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6 나만큼 잘해주는 사람이 어딨니?

가르침과 무시는 한끗 차이

by 껌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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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장은 박사학위 취득 후 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활동했다고 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도 많았고, 강의평가도 좋았으며 고민상담은 다 본인에게 와서 할 정도로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르는 것은 배우면 되는 것이고 본인은 그런것에 스트레스 받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지금와서 보면 정말 빈말이었지만 그래도 낯선곳, 낯선업무속에 약간의 든든함을 느끼기도 했었던 것 같다.


센터장이 연구원 내 '학사'의 가치와 역량에 대해서 열변을 토할 때면 늘 뒤에 '자기계발'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본인은 연구원에 입사하면서 위촉연구원(*위촉연구원: 과제별 계약직 직원을 부르는 직급)들에게 역량계발을 위한 PUSH를 하지만 위촉연구원들이 따라오지 못하거나 의지가 약해 답답할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도 한번씩 자기가 PUSH하는 만큼 따라오는 직원이 있어 뿌듯함을 느끼기는 순간도 있었지만 키워놓으니 다른 박사가 다른과제로 빼앗아 가서 마음의 상처를 받은적도 꽤 있었다고 했다.


작은 지방자치단체 내 시책연구기관에서 사내정치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조금 실망 했었다. 여기는 소히 말해 한 개의 학문분야에서 최고치를 찍은 사람들이 시의 발전을 위해 정책을 연구하는 공적기관이기에 일반 회사보다는 직업윤리들이 더 확고한 사람들일 모인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각자 본인의 이익을 위해 조금뛰어난 직원을 몰래 빼가고, 또 매력적인 제의를 한다고 가르침을 준 사람을 버리고 가는 행태가 많이 아쉬웠다.


하지만 모든 말은 양쪽 다 들어봐야 하는법, 사람의 귀가 2개인 이유이다.


센터장이 연차를 낸 금요일, 센터장이 키웠다던 전: 위촉연구원 / 현: 전문연구원 인 A씨와 함께 티타임을 가졌다. 연구원생활의 벅찬 부분을 이야기하다 과거이야기를 꺼냈는데 정말 얼굴의 웃음기가 싹 사라지면서 나에게 말했다.


'그건 가르친 것이 아니라 무시한거예요. 그러니 정확하게 말하면 가르쳐 준 것은 하나도 없어요.'


센터장 업무를 지원했던 당시 P라는 프로그램 사용이 필요했고 사용법을 몰랐던 A씨는 짜증부터 시작해 나중에는 인격적인 무시까지 받으며 프로그램 사용법을 익혔고 술과 눈물로 그 지옥같았던 시간을 견뎠다고 했다. 분명 본인은 가르쳐주는 것에 스트레스가 없다고 했지만 사실은 가르침이라는 이름아래 무시와 멸시를 통해 센터장 자신의 우월감을 찾았고 그때도 너네는 '학사'고 나는'박사'라서 다르다를 말하며 상대의 자존감을 무너트렸다. 누군가를 깔아뭉개면서 본인의 가치를 찾는 사람, 가르침이라는 이름하에 본인의 존재이유를 찾는 사람 센터장은 그런 사람이었다.


'가르치다.'의 사전적 정의는 도리나 지식, 사상, 기술 따위를 알게 함, 또는 그 내용을 뜻한다.


이 문장 어디서도 개인의 가치를 평가하는 단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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