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가 어린왕자에게 남긴 말
발목을 포근히 감싸주는 워커를 사고 싶어 신발가게에 들렸다. 맘에 드는 워커를 고르고 직원에게 말했다. “265 사이즈로 주세요.” 워커를 신고 이리저리 걸었다. 뻣뻣한 쇠가죽이 발을 꽉 붙잡아 조금 불편했다. 한 치수 큰 270을 신었다. 발에 맞지 않아 걸을 때마다 정신없이 들렸다. 답답함을 참고 사이즈가 265인 워커를 사야 할까. 아니면 다른 신발을 찾아야 할까. 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10분을 발만 동동 굴렀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직원은 답답했는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고객님 조금 답답하게 느끼시는 건 가죽 신발이라 그래요. 신다 보면 길들여져서 아마 괜찮을 겁니다.”
“아 그렇구나.... 그럼 다시 265로 주세요.”
직원의 말이 맞았다. 그 워커를 신은 지 1년이 지난 지금, 워커는 잘 길들여져 내 발을 튼튼히 지키고 있다.
우리는 새 신발을 신었을 때의 느낌을 잘 안다. 맞는 듯, 안 맞는 듯 참 어색하다. 1년 정도 신으면 내 발에 맞게 가죽이 늘어난다. 신발과 내 발이 서로 길들여지기까지 이토록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물며 사람의 마음은 오죽할까.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길들임이란 관계를 맺는 거야. 지금 난 너에게 수많은 여우 중 하나일 뿐이지만 길들이게 되면 나는 너에게 단 하나뿐인 여우가 되지.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내 삶은 햇살을 비추는 것처럼 환해질 거야.”
처음부터 나와 마음이 똑같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마치 신발이 길들여지듯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기다리는 것. 각자 바라는 것에만 중심을 싣기보다 서로를 위해 고민하는 것은 어떨까. 서로에게 단 하나뿐인 사람이 되기 위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