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자율학습이 끝난 늦은 밤 11시, 아버지는 나를 태우러 학교에 왔다. “그르렁 덜덜덜.” 10년이 넘은 차의 둔탁한 쇳소리가 들려오면 난 학교 밖으로 달려갔다. “아들아. 어서 타거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버지를 바라봤다. 헝클어진 머리칼과 축 처진 눈매. 고된 일을 마친 터라 많이 지치고 피곤해 보였다. 그래도 주름진 얼굴엔 활짝 생기가 돌았다.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하면 아버지는 집까지 책가방을 메었다. 난 집 앞 계단을 오르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등은 점점 작아 보였다. 기억 속의 모습과 너무나 달랐다.
다섯 살 무렵, 달리기 대회에서 당당히 1등을 하고 돌아온 아버지를 기억한다. 아버지의 팔뚝은 내 얼굴만큼 굵었다. 아버지는 돌같이 딱딱한 팔로 날 번쩍 들어 올렸다. 집에 고장 난 물건은 무엇이든 다 고쳤다. 모르는 걸 물어보면 막힘없이 술술 대답했다. 난 그런 아버지를 닮고 싶었다. 그는 이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세고 똑똑한 사람이었다.
시간이 흘렀다. 내 얼굴만큼 굵은 팔뚝 대신 불룩 나온 뱃살. 풍성한 곱슬머리 대신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아버지를 대신한다. 그래도 난 당신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 자식의 책가방을 메는 것은 가족의 짐을 품고 감당하려는 마음이었다. 그 무게는 헤아릴 수 없다. 오늘 내가 편히 집에서 쉴 수 있는 이유는 당신의 수고와 땀을 품은 열매란 사실을. 어리석게도 이제야 알았다.
짊어질 수 없는 무게를 지고 올라가시는 아버지의 사랑. 뒷모습이 초라해 보여도 그는 영원한 나의 아버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