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장난
“장난에 죽고 사는 커플의 애정 기반 치유 시트콤”
둘이 만나고 사귀고 알아가는 과정은 경이롭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것 전체가 거대한 하나의 농담이나 장난이 아닐까? 평소에 나는 궁금했다. 남들은 무슨 얘기와 주제를 말하고 노는지. 오래 사귈수록 할 얘기도 고갈될 텐데. 그래서 우리의 대화를 들여다봤더니, 서로와 세상을 놀리며 치유해 오고 있었다.
내 친구는 우리 커플을 보고 이런 말도 했다. “지호는 너를 놀리기 위해, 장난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아.”
이는 장난기 많은 남자가 걱정 많은 여자를 웃겨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남편 지호는 타고난 재치와 잔망으로 농담을 개발해 낸다. 지금 놀릴 게 없다면 과거에서도 가져오고, 미래를 망상하고 상황극을 펼친다. 놀림 당해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은 그가 윤리적인 감수성을 타고났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우리가 뭘 배우고 경험하는 것도 다 장난을 치기 위해서 같기도 하다. 역사, 문화, 음악, 영화 등 공통 레퍼런스를 많이 알아야 비유를 정확히 들 수 있다. 둘 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여러 영화 속 대사를 적절한 상황에 흉내 내는 식으로. 때로는 연관성 없어 보이는 것들을 섞고 틀어서 풍자한다. 그러면서 굳은 뇌를 깨워보게 된다. 다른 존재가 되어보고, 멀리 있는 시공간으로 가보는 것도 장난으로서 가능하다.
나를 비롯해 요즘 사회엔 화가 많이 쌓여 있다. 심각한 상황에서 가끔 농담은 힘을 주고 위로가 돼준다. 나는 꽤 굴곡과 상처가 있는 편인데, 장난꾸러기 애인을 만나며 많이 웃게 되었다. 부정적이고 진지한 생각 속에 갇히지 않게 되었다. 우울해서 입이 댓발 나와 있으면 지호는 “왜? 왜? 왜?” 연달아 깐죽거린다. 짜증을 유발하는 동시에 웃게 만든다. 어이없어서 피식거리며 긴장이 풀린다. 그 틈으로 숨을 쉴 수도, 감정을 가볍게 덜어내 볼 수도 있다. 내 경우는 이성애의 얘기지만 동성이나 친구 관계에 대입해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다.
당연히 장난은 관계의 맥락을 다 구현할 수 없다. 또한 설명하려는 순간 덜 웃기고 현장성이 떨어진다는 것! 그래도 한번 헛소리의 외피로 빙 둘러서 사랑과 인생을 더듬어보려고 한다. 개그 코드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그냥 이렇게 대화하고 같이 놀 수 있구나! 하며 봐주신다면 감사할 것이다. 모두에게 좋은 장난과 애정이 깃들길. 모든 건 ‘Nothing Serious’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