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궁금증. 9 다이어트는 언제까지?
인생의 모든 순간에 난 늘 다이어트를 했다.
나는 20살까지 키 160cm에 몸무게 75kg 나가던 초고도 비만이었다. 예쁜 옷을 사거나 화장을 하는 등 나를 꾸미는 것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로 밤을 지새우는 것이 좋았다. 그런 내가 갑자기 다이어트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가까운 사람들의 놀림 때문이 이었다.
대학에 입학한다고 열심히 10kg 넘게 다이어트를 한 상태로 입학했지만 또래 동아리 동기들보다 월등히 덩치가 컸고 1기수의 위의 선배는 나를 '이모'라고 부르며 동아리 내에서 비웃음 거리로 만들었다. 당시 회장단으로 지내던 선배들님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름 멋을 내고 학교를 등교한 날이면 옷이 작다느니, 살이 삐져나온다느니 등 온갖 모욕적인 말들로 나를 화제의 중심에 앉혔고 동물원의 동물 마냥 웃고 놀리는 것을 즐겼다.
처음 당해보는 상황에 바보같이 웃고만 넘길 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교내 근로장학생으로 활동하던 시기에는 근로장학생 담당 선생님이 '너는 살만 빼면.. 내가.. 하...'라는 말을 술만 먹으면 한숨 쉬며 나를 놀렸다. 내적에서 끓어 나오는 분노에 2011년 대학교를 휴학하고 서울로 올라가면서 나는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어차피 공무원 준비를 해야 했기에 아는 사람 없는 곳에 가면 식단도 잘 지키고 운동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큰 착각이었다.
그 서러움을 당하고 서울에 올라와 굳게 다이어트를 결심했음에도 나는 '오늘 공부 열심히 했으니까', '오늘 운동 열심히 했으니까'라는 온갖 이유로 식단을 지키지 않는 날이 많아졌고 유달리 모의고사 성적이 안 나온 날이면 서울의 24시 딜리버리 서비스(*배달 서비스)를 최대한 활용하며 나의 덩치를 키웠다. 그렇게 서울에 올라온 지 6개월이 지나도 나의 몸상태는 그대로였고 경찰공무원 시험도, 다이어트도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룬 것이 없었다. 인생의 회의감을 느낀 나는 갑자기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 생각했고 청춘의 로망인
'영화관' 아르바이를 꿈꾸며 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아마 이때가 나의 다이어트 첫 성공기였을 것이다.
운이 좋게 충무로 근처 영화관에 합격했지만 유니폼 사이즈가 맞는 것이 없었고 나는 출근을 약 2주 앞두고 폭풍 다이어트를 한 결과 2주 만에 약 8킬로를 감량하고 영화관을 다니며 다시 10kg 그램을 감량해 도합 18kg 그램을 감량했다. 다이어트의 성공은 했지만 큰 감회를 못 느끼다 2012년 다시 학교로 복학하며 세상의 달라진 눈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나를 놀리던 1기수 위의 선배들은 드디어 '이모'가 아닌 '이름'을 불러주기 시작했고 데면데면하던 동기들도 한순간에 우호적인 태도로 바뀌며 나는 동아리 내 최고의 핫 피플이 되었다.
복학과 동시에 3명에게 고백을 받았고 나는 그중 1명을 선택할 수 있는 영광을 얻어 연애를 시작했다.
하지만 연애는 다이어트의 독이었다. 3년의 연애 동안 다시금 살은 75kg으로 돌아왔고 당시 남자 친구의
동생이 나의 후덕함에 대해 한소리 했다는 말을 남자 친구가 나에게 전달하며 나는 다시금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또다시 그렇게 다이어트의 굴레 속에 빠져 2달 만에 다시금 15kg을 감량했고 이제 '00 누나 볼만하네'라고 했다는 당시 남자 친구 동생에 말에 또다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결국 내 20대의 모든 인생은 나의 건강을 위한, 나를 위한 다이어트보단 취업하기 위해, 남자 친구 동생에게 잘 보이기 위해 등 타인을 위한 다이어트로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뒤로 두 번 다시는 살찌고 빼는 행위를 반복하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30대 되고 직장 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며 4년을 잘 유지해 오던 나의 몸은 30살 다시 82kg라는 숫자를 보고 말았다.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다 보니 야식은 기본이었고 회식을 좋아하는 상사 덕분에 주 4회는 술과 기름진 음식 속에 빠져 살았다. 운동을 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회식에 끌려다니던 나는 갑작스러운 허리와 목디스크로 병원을 방문했고 기본적인 의료시술 외에 체중조절이라는 처방을 받았다. 또 때 마침 사귀고 있던 남자 친구와 결혼약속을 한 상태였기에 이제는 결혼을 위한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했다. 재활치료를 병행해야 했기에
1대 1 필라테스를 시작했고 나는 약 6개월 만에 다시 16kg를 감량했다. 이쯤 되면 스스로가 한심해질 지경이었다. 매번 고생해서 빼놓고 다시 찌는 나 자신을 보며 이번에는 기필코 유지하리라 다짐했다.
6개월 동안 다이어트를 했기에 식단 조절도 무리하게 하지 않았고 운동도 꾸준히 하며 근육량과 기초대사량을 올렸고 나는 스스로 행복하고 건강한 모습으로 2019년 결혼식을 올렸다. 이제는 끝날 줄만 알았던 나의
다이어트는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라는 녀석과 함께 다시금 내 몸을 불려 갔다.
병원 진단을 받기 전만 해도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했던 식욕은 약을 처방받고 난 후부터 조절이 안되기 시작했고 불안과 공황이 몰려올 때면 나는 화장실 구석에 숨어 초콜릿을 먹으며 나를 달랬었다. 결국 삼시 세 끼를 든든히 챙겨 먹고 몰려오는 불안증애에 대비하던 당도 높은 간식들은 다시금 나를 78kg까지 끌어올렸고 나는 다시 고도비만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리고 2022년 1월 다짐은 다이어트로 시작했지만 결국 난 시행하지 않았고 2월 중순 들어서야 진지하게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한 이유는 허리와 목 디스크가 재발하며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번만큼은 순순하게 나의 건강을 위해서 , 타인의 시선이 아닌 나를 위한 인생의 마지막 다이어트라고 생각하고 매우 철저히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고 진행하려 한다.
제발 인생의 마지막 다이어트가 되길 기도하며 멍청했던 나의 지난 과거를 반성하며 글을 마친다.
오늘의 궁금증은 지난 과거를 돌아보는 아주 슬프고 잔인한 궁금증인 거 같다,
다이어트는 정말 언제까지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