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화. 나는 오늘 드디어 그곳을 벗어났다.

끝과 브런치의 시작

by 껌딱지

퇴사하는 날 아침이라고 해서 막 설레거나, 기분이 구름 위에 둥둥 떠 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소중한 나를 위한 퇴사였지만 막상 그날이 다가오니 지금 내 행동이 옳은 행동인지, 나중에 후회할까 걱정하는 등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다녀야 할 이유보다 그만두어야 할 이유가 강력했기에 머릿속에 가득 찬 생각들을 빠르게 비워냈다.


퇴사하는 날까지 센터장과 연구원은 나에게 당황스러움을 선물해 주었다. 내가 경영지원실에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전에 구두보고를 받은 경영지원실 실장이 현재 다른 팀 위촉연구원(*과제별 계약직원) 에게 나의 퇴사 사실을 알렸고 무기계약직(정식 명칭: 전문연구원) 지원을 권유하였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구두보고가 이루어진 상태이기에 조용히 소문이 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대놓고 다른 팀 위촉연구원에게 무기계약직 지원을 권유하다니, 그것도 경영지원실 실장이 직접 했다는 말에 헛웃움이 나왔다. 거기에 센터장은 퇴근시간까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고 하지 않았던 6개월치의 근무일지를 제출을 지시하면서도 그 외에는 나에게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나의 그만둠으로 인해 본인이 얼마나 힘들어질지를 설명하며 인력을 충원하는 방식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밑 작업을 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일어날 수 있는 어쩌면 당연하고 지극히 사실적인 현상이지만 스스로를 '교육자'로 지칭했던 그녀의 이면을 보며 퇴사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어이없지만 지극히 평범했던 하루가 끝나고 18시 정각, 퇴근시간이 다가왔다.

센터장은 '다음에 시간 날 때 보자'라는 짧은 인사 한마디만 남기고 퇴근했고 나도 지긋지긋하기만 했던

연구원을 비로소 탈출하게 되었다.


회사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과 센터장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왔고 다음날 아침을 맞이하는 게 더 이상 싫지 않았다. 마음의 평온을 찾게 된 후 내 나이 33살 진로 고민을 다시금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작심 3일을 이겨낼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내가 어떨 때 뿌듯함을 느끼는지 쓰고 또 쓰며 하루 종일 써 내려갔고 그런 날들이 하루, 이틀 지나며 나를 살펴보는 시간이 늘어갔다. 그동안 어떻게 나를 봐야 하고 볼 줄 몰라 포기했던 지난날들을 아쉬워하며 나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찾았다.


그것은 바로

내 머릿속에 가득한 이야기들을 글로 써내는 것!!


좋아하는 일을 현실로 만들어 내기 위한 첫 번째 노력으로 '브런치 작가 되기'를 결심했고 4번의 도전 끝에 나는 브런치 작가가 되어 지금 이 글을 쓰고 발행할 수 있는 행운을 가지게 되었다. 브런치 글 주제를 퇴사 이야기를 선정한 이유는 혹시라도 그 어딘가 나와 같은 일을 겪은 이들에게 '너에게만 일어나는 불행이 아니야, 그러니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하며 퇴사든, 회사를 자꾸 다니든, 싸우든 무엇을 선택하든지 나 자신을 위해 무조건 참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20화의 짧은 글을 쓰게 되었다. 물론 두서도 없고 글로써 어떤 매력도 없을 수 있지만

누구 한 명이라도 공감과 흥미 그리고 위로를 받았다면 브런치 작가로서 나의 첫 시작은 최악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직장인 분들의 오늘 하루가 부디 평안했기를 기원하며 '정규직이 다 좋기는 개뿔'의 글을 마칩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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