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 안타깝게도 나는 신입사원입니다.

최종학력: 4년대 졸업(학사)

by 껌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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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게 된 기관은 지방자치단체 정책을 연구하는 기관이었기 때문에 석, 박사가 많았다. 부서의 장은 모두 박사였고 무기계약직(공식 명칭: 공무직)을 제외한 나머지는 석사 이거나 박사 수료 상태인 사람들이었다. 원래 정책연구기관에서는 학사를 뽑지 않는 편이라 들었는데 여기는 어떤 이유에서 인지 지원자격이 학사 이상, 경력 1년 이상이었고 덕분에 나는 합격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출근 첫날은 공무직 모두 함께 같이 식사 후 차 한 잔 하는데 동료 중 기존에 일했던 직원들이 나에게 '석사는 언제쯤 생각하세요?'라고 물어보았다. 나는 대학원을 갈 생각이 없었고 설령 있다 한들 자녀를 낳은 이후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생각이 없어요.'라고 답했는데 표정들이 다들 떨떠름했다. 대학원 안 간다는 말이 이렇게 까지 떨떠름해질 일인가 싶었지만 기관에 석, 박사가 많은 만큼 이유가 있겠지라며 넘겼다.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가 던 중 현재 대학원을 준비 중인 기존에 일했던 동료가 부서장과 함께 관내 대학교 자문회의를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대학교 교수님이 '어디 학사가 연구기관에서 일을 해?'라며 잔소리(?)를 들었다는 말을 했다.


'응? 어디 학사가?'


그 말도 당황스러웠는데 더 웃긴 것 '복 받은 줄 알아'라는 교수 말에 부서장이 함께 웃으며 동조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있으니 다른 동료들이 당연하다는 듯 '선생님, 학사라는 단어를 앞으로 정말 진짜 많이 들으실 거예요. 특히 선생님 부서 센터장님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의 줄임말) 이예요.'라고 했다.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앉아있으니 '아마 며칠 내로 대학원 생각 없어?라고 물어보실걸요?'라며

'은연중에 학력으로 많이 무시받으실 수도 있어요, 마음 단단히 먹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약간이 충격을 받고 멍하니 있다 보니 점심시간이 다 지났고 빨간 양복 센터장이 따로 나를 불렀다. 내가 속한 부서의 특징과 앞으로의 사업들을 설명하며 내가 해야 할 역할들을 이야기해주었다. 앞서 들은 이야기를 애써 무시하며 내가 해야 할 일을 숙지했고 체계적인 설명에 안심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센터장이 자리로 돌아가다 갑자기 멈춰 나에게 말했다.

'대학원 갈 생각 없어?'


신입사원이었던 나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그저 내 몸에 돋은 소름을 차갑게 느끼며 우물쭈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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