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던 길거리도 공포의 순간으로 다가왔고 작은 스트레스에도 내 감정의 변화를
조절하지 못해 울고, 화내고를 반복했다. 주말이 오면 간단히 고양이만 케어하고 그 외 나머지 시간은 잠만 자며 보냈다. 병원을 다니면 금방 호전되지 않을까라는 나의 기대와는 달리 약의 용량은 늘어만 갔고 병원을 다닌지도 어느덧 4개월이 넘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약간의 호전을 보이긴 했으나 회사 내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서 다시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심해졌고 하지 말아야 할 생각까지 하는 나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 순간도 있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스트레스
상황이 오면 소리 한번 크게 지르고, 달달한 술을 먹으면 자연스레 감정이 정리되곤 했는데 어쩌다가 이지경까지 오게 된 것인지 참 많이 답답하고 막막하다.
불안장애와 우울증이라는 것이 안타까운 것은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전 직장 상사로 인해 발병한 우울증과 불안장애는 그 상사를 보지 않으면 해결될 줄 알았지만 현 직장에서 그 상사와 비슷한 행동,
말투를 쓰는 동료만 보아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그 자리에서 얼어버리는 나를 보면 대체 이 짓을 언제까지
겪어야 하나 자괴감만 든다. 더군다나 나의 감정 변화와 불안이 우리 남편에게 부정적으로 옮겨가지 않을까라는 걱정은 또 다른 불안을 낳아 자연스레 남편과의 대화시간을 기피하게 만들게 되었다.
나의 이런 고민에 혹자들은 말한다.
'의지가 박약해서 그런 거야'
나도 내가 아프기 전까지 그런 것인 줄로만 알았다. 정신과 감정은 순수하게 개인이 조절하는 문제라고 생각했기에 그것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분명히 단기간에 치료할 수 있는데, 세상을 사는 데 있어방패막이 필요해서, 말로만 아프다고 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절대적으로 조절할 수가 없었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는 단순히 하나의 원인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었고 또 다른 마음과 정신적 질병을 파생시켜 도무지 단시간에 해결될 수 있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내가 건방졌고 안일했고 무지했었던 것이다.
1년 전 무슨 일에도 웃으며 대처했고,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힘든 일에도 늘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과거의 나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때로 돌아갈 수 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