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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껌딱지 Jan 17. 2023

배 속에 아기를 위해서 먹어

더 이상 나는 1순위가 아니다.

평균적으로 20주 이내로 끝난다는 입덧이

나는 임신 6~7개월, 28주 가까이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임신초기에는 효과가 미미했던 입덧약이 점점 효과가

뚜렷해지면서 토의 횟수도, 토의 양도 줄어들어갔다.


하지만 전보다 낫다는 것일 뿐

여전히 나는 입덧의 굴레에 완벽히 벗어나지 못했고

체중도 10kg가 넘게 줄었다.


그래서였을까?

시댁과 친정에서는 나에게 안부전화를 할 때마다


' 배 속에 아기생각해서 먹어야 한다.'

'누구를 닮아서 그렇게 입덧이 심해, 애기가 잘 크겠어?'

'아기는 잘 크려면? 토하더라도 계속 먹어'


라고 말했다.


분명히 걱정하는 목소리와 분위기였다.

그런데 왜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지 않았을까?


임신하는 그 순간부터 세상 모든 사람은 나에게 배 속의 아이의 안부만 물었다.


엄마의 컨디션은 아이를 위해서 챙겨야 했고

엄마의 밥은 아이가 잘 자라기 위해 먹어야만 했고

엄마의 체력은 아이를 지키기 위해 길러야만 했다.


물론 배 속의 아이를 지키기 위한 모든 행동자체가 엄마에게도 이로운 행동임을 알고 있다.

아이를 위해 챙기는 컨디션도 결국에 나의 정신건강을 긍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고

아이를 위해 먹는 것도 나의 체력을 챙기는 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는 나는 저 안부의 말이 왜 그렇게 거슬리고 싫었을까?


아마도

이제 더 이상 '나'라는 존재가 우선시될 수없구나

확인받은 말이어서 그랬던 거다.


세상 누구보다 나를 아끼고 사랑했고 소중히 여겼던 것은 아니었지만

33년 인생동안 내가 보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등

'나'를 기준으로, '나'를 위해 살았는데


이제는 내가 아닌 ' 너'를 위해 살아야 함을 깨닫게 해주는 말인 것 같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엄마가 되기로 한 순간 어쩌면 당연한 수순임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막상 눈앞에 현실로 다가오니  더 이상 나는 1순위가 아님을 체감하게 되는 것 같다.


직장을 그만두고 (*계약직이라 육아휴직을 안 쓰는 관계로)

집에서 100% 육아만 할 때에는 부디 이 감정이 진해지지 않고 찰나의 순간으로 지나가길

내 아이와 함께하는 삶의 하루하루가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하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내 삶의 1순위가 아니다.

적어도 내 아이가 한 사람으로 책임을 다하는 순간까지는 말이다.


당연하지만 조금은 슬픈, 아쉬운 마음이 가득한 현실에

배 속 너의 심장소리 들으며 기쁨과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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