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먹으면 바로 되는 것이 임신인 줄 알았다.
임신준비라고 해서 거창할 것은 없었다.
주소지 관내 보건소를 찾아가 남편과 산전검사를 받고
무료로 지급해주는 엽산제를 받았다.
받아온 그날부터 엽산제를 남편과 함께 복용하기 시작했고
남편은 헬스, 나는 필라테스를 등록해서 열심히 운동도 했다.
남편은 저체중이라 근육과 체중 증가를, 나는 고도비만에, 허리디스크를 가지고 있어
다이어트와 척주교정에 목적을 두었다.
당시 남편이 지나가는 말로
우리 품질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는 엔지니어들 같아
한 적이 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박장대소하며 화기애애 웃어넘겼었다.
하지만 1월이 지나고, 2월이 지나고, 3월이 지나가도
우리에게는 아무런 소식도 오지 않았다.
임신의 첫 번째 조건은 '많이 사랑하는 것이다.'라는 산부인과 전문 유*브의 말에 따라
우리는 매일을 사랑했지만 기대를 품는 날이 많아질수록 실망감도 배가 되어 찾아왔다.
실망하는 날이 커질수록 자책하는 시간도 늘어났고 스트레스도 쌓여갔다.
'최근에 회사가 바빴는데 내가 스트레스 조절을 못하고 있어서 그런가?'
'내가 고도비만이라서 그런 건가?, 생리불순을 10년 넘게 앓았는데 그것 때문인가?'
'우울증이 약간 있어서 심리상담을 몇 번 받았는데 이것 때문인가?'
병원에도 가볼까 했지만 정말 나에게 문제가 있다고 할까 무서워서 가지 못했다.
남편은 본인이 문제일 수도 있다고 자책하지 말라고 위로했지만
평소 남편은 마른 체중이었던 것뿐이지 감기 한번 걸리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사람이었고
헬스도 잠깐 쉬었던 몇 개월 빼고는 10년 넘게 꾸준히 했었기에
문제가 있다면 100% 나에게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잠정결론을 내어버렸다.
고도비만에 디스크가 있지만 의학적으로 말하는 노산의 기준에 속하지 않기에 임신이 쉽게 될 줄 알았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마음만 먹으면 바로 되는 것이 임신인 줄 알았다.
물론 3개월 노력한 것으로 임신이 되니, 안되니 실망하고 슬퍼하는 것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소리인지 알고 있다. 실제로 주위에 난임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보면 1년을 넘게 병원을 다녀도 끝내는 실패하는 사람도 이었기에
내가 느끼고 있는 이 실망감과 불안감이 얼마나 작고 보잘것없는 것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지만 그래도 실망스럽고, 괜스레 서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4월에도 임신이 되지 않는다면 남편과 함께 난임전문병원을 찾아가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를 받을 것을 약속하며 우리는 각자의 삶에 충실하게, 열심히 사랑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벚꽃의 꽃잎이 비처럼 떨어지던
내 나름의 간절함과 우리 부부의 노력을 삼신할머니가 어여삐 봐준 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