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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재윤 Jul 30. 2024

학창 시절 번호로 불리는 시간이 싫었다

번호가 아닌 이름을 불러주는 수학 수업을 꿈꾼다.

1. 누가 더욱더 정확하고 빨리 문제를 풀어내는가?


S 자사고에 근무했을 때 일이다. 그때 교감 선생님은 수학 선생님들께 다음과 같은 질문던졌다.


  "수학 공개 수업을 볼 때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한 문항에 한 명만 나와서 발표를 하는데 다른 학생의 풀이 과정은 볼 수 없는 건가요?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 건가요? 아니면 수학은 답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명확한 풀이 하나만 보는 건가요?"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왜 여태껏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걸까. 학창 시절 내내 경험한 수학 수업이 그래왔으니까. 하나의 문제엔 한 학생의 풀이 과정을 발표하는 방법으로 늘 진행되었고 저마다 수학 문제를 푸는 속도가 다른데 주어진 시간 안에서만 문제를 해결해야만 했다. 수학 수업시간이 누가 더 정확하고 빨리 문제를 해결하는지 테스트하는 속력 측정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빠른 속력을 강요하는 사람보다 저마다의 속력을 존중하는 수학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명확한 풀이보다 다양한 풀이가 있는 수업을 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는 무엇일까. 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교사와 학생 간의 소통의 문제


  모든 관계의 문제는 소통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김창옥 교수님 말처럼 결국 앞서본 의문도 소통의 문제다.

10대 학생들의 생각을 존중하며 소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들이 자주 사용하는 언어를 이해해야 한다. 그들은 인스타그램이란 온라인 플랫폼에서 서로 DM을 주고받으며 소통한다. 이처럼 온라인 플랫폼에서 학생들의 다양한 생각을 물어보는 것이다. 첫 시도는 패들렛(padlet)이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10대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는 소통 공간을 만들어주기로 다짐했다.



2. 다양한 학생들의 풀이를 보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padlet을 활용한 수학 수업


  패들렛 제목은 해당 교과목 중단원으로 이름을 제시했다. 1. 평면좌표와 직선의 방정식, 2. 원의 방정식 등등으로 말이다. 각 교과서 문항에 해당하는 섹션을 만들어 개별 풀이를 올리도록 지도했다. 반응은 굉장했다! 태블릿 PC에 자신이 푼 풀이를 캡처해서 padlet에 제출하면 되기에  내가 푼 풀이과정을 칠판에 한 번 더 적어 발표하는 일은 굳이 번거로운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교사는 학생이 제출한 여러 개별 풀이를 칠판에 공유하여 함께 풀이를 과정을 살펴본다. 학생은 그저 교사가 하는 질문에 대답만 하면 된다. 내향적인 학생이 굳이 모든 사람 앞에 서서 발표할 부담감도 없다.


  무엇보다 학생들은 하나의 풀이과정이 아닌 다양한 친구들의 풀이를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교사는 수업 당일에 올라온 여러 풀이를 꼼꼼히 피드백하여 명확한 풀이 과정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지도했다. 덕분에 문제 풀이가 느린 학생은 먼저 나아가는 학생들의 풀이를 참고하여 차후 과제를 제출했다. 괜찮은 풀이과정이 있다면 선택하여 간단한 상품을 가끔 주기도 했기 때문에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율도 꽤 높았다.


자신의 풀이를 뽑아달라고 간절히 원하는 학생들의 풀이를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3. 패들렛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디스코드

 

  패들렛(padlet)을 활용한 수학수업도 여러 번 진행하다 보니 여러 단점이 보였다. 첫 번째, 학교 와이파이가 느려 개별 풀이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올라올수록 해당 주소에 접속하는데 렉이 많이 걸렸다. 학생들은 그 과정에서 불편함을 많이 호소했다. 두 번째, 중단원 별로 패들렛을 만들다 보니 주소마다 링크를 각각 만들어 따로 공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학생들은 노트북보다 태블릿 PC를 많이 쓰다 보니 고유한 사이트 주소를 검색하거나 따로 등록해서 들어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두 가지 단점을 한 번에 보완할 수 있는 플랫폼이 디스코드였다. 첫 번째 장점은 아무리 많은 자료를 올려도 심한 렉이 걸리지 않았다. 학교 와이파이로도 충분히 원활한 수업이 가능했다. 두 번째는 학생들에게 친숙한 접근성이다. 디스코드는 태블릿 PC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접속할 수 있다. 즉 디스코드 아이디와 비번만 있으면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작업 공간에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다. 학생에게 공유하고 싶은 참고 자료 주소 혹은 유튜브 영상도 개별 주소를 일일이 입력하는 것이 아닌 마치 수학의 수형도처럼 깔끔히 정리할 수 있었다. 심지어 패들렛은 5개 이상의 섹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1년마다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디스코드는 무료다.


참고자료 섹션에 다양한 주소와 이미지 유튜브 영상을 올릴 수 있다.
각 단원별로 섹션을 만들고 그 안에 스레드로 세분화하여 다양한 풀이를 볼 수 있다.


4. 번호가 아닌 이름을 불러주는 수학 수업


"오늘이 4일이니까. 4번, 14번, 24번, 34번. 나와서 풀어"

  학창 시절 번호로 불리는 시간이 싫었다. 그날이 며칠인지에 따라 혹은 그날 배웠던 개념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따라서 내 친구들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수학 문제를 잘 풀지 못하는 학생은 옆 학생의 풀이를 베끼기 급급했다. 정말 내성적이었던 친구가 있었다. 친구들의 눈도 잘 마주치지 못하는 그 애가 칠판 앞에 선다는 것은 어떨지 상상이 되는가. 문제를 잘 풀지 못 한 채 거의 울상을 지었다. 반 친구들은 걜보고 깔깔 비웃었다. 선생님은 대신 풀어보겠다는 다른 친구에게 분필을 냅다 넘겨주셨다. 선생님에게 그 학생은 제시간에 문제를 풀지 못한 "4번"이란 번호로 기억될 뿐이지 어떠한 피드백도 없었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그 친구는 그날의 일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모두에게 비웃음 거리를 당한 최악의 날. 아마 다른 친구들도 이와 비슷하거나 유사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학창 시절 중 수학 수업 시간이 즐거웠다고 말하는 친구는 거의 찾기 힘들었으니까.



   수업 중 디스코드에 자발적으로 풀이를 올린 학생의 이름을 부르며 잘했다고 칭찬을 종종 건넨다. 그럴 때마다 학생은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김춘수 시인의 말처럼 번호가 아닌 이름을 불러주는 수학 수업을 꿈꾼다.  그럼 언젠가 학창 시절 때 수학 시간이 제일 괴로웠다는 말보다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고 고갤 끄덕이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개구리 선생님의 슬기로운 교직생활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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