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동안 정말 시간을 허비했다. 이대로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몸이 움직이지 않았고 먹고 자고 먹고 자고 하는 시간의 반복이었다. 책이라도 읽어보려 소설, 에세이, 자기 계발서 다양하게 사봤지만 그것도 무용지물이었다. 소설은 똑같은 줄만 읽고 있었고 공감과 위로의 글로 가득한 에세이에서는 '이대로도 괜찮아'라는 문구에 혼자 분노했고 자기 계발서는 펴보지도 않았다. 쉬는 김에 영어공부라도 해볼까?라고 생각해 오픽 교재도 사고 인터넷 강의도 결제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고 이도 저도 못하는 내 모습에 자괴감만 가득했다.
SNS 속 세상은 나 빼고 다 행복해 보였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셀럽들이 미친 듯이 부러웠다. 나도 여행 다니면서 사진 찍고 맛있는 거 먹으면서 돈 벌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장비 살 돈이 없네 라며 합리화했다. 작은 것에도 집중을 못하고 미루는 경향이 오래가면 성인 ADHD일수도 있다는 광고에는 '그래서 뭐? 라며 너네가 내 상황이 되어봐 의욕이 생기나' 혼자 성질을 내기도 했다. 어느덧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이유를 열심히, 억지로 만들며 스스로 행동하는 것을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리 고양이들이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럴 것이 한 달 동안 고양이 화장실도 우리 집도 제대로 청소하지 않아 먼지는 기본이었고 냉장고 음식에는 곰팡이들이 피기 시작했다. 남편은 그 사이 갑작스러운 출장으로 전화통화만 하고 있었기에 어느 누구도 나와 고양이를 보살피지 못했다. 고양이의 피부가 갈라져 피가 나기 시작했고 이대로는 아니다 싶어 모자를 푹 눌러쓰고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의사가 조심스레 나에게 물었다. '보호자님, 아옹이, 다롱이를 사랑하세요?' 느닷없는 사랑 질문에 당황하며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지금 이 정도의 피부 상태라면 꽤 오래전에 징후가 보였을 거예요. 그런데도 지금 오셨다는 건 그동안 빗질 한번 해주지 않으셨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러지 마세요, 가족이잖아요.' 라며 나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뒤늦게 고양이들의 피부병들이 눈에 보였고 정도가 심해 하루정도 입원을 권유받았다.
입원 수속을 밟고 집으로 돌아와 현관에서 신발을 벗는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씻지 않은 머리에 언제 갈아입었는지 모를 브래지어 끈, 목이 늘어난 티셔츠와 함께 노숙자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의 몰골을 하고잇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그제야 저 멀리 떠나갔던 이성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