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을 입원시키고 돌아온 날 저녁, 내가 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 열심히 청소했다. 아마 33년 동안 살면서 이렇게 청소를 열심히 한날은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정도로 닦고 쓸고 소독했다. 이후에는 이전 직장의 모든 흔적을 없앴다. 임명장, 홍보용 펜, 사업계획서, 종이가방 등 모든 것을 다 찾아서 버렸다. 그리고 일기를 썼다. 앞으로는 나를 갉아먹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고,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아프게 하지 않겠다고 똑같은 말을 쓰고 또 써 내려갔다. 일기장 맨 마지막 2021년 첫 목표에는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취업하기라고 적었다. 그만둘 때 두더라고 타의가 아닌 자의로 그만둘 수 있는 직장을 갈 것이라고 결심했다.·
다음날 깨끗이 씻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입원실 안에서 나만 바라보는 우리 아옹이,다롱이
멍청한 엄마 때문에 털은 벗겨져 다리에 링거를 꼽고 있으면서도 나를 보고 '야옹'이라고 울었다. 집으로 데려와 약을 먹이고 햇빛이 가득한 창가 옆에 같이 누웠다. 많이 아프고 무서웠던지 두 마리다 품으로 파고 들어와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잠들었다. 본인들을 아프게 한 사람이 나인데 그래도 엄마라고 내 품에 잠드는 아옹이 다롱이 보며 열심히 살아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고양이가 아프다는 말에 출장지에서 한걸음에 달려온 우리 남편, 퉁퉁부은 눈으로 울고 있는 나를 조용히 껴안았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그러니 울지 마'
고양이를 케어하며 열심히 여기저기 지원했다. 연초여서 그런지 생각보다 정규직, 무기계약직 공고 많았지만 서류 합격 전화는 단 한 곳에서도 오지 않았다. 자격증을 새롭게 따야하나 실망하며 다른 기관 공고를 보던 중 내가 가고 싶었던 기업에, 하고 싶었던 직렬의 채용공고가 난 것을 보았다. 환호성을 지르며 클릭했지만 '계약직'이라는 세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두 번 다시는 가지 않겠다 다짐했던 '계약직'이지만 내 적성과 흥미에는 맞춤형이라 쉽사리 포기할 수가 없었다. 고민하던 사이 다른 기관에서 경력면에서 유리한 무기계약직 채용공고 올라왔다, 하지만 직렬이 전혀 나랑 맞지 않았다.
무기계약직과 계약직, 비적성과 적성 사이에서 갈등하던 나는 일단 두 개 다 지원해 보기로 결정했고 두 곳 모두 서류를 통과하여 면접기회를 얻게되었다. 다행히 날짜도 겹치지 않아 2곳 모두 면접을 볼 수 있었고 2월의 중반을 넘어가고 있을 무렵 운명의 장난처럼 2곳 모두 최종 합격 전화를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