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31일 10명의 동료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2년 동안 행복했고 고마웠다고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우리는 이별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정말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고 모든 것이 몰래 카메라이 길 간절히 기도했다.
TV에는 새해를 알리는 환호의 소리들이 연이어 흘러나오고 있었고 메신저에는 해피 뉴 이어라는 글자들이 통통 튀어올랐다. 나 빼고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보였고 사람들 눈에는 다가올 새로운 해에 대한 설레임이 가득해 해보였다. TV에 나오는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밝은 미소를 얼굴에 가득 채울 수 있는지 나는 그들이 부러웠고 미웠다. 눈물만 흘리며 멍하니 있는 내 모습에 남편이 일출을 보러 갈 것을 제안했다. 남편 만이 알고 있는 조용한 장소에서 2021년 떠오로는 해를 바라보았다. 눈이 부시게 밝았고 강렬했지만 그 빛조차도 원망스러웠고 그렇게 2021년은 내 눈앞에 다가왔다.
난생처음으로 회사에서 잘렸기 때문일까? 사실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모아둔 돈도 없었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겠다는 계획도 없었다. 퇴직금이 있긴 했지만 대출금 갚기에도 빠듯했고 남편의 외벌이로는 한 달 이상 버티기 어려웠다. 운 좋게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지만 한 달에 나가는 고정지출에는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었다. 남편은 여행을 가던, 배우고 싶었던 것을 배우던 나가서 활동할 것을 제안했지만 눈앞에 마이너스가 가득한 가계부를 보면 도저히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할 수가 없었다. 돈이 없는 것 또한 내 탓 같았다. 직장다닐 때 돈 좀 모아둘껄, 1년에 한번씩 해외여행가지 말고 수익의 70%는 저금해 놓을 껄 아니 회사에서 잘리지 말았어야했는데 잘리기 전에 눈치 채고 다른 곳을 알아봤어야 했는데 왜 나는 눈치가 없었는지 스스로를 탓했다.
정말 총체적 난국이었다. 집에만 있으면 우울해지는 시간이 많아지는데, 또 나가서 무엇을 하기엔 돈이 없었기에 공허함이 미친 듯이 몰려왔다. 공허함이라는 녀석이 무서운 게 사람의 모든 에너지를 빼앗아 가더라, 그리고 작은 일에도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어져버리고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버렸다.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고양이들을 돌보지 않아 고양이 화장실에 먼지가 가득히 쌓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공허함이라는 녀석에 잠식당해 무기력한 시간들을 보내게 되었다.
회사에 잘려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갑작스러운 자유가 그다지 반갑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그 자유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른 채 미로 속에 갇혀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야만 하는 사실을 말이다. 아무일 없다는 듯 흘러가는 시간 속에 2021년은 시작되었고 어느덧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