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취준생의 고백
4월에는 봄꽃들의 잔치가 열린다. 꽃들은 흐드러지게 피어올라 무채색의 동산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인다. 꽃들이 하나, 둘 지기 시작할 때 즈음 비로소 향기를 품어내는 꽃이 있다. 하얀 꽃잎이 자그맣고 흩뿌린 매화를 닮았다고 해서 점지매라고 불리는 봄맞이꽃이다.
김승기 시인은 봄맞이꽃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봄이 끝날 즘에서야 꽃을 피우는 게으른 것이 어쩜 이리도 과분한 이름이 있을까.” 너는 기대와 달리 봄의 끝자락을 장식했다. 앞다투어 피어나는 꽃들과 때를 다투지 않았다.
《엄마의 자존감 공부》의 저자 김미경 원장의 말에 따르면 사람은 ~때는 ~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알람이 있다고 한다. 대학은 스무 살에 꼭 가야 하고 군대는 졸업하기 전에 미리 다녀와야지. 적어도 이십 대 중반에 졸업하고 취직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올해 스물여섯 여전히 난 대학생이다. 주변 친구들은 인턴을 하며 스펙을 쌓고 취업에 성공했다. 직장을 다니며 바쁘게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고 있자면 아직도 용돈을 받고 사는 내가 한심해 보였다. 남들보다 뒤처질까 두려워 조바심이 났다. 졸업 시험에 떨어져 남들보다 늦게 졸업할 거란 두려움. 좋은 학점을 받지 못해 취업에 실패할 거란 두려움. 머릿속을 맴도는 온갖 나쁜 상상들이 파도가 되어 날 덮쳤고 난 이리저리 허우적댔다.
봄맞이꽃을 보며 생각했다. 꽃이 피는 시기가 다르듯 우리의 삶도 분명 그럴 거라고. 모두 각자의 봄을 맞이할 시기가 있다는 사실을 왜 난 몰랐던 걸까. 꽃의 종류는 이토록 다양한데 말이다.
난 나만의 봄을 기대하며 기다릴 것이다. 꽃이 피려면 열심히 물을 먹고 햇빛을 받아야 하듯이 삶에도 정성스러운 물과 풍족한 거름이 필요하다. 당장 취직하진 못해도 열심히 공부하며 꿈을 꾸는 것.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것. 그럼 봄맞이꽃처럼 늦어도 때가 이르러 반드시 피어오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