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재윤 Feb 01. 2022

기간제 교사는 밥벌이입니까?

블랙독의 현실을 경험하다

  기간제 교사는 정교사가 아니니 임용고시를 통과하지 못한 인력으로 충원된다. 그런데 임용을 기준으로 전문성을 논하면 무척 곤란하다. 임용고시의 기준은 단지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그 차이다. 쉽게 말해 공무원 연금을 받느냐 아니냐. 기간제 교사도 연금만 제외하면 교사로서 받는 혜택을 다 받는다. 방학도 있고 1년 근무를 채우면 호봉(월급)이 오른다. 의외로 10년 이상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신 분들도 많다. 처음 임용고시에 합격해서 정규직이 된 교사와 전문성을 평가하라면 당연히 20년 이상 근무하신 분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entermedia.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385

  

 기간제 교사의 대우는 어떨까. 19년도 tvN에서 반영된 드라마 〈블랙독〉은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무시당하며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물론 드라마라서 과장된 부분이 있다. 학교 방송에서 “기간제 교사분들은 지금 교무실로 내려오시길 바란다.”라고 말하거나. 기간제 교사에게 3학년 담임과 진학부서를 동시에 맡긴다거나. 초임 교사에게 노트북도 주지 않고 현장 업무를 시키는 등등. 아무리 비정규직이라도 이 정도일까 싶었지만, 기간제 교사 면접장에서 블랙독의 현실을 경험하고야 말았다. A 인문고 기간제 교사 1차 서류전형에 통과하고 2차 면접에서 제일 먼저 받은 질문은 이것이다.


“선생님은 임용고시 보셨나요?”


  당황스러웠다. 임용고시는 개인의 선택이자 자유다. 설사 임용을 봤다면 시험에 떨어졌으니 지원을 했을 테고 만약 보지 않았다면..? 도대체 어떤 답변을 듣길 원했던 걸까. 임용을 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대안학교와 일반 학교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현장에서 근무하면 임용을 볼지 말지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거란 생각이 있었다. 한 달간 교생 실습 경험으론 부족했고 기간제 교사로 근무하며 현장을 직접 경험하고 싶었다. 이 말을 듣고 다른 한 분이 내게 질문을 주셨다. 두 번째 공식 질문이었다.


“교사는 밥벌이입니까? 직업입니까?”


  정신이 멍해졌다. 이토록 당연한 질문을 왜 하는 걸까. 교사는 기간제든 정규직이든 아이들을 위해 섬기는 일이라 답했다. 그것이 교사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면접관이 내게 물었다. “경험을 이유로 교사가 되는 것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위험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열심히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충분한 고민 없이 정규직으로 채용된다면 위험하다. 막상 교사가 되니 적성에 맞지 않고 아이들 보기가 싫을 수 있다. 그런데 여태까지 고시 공부한 시간이 아까워서. 앞으로 생계를 위해서 공무원 연금을 포기하기 싫어서 정규직을 버리지 않는 경우가 있을 거라고. 정규직이란 안정성 때문에 수업 연구를 하지 않아도 잘릴 위험도 없다. 주기적으로 적성시험을 치르는 것도 아니고. 학창 시절 때 교사 경력이 오래되었어도 잘 가르치지 못해 인터넷 강의로 보충을 한 적도 종종 있었다. 무엇보다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현직에 계신 선생님은 임용고시를 봤냐는 질문에 대한 모범답안이 있다고 했다. 보통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하면 100% 떨어진다고 한다. 임용 준비 때문에 수업에 대한 질이 떨어질까 염려되어서다. “임용고시를 열심히 준비했지만 스스로 부족하다 느껴서 아직 보지 않았습니다. 본교 기간제 교사로 열심히 교직 생활을 할 수 있다면 차후 임용고시 준비도 철저히 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다양한 답변이 오갈 수 있는 면접에 모범답안이 있다는 것도 황당했지만 임용고시에 대한 확신만으로 교사의 전문성을 판단할 수 있을까. 수업 시연도 없이 이런 질문들을 받은 것도 어이가 없지만, 더욱 기가 차는 건 면접장에 수학 선생님이 단 한 분도 계시지 않았단 소식이다. 도대체 수학교사가 아닌 분들이 어떻게 수학에 대한 전문성을 논할 수 있는가. 오히려 이런 어처구니없는 면접을 진행한다는 사실이 아이들에게 미안하지 않는가.


면접 결과야 뻔했다. 난 2차 면접에서 통과하지 못했다.


  설 명절이 다가온다. 얼마 전부터 어머니는 주변 친척분들에게 “아들이 사범대에 나왔으면 임용고시 준비를 해야지 왜 준비를 안 하나!”라는 소리를 매번 들었다. 스트레스를 받는 어머니께 죄송했다. 기간제 교사에 대한 어른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난 이제 졸업했고 사회로 첫걸음을 내딛는데 가족 외에 아무도 응원해주는 사람이 없다. 취직이 어려운 현실에 비정규직의 출발은 벌써 쓰다. 어쩌면 면접장에서 임용을 봤냐고 물어봤냐는 질문도 “나는 임용을 봐서 당당히 이 자리에 와있는데 너는 왜 임용을 보지 않았냐.”라고 묻는 거일지도 모르겠다.




  학교는 아이들을 편견 없이 봐달라고 끊임없이 강조한다. 그런데 기간제 교사를 향한 시선은 편견으로 가득한 현실. 아니 어쩌면 기간제 교사를 동료 교사로 바라보지 않을지도 모른다. *기간제 교사면 어떠냐 다 같은 선생이지.


* tvN 드라마 〈블랙독 1화〉 기간제 교사 면접을 보러 가는 딸 고하늘 (서현진)에게 해주는 아빠의 응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