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 한 지금 이 순간, 누구에게 좋을 때 일까?
임신 20주가 지나면서 누가 봐도
임산부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
걸음걸이는 '뒤뚱뒤뚱'으로 바뀌고 되고
의자에 앉거나 일어설 때 주위에 물건을 잡고 일어나는 순간도 많아졌다.
아이가 있는 직장동료들은 종종 내 배를 만지며 말했다.
'선생님, 지금이 제일 좋을 때에요, 배 속에서 나오는 순간
너무 좋은 데 너무 힘들어요.'
그 말을 들을 때면 '그래요?'라고 대답하며 그저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입덧으로 먹지 못해 체력이 많이 떨어졌었고
그로 인해 자궁경부 입구가 약해져 출혈을 3번이나 경험했었다.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세수하러 간 화장실에서 뚝뚝 떨어지는 피를 보며
급하게 병원 응급실로 뛰어간 순간들을 잊을 수가 없다.
병원에 도착해 초음파를 보고
'아기는 괜찮아요'라는 말을 듣기 전까지
손발이 덜덜 떨리는 그 경험을 어찌 잊으랴
당장 내 눈앞에 보이지 않으니 얼마나 컸는지,
손가락, 발가락은 다 있는지, 어디가 아픈지 알 수가 없었다.
병원을 가지 않는 한 그저 미세하게 느껴지는 태동으로
아이의 괜찮음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임신은 축복임과 동시에 엄마의 모든 감각세포를 예민하게 만드는 일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의 감각세포의 예민함이 최고치를 찍은 날도 있었다.
입덧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소화가 되지 않았고
구토와 함께 고열과 오한 동반되었었다.
직감적으로 코로나 검사 키트를 뜯어 코와 목에 찔러 넣었고
빨갛게 뜬 두 줄을 확인했다. 다음 날 새벽 바로 보건소로 향했고
코로나 양성을 판정을 받았다.
임산부이기 때문에 39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하지 않게
잘 관리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타이레놀을 처방받았다.
하지만 타이레놀도 하루 최대 4알만 가능하기에
최대한 미온수로 온몸을 닦아 열을 잡아야만 했다.
이틀에 걸쳐 39도였던 열을 37도 떨어트린 날
나는 또다시 출혈이 생겼고 화장실이 빨갛게 물들었다.
급하게 119를 부르고 병원을 수소문했지만
'코로나 걸린 임산부'를 받아주는 병원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보건소에서 안내해 준 코로나 지정병원에서도
본인들이 왜 지정병원인지도 알지 못했고
보건소에서는 본인들이 안내해 준 병원외에는 알지 못한다며
환자가 직접 병원마다 전화해 보길 권유했다.
새벽 5시부터 아침 8시까지
멈추지 않는 피를 보며 창원시 내 종합병원, 대학병원에
전화를 계속 돌렸던 것 같다. 119 구급대원은 양산까지 전화를 했지만
'코로나 걸린 임산부'는 고위험군으로 받아줄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마침내 오전 09시 **대학병원 병동에 T.0가 생겼다며
빠르게 내원을 안내했고 나는 겨우 코로나 안심병동에 입원할 수 있었다.
그 뒤는 일사천리도 진행되었다. 의사와 간호사가 분주하게 오고 가며 여러 가지 검사를 진행했고
출혈의 원인을 파악하고 배 속 아기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아기는 무사하네요'
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에 나는 그제야 안도의 눈물을 펑펑 터트릴 수 있었다.
정말 배 속에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좋을 때가 맞을까?
엄마의 행동 하나, 먹는 것 하나가 아기에게 100% 영향을 미치는 이 순간이
입 덧으로 먹지 못해 아기가 크지 않을까 죄책감 가득한 이 순간이
눈앞에 보이지 않아 모든 것이 불안한 지금 이 순간이
정말 가장 좋을 때가 맞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