ‘무슨일을 시키던 군말없이 하겠다’라는 의지를 불태우며 나는 공무원의 세계로 발을 들였다.
그런데 이게 왠걸 처음 1년은 매일 혼나고, 집에 울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처음써보는 프로그램에, 난생처음 보는 서류에 왜그렇게 적응이 안되던지
어디서 일못한다 소리 들은적이 단 한번도 없었던 나로써는 매일매일이 충격의 연속이였다.
하지만 이런건 참을 수 있었다. 어느 조직이던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언젠가 익숙해질꺼고
언젠가 능숙하게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꺼니까 말이다. 1년 남짓한 시간이 흐르고 일 못한다고 혼내기만 하던 상사들과도 웃으면서 장난 칠 만큼 업무도 잘해내고 공직사회 분위기도 익숙해질 무렵, 정말 참기 힘든 순간들이 다가왔다.
일반회사와 공직사회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계약직은 그 어떤 문서를 작성하든 ‘내 이름 세글자’로 기록을 남길 수 없다.
내가 이틀 밤낮을 쓴 보고서도 팀장이름으로 보고서가 올라가고 과장결재를 받게된다.
그리고 뻔뻔한 팀장들은 ‘~은,는,이,가‘ 조사하나 바꿔놓고 본인들의 100% 노고가 깃든 보고서라며 여기저기 소문을 내고 다닌다.
만약, 보고서에 오류가 있거나, 상부보고를 들어가다 막히면 그제서야 작성자를 부르지만, 대체적으로 그런경우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아닌 곧 누구하나 잘릴듯한 분위기에 그냥 대신 혼나러 들어간다고 생각하는게 제일 간단하다.
업무프로세스가 너무 이해가 안되어 공무원익명커뮤니티에 물어보면, 공직사회는 원래 이렇다고 한다.
세상에 원래그런것이 어디있을까? 내가 쓴 보고서 초안을 그대로 최종보고서로 만들어 팀장 본인이름으로 올렸다면 그 뒷감당 또한 팀장이 해야한다, 칭찬받을 때에는 원작자를 찾지않지만, 혼날 때 원작자를 찾는건 무슨경우인가….
보고서 초안 있는 그대로 최종보고서를 만들면서 ‘00부분만 수정해줘 나머지는 내가할께‘라고 말하는 뻔뻔함은 내가 만난 팀장들만 그런건지. 공직사회의 특징인건지 알수는 없지만 매일 울분이 머리 끝까지 올라온다.
혹자들은 말한다. 그냥 편하게 생각하라고, 어차피 평생다닐 회사가 아니고, 로마에 갔으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하지만 주인의식이 너무 강한 나로써는 사고도, 뒷감당도 다 내가 하고싶다.그럴만한 위치가 아니기에 못하는거라고 건방진 생각이라고 하지만, 내가 그 옛날 조선시대 대리시험 치는 몰락한 양반도 아니고, 이게 지금 뭐하는건지 모르겠다.
진짜 보고서 초안 그대로 가져다 쓸꺼면, 잘못되도 내탓하지 않았음 좋겠다. 아니면 처음부터 00씨가 썻다고 밝히고 결재를 받으시던가….. 하…… 그냥 넋두리다. 브런치니까… 내가 넋두리 할수있는 유일한 공간이니까…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