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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크스와 호구사이

"타인을 대할 땐 엄마된 마음으로"를 지킬 수 없는 순간

by 껌딱지

나는 인간관계를 맺을 때 마음속으로 항상 다짐하는 말이 있다.


"타인을 대할 땐 엄마된 마음으로"


이런 다짐을 하게 된 계기는

정말 신기하게도 내가 한 '착한 일'에 대한 댓가는 나에게 돌아오지 않는데

내가 한 '나쁜 일, 진상같은 일'에 대한 댓가는 나에게 철저히 돌아 온다는 것을 느낀 이후 부터 였다.


서울에 살 때, 지하철을 탔는데 사람들이 한 곳으로 몰려있었다. 무슨일인지 싶어서 내부를 돌아보니

놀랍게도 족발의 잔재물이 쫙 퍼져있었다. 냄새가 나니 사람들이 그쪽으로 가지 않았고 딱히 치울 수 있는 도구도 없으니 그대로 방치되었는데, '착한 일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으로 그 족발 잔재물을 치운적이 있다.


내 나름 뿌듯했고, 그날 저녁 나에게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기분 좋은 마음으로 잠들 수 있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병원에 간적이 있었는데 그때 안내데스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모두가 불친절한 것도 모자라 차팅을 잘못해서 내가 받아야 할 시술이 지연된 적이 있었다. 나는 데스크에 적극적으로 항의했고, 관계자들은 '하..진상이네'라는 표정으로 서있었지만, 끝까지 나는 시정요구를 했고 마침내 병원측의 사과와 보상을 약속받았었다. 정당한 내권리를 주장한 것이었지만, 어쨋든 타인에게 좋지 않은 말을 했고, 짜증을 냈고, 화를 내며 내 의사를 전달했기에 관계자들의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표정도 그랬다.


타인에게 싫은소리를 하고,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한 그 날 저녁, 정말 나도 똑같이 고객한테 과도한 컴플레인을 받았고, 상사에게 멘탈이(?) 털릴정도로 혼이났었다.


비단 이때 뿐만이 아니였다. 서울에 지내던 2012년이후 13년이 지난 지금까지 쭉 그랬다.

기분탓인가? 우연인가 했지만, 내가 타인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면, 그 하루가 지나기 전 나도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일이 꼭 발생했다. 소히말해 '내 업이 돌아오는구나'라는 느낌이랄까.


지는 13년동안 스스로의 언행을 조심하고, 항상 이야기를 할 때 한번 더 생각하고, 타인의 표정과 얼굴을 살피며 이야기기를 하게 되는 습관을 길렀지만, 반대로 그 어떤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타인의 감정이 상할까

하고 싶은말을 다 하지 못하는, 내 권리조차 지키지 못하는 내가 되어버리기도 했다.


타인의 말이 틀렸다는 걸 알면서 감정이 상할까 반박하지 못했고, 자신의 일을 나에게 미루는 동료나 상사에게도 따끔한 말한마디 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순간 호구가 되어있었고 회사에서 나를 조금 깊게 아는 동료들은 "너 00이한테 잡아먹히지마, 정신똑바려 차려" 늘 조언하지만,


이런 징크스적인 경험은, 나의 주장과 생각을 쉽게 전달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컴플레인을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전달한 날이라면, 그날은

하루종일 나에게 닥칠 불행을 걱정하는 편안하지 않는 하루가 되니 이 또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중하게 컴플레인을 할 순있지만, 컴플레인에 기분좋을 사람이 어디있으랴.


나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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