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안정과 불안정 사이

by 껌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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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과 무기계약직, 고민할 가치도 없이 정답이 정해진 문제였다. 불과 2달 전에 계약직으로 서러움을 겪지 않았던가, 계약을 연장할 것처럼 굴었던 회사에서 갑작스럽게 잘렸고 그로 인해 내가 망가지면서 우리 고양이들이 아팠다. 그렇기에 나는 당연히 무기계약직을 가는 게 맞고 그것이 정답이었다. 그런데 왜 나는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일까?


특성화 고등학교로 '진로' 강의를 나갔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 나는 졸업을 앞둔 고3 학생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그래야 후회하지 않아요. 그리고 정규직, 비정규직 중요하지 않아요, 내가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어차피 평생직장은 없거든요, 그러니 자기 자신을 보고 미래를 결정하시길 바래요.'라고 말했다. 당시 고3 학생 한 명은 펑펑 울며 '꿈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정말 나는 오만했구나'


나는 어릴 때부터 진로를 바로 찾은 케이스가 아니었다. 월등히 공부를 잘하지 못했고 그저 부모님이 4년제 대학을 원하셨기에 성적에 맞춰 대학을 갔을 뿐이었다. 경찰학과를 입학했으니 공무원 준비를 해보았던 것이고 이후에는 그저 졸업을 했으니 취업을 했었다. 10년 동안 7번의 직장을 경험했고 그 덕분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에 흥미가 있는지 스스로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에 대해서 알게 되니 기업과 직군을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이 정해졌고 거기에 맞춰 경력을 쌓아 이직을 할 생각이었다. 갑작스레 짤리게 되어 물거품이 되었지만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일을 다시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두 번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계약직이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어 했던 일이기에 그 기회를 놓아 버리는 것이 너무 무서웠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이틀이 정말 지옥 같았다.


이틀 동안 남편이랑 쉬지 않고 의논했다. 남편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나에게 권유했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엔 비슷한 상처를 받을까 겁이 났고 그로 인해 또다시 멍청한 나로 돌아갈까 무서웠다. 그렇다고 무기계약직을 선택하기에는 담당업무가 나랑 너무 맞지 않았다. 나는 가시적인 성과와 목표 설정이 명확해야 한다. 그것이 단기적이라 할지라도 명확한 목표로 그것을 달성하는 것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직장생활에 원동력을 얻는 타입인데 무기계약직 직무는 사무보조원으로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선택을 해야만 했고 나는 내 좌우명을 떠올리며 임용 포기 서류를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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