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운 위로
시작은 소소했다. 천문학과 대학원생 케이트는 태양계 내 혜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궤도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담당 교수 랜들 민디 박사와 케이트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는다. 지구 멸망이라니!!
이 멸망에 대한 확실한, 과학적인 증거를 보고도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흔한 지구 종말설, 예언 정도로 여긴다. 진지하게 '룩' 하지 않고, 가십거리로 스쳐 지나갈 뿐이다. 정작 중요한 소식엔 관심이 없고, 톱스타들의 이별, 재회에 온통 관심이 쏠린다.
이렇게, <돈룩업>은 펀하고 쿨하고 섹시한 톤으로 (펀쿨섹) 언론과 대중의 생태에 대해 신랄하게 꼬집는다. 환경 문제가 연예계 뉴스에 묻히는 것과 같다.
대통령과 정치계는 더하다. 뭐가 충돌하든 말든 대선 승리가 중요한 올리언 대통령. 트ㅇㅇ 등 쇼잉에 치중하는 정치인들을 생각나게 한다.
혜성 충돌까지 6개월이 남았다! 우리 정의로운 과학자들은 인기 시사 예능 토크쇼 '더데일리립' 에 출연해서 열변을 토하지만, 사람들은 케이트의 진지함을 '밈'화 할 뿐. SNS는 온통 그녀를 놀리는 합성 사진들 뿐이다. 역시 개인의 힘으로 여론 몰이는 힘들다. 영화에서도 확인 사살해준다. 대중은 쿨한 태도를 유지하는 랜들 교수만을 '섹시하다'며 폭풍 팔로우한다.
여론이 반전된 건, 대통령의 대선 욕심 때문이다. 가십과 스캔들을 달고 다니는 미국 대통령이 신임을 얻기 위해 이 혜성을 이용하기로 결정한다. '완전 코미디잖아?' 하는데 마냥 웃을 수 없다. 현실이 더하기 때문에. 이 영화는 판타지가 아니다.
재벌 IT 사업가가 정재계를 주무르기도 한다. 이 때문에 혜성을 파괴할 마지막 기회를 놓치고, 혜성을 파괴해서 광물로 더 잘 먹고 잘살자! 는 결론을 내버리는 윗선들. 인류보다 자신의 이익이 중요한 사람들의 이기심과 우둔함이 생각나는 이런 똑똑한 코미디라니.
결국, 세계는 양분화된다. '룩업'파와 '돈룩업'파. '룩업'은 '그냥 저 혜성을 봐. 저기 오고 있잖아' 란 뜻. 지구가 망하는 현실을 똑바로 직시하자는 집단이다. '돈룩업'은 멸망은 모르겠고, 광물을 이용해 더 잘 살자는 집단이다. 물론 현실 반영 영화답게, 평화주의자도 있다. 양쪽을 모두 가리키는 화살표 집단. (위, 아래 다 보자는 건가. )
이런 세계의 양분화는 현대의 많은 싸움을 연상시킨다. 페미니즘과 안티 페미니즘, 인종차별, 종교전쟁, 이념전쟁, 정치싸움 등등. 한 이슈를 다른 각도에서 보는 사람들은 서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지구는 돈다 VS 지구 평 평론자처럼..
귀여운 악동 캐릭터로 깜짝 출연한 티모시 샬라메
★스포주의★
룩업 파는 혜성을 박살 낼 기회를 찾으려 한다. 그게 실패하자, 사랑하는 사람과 마지막을 준비한다. 돈룩업 파는 마지막까지 욕심을 버리지 못하다가 결국 자기 살 길을 찾아 떠난다.
하지만 이렇게 지지고 볶고 룩업하든, 돈룩업하든 결말은 같다는 건 인간의 슬픈 운명이다. 마지막을 그나마 숭고하게 보내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 모두는 우주 속으로 흩어진다. 마지막에 가족과 먹은 애플파이도, 인류의 유산들인 콜라, 악세사리 등도 먼지로 떠오른다. 키치한 소품 디테일을 잘 활용하는 것도 감독의 변태적인 재능이다.
영화는 내내 코믹한 시선과 연출을 유지한다. 만화적으로 스피디하게 연출하는 아담 맥케이 스타일은 오히려 힘을 좀 뺀 느낌이라 잘 어울리고 좋았다.
그런데, 왜 영화의 제목이 룩업이 아니고, 돈룩업일까? 주인공들의 반대편인 '돈룩업' 제목이야말로 영화의 '블랙코미디', 반어법 적인 뉘앙스를 잘 나타낸다. 꼬아서 반문해보고,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을 꼬집는 제목이다. 반전 매력으로 가득 찬 영화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테마곡 쓸데없이 고퀄리티 명곡 ㅋㅋㅋㅋ 가사 너무 웃겨
*지구가 멸망하는 날, 나도 저렇게 시답잖은 말이나 하다가 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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