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2 네가 할 줄 아는 게 뭐야?

배우지 않아도 알아야 하는 곳

by 껌딱지

내가 신입사원 시절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있다.

'하다 보면 알아, 부딪히면서 배우는 거야, 여기 사람들 다 그랬어


어느덧 나이 30살이 넘고 경력도 많이 쌓였지만 난 지금도 저 말을 매우 싫어한다. 회사에 출근하는 것도 처음이고 그룹웨어(*사내 결재시스템)를 사용하는 것도 처음인데 어떻게 하다 보면 알 수 있을까? 처음은 누구나 서툴기 때문에 기준을 잡아주고 익숙해지게 만들 수 있도록 길잡이 필요하다. 하지만 7개의 직장을 이직하는 동안 나에게 길잡이가 되어준 사람은 손에 꼽고도 남을 정도로 극소수였다.

물론 어떤 의미의 말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라는 속담처럼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스스로 할 수 있는 법을 익혀야 어떠한 순간에도 견뎌 낼 힘이 생긴다. 더군다나 직장생활은 정말 약육강식의 표본이기 때문에 잠깐 방심한 사이에 내가 잡아먹혀 버리고 만다. 아무리 작은 소기업이라도, 아무리 연봉이 높은 대기업, 공공기관이라도 이건 불변의 법칙이며 절대적인 진리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모든 것의 전제는 가르쳐주어야 한다. 물고기 잡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는 정글에서 절대 무사히 살아남을 수 없다.

동료에게 들은 지난 1년 간의 이야기를 모두 글로 담을 수는 없지만 제일 충격적인 것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어떻게 해서든 물고기를 잡아왔던 동료들에게 센터장은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집어던지며 그 어떤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동료들은 다른 팀 상사의 도움까지 받으며 재 보고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지만 센터장은 그 자리에도 바쁘다는 핑계로 나오지 않았다. 일방적인 멸시와 모욕을 받으며 버텨야 하는 날들은 길어졌고 스스로 필요 없는 사람이라 자책하며 마음의 생채기들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나 또한 해당 사업의 목적과 의도를 듣지 못한 채 이 사업을 받았지만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두 달 동안 센터장은 나에게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충격적이었지만 실제로 겪어보지 않았기에 동료들의 말이 조금은 과장이 아닐까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의구심은 오래가지 않았고 나 또한 마음속에 생채기들이 쌓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챈 순간은 이미 많이 무너져버린 후였다.


동료들과는 다르게 센터장은 나에게 소리를 지르진 않았다. 아마도 나이도 있고 결혼도 했다 보니 조금 조심하는 것 처럼 느껴졌지만 신기하게도 어느순간, 서서히, 나에게도 생채기를 내고 있었다.


그 말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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